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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무 잎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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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4-19 23:37 조회2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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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봄 한국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발렌타이데이 호텔에서 오래도록 근무한 경력이 있다.

 

봄이 오니 주방이모가 없어서 밥을 내가 해먹으면서 11개월 힘들게 일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또렷이 떠오른다.

 

일하면서 밥을 하고 국을 끊이고 복음채를 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어느 날 마트에 가서 무 한 개를 사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푸른 새싹이 돋아있는 무 머리를 자르기 아쉬워 꼬리부터 잘라서 먹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서 보니 무 잎은 여전히 푸르고 싱싱하다. 뿌리도 없이 생명력이 이렇게 강할 줄 생각 못했다.

 

‘온몸이 잘려나가도 새싹이 있으니 한겨울 냉장고 안에서도 이렇게 너 삶을 살아가는구나.’

 

누구나 삶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데 누구는 삶의 강자가 되고 누구는 하루살이로 하루를 연명해간다. 세월이 두 갈래로 갈라놓는 것 같다.

 

우리 인생도 이렇지 않나 생각한다. 끈기 있게 살아가노라면 시들지 않는 무잎처럼 푸르고 푸른 삶이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온몸이 잘려나가도 무 싹이 있듯이 자신만의 올바른 인생이 있으면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라도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리 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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