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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랑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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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0-10-01 19:37 조회8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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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랑귀"의 사전적 의미는 줏대가 없이 다른 사람의 하는 말에 잘 흔들리는 성질이나 이런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란 얘기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자기 주견이 없이 별거 아닌 것에도 쉽게 훅하면서 넘어가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로 인하여 본인이 손해 보는 건 물론이고 특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늘 걱정스럽고 답답한 존재로 되고 나쁜 사람들에게 늘 역 이용되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사람이란 물론 상대의 말을 존중하고 믿어 주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어렸을 적에는 경험 부족, 판단 능력 부족으로 남의 말에 잘 넘어가고 꼬임도 당하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남한테 자꾸만 당하는 "팔랑귀" 들이 지금 엄청 많다는 얘기다.

  

하긴 복잡한 사회에서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꿋꿋이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며 살아 간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중풍으로 사지를 잘 쓰지 못해서 나한테서 침을 맞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교포 환자 한분이 있었는데 참 딱한 사정이었다.

 

중풍 환자는 반드시 침을 맞으면서 한약도 같이 복용해야 효과가 빠른데 이분은 돈이 딸려서 한약은 고사하고 심지어 침 맞을 돈도 없어서 못 올 때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침 값은 부담 갖지 말라고 면비로 해준다고까지 했었다.

  

나중에 그분이 실토한데 따르면 도박친구들을 잘못 만나서 경마장, 카지노에 매일같이 드나들며 십년도 넘게 피땀으로 번 돈을 몽땅 탕진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좀 따는 것 같아서 그게 미끼인줄도 모르고 하다 보니 점점 깊숙이 빠져 들었고 나중에는 많이 잃다보니 그때는 또 잃은 거 되찾겠다고 하다 보니 도박은 결국 봉창에 망한다고 가지고 있는 밑천을 다 처넣었다는 것이었다. 참  믿기 어려운 기막힌 사연 이였다. 설상가상으로 와이프 마저 가출한 상태란다.

  

사이비 종교에 매혹되어 가산을 탕진했다는 사연, 약장수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자식들이 준 용돈을 고스란히 약 장수들 손에 갖다 바치는 고지식한 노인들, 점괘를 본다며 자주 다니다가 결국엔 어마어마한 돈을 보살한테 갖다 바치는 사람들, 불법 다단계에 빠져 돈을 몽땅 처넣고 심지어 집에 돌아갈 돈이 없어 못 간다는 어이없는 사람들, 불법 의료 광고에 속아 엄청 큰 돈을 탕진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사연들이 정말 비일비재하다.

  

아마 10년도 더 지난 일인 것 같다.

  

나의 연길 큰 사위가 중국 광서 서녕으로 처음에는 TV 안테나 설치하는 일 한다하고 떠났었는데 결국 그것은 핑계였고 나중에는 결국 다단계에 빠져 들었다. 연길 아파트를 비워두고 애들까지 다 데리고 갔었고 큰 사돈 내외까지 총 출동 했으니 돈의 유혹이란 정말 어마어마한 것 이였다.

  

결국은 거액을 탕진하고 나서 한 단락 막을 내렸지만 그때 심지어 나까지 데려가겠다고 이미 한국에 와있는 나에게 안사돈이 거의 날마다 국제 전화로 전화를 걸어 왔었다.

  

나란 사람은 원체 "말뚝 귀"라서 웬만해서는 남의 말을 잘 안 믿는 터라 다행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진짜 "욕심이 사람 잡는다"는걸 절실히 느끼게 한다.

  

팔랑귀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원래부터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부탁을 거절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남들로부터 정이 많다거나 성격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다보니 웬만해서는 거절 의사 표시를 못하는 편이다. 줏대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고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팔랑귀를 가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들이 생각 난다.

 

가끔씩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가슴으로 부터 들려오는 내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릴 줄 알아야 한다. 불안과 욕심, 과대 망상에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자기만의 주장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 어떤 일에도 "아니요"라고 분명히 사절할 준비가 되여 있어야 한다. 그 어떤 불안과 세상 소음과 시끄러움에도, 유혹에도, 욕심 앞에서도 명석한 판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내 안에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내재해 있다고 믿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팔랑귀를 가진 사람들이여, 부디 각성하시라.

/김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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