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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소설]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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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4-19 23:38 조회2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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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큰 일 났슴다, 열쇠를 숙소에 두고 왔슴다."

 

마감 버스 도착 시간 10분을 앞두고 아내 오애자는 남편 고수동에게 말했다.

   

"엉?!..."

 

깜짝 놀란 고수동의 두 눈은 얼음강판에 넘어진 황소 눈 마냥 휘둥그래졌다. 그들은 시골 저녁 싸늘한 바람 속에서 버스를 헛기다렸음을 한탄하며 터벅터벅 걸어 숙소로 향하였다.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집으로 가는 사람이 열쇠부터 챙겨야지..."

 

고수동은 아내를 흘겨보며 핀잔조로 말하였다.

  

"아이참, 내 무슨 일부러 그랬겠슴까?"

   

오애자는 눈을 할기죽거리며 한 마디 팩 쏘았다.

 

"하, 하, 이 앙까이 이게 대답질하기는?"

 

고수동은 퉁방울 같은 눈알을 구을렸다.

  

"당신은 맨날 술만 퍼마시던 게 열쇠 하나 건사를 못 해서 잃어버렸슴까?"

  

오애자는 인차 쏘아부쳤다.

  

"이 앙까이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말버릇이 지내 왕바다이구만..."

 

고수동은 손을 번쩍 들어 아내의 귀뺨을 치는 척 하다가 자기의 머리를 슬쩍 어루 쓸었다.

 

"앗?!.... 때리시오, 때리시오....."

 

오애자는 머리를 부둥켜안으며 울먹거리는 어조로 "반격"을 하였다. 그들은 다투면서 숙소에 들어 온 다음 여전히 "연속 드라마"를 이어 나갔다.

  

"얼빤한 당신 때문에 오늘 집에도 못 가고 이게 뭐이요?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됐슴다, 됐슴다. 무슨 말이 그리 많슴까? 불 찬 남자라는 게..."

 

오애자는 야유조로 말하였다.

  

"야, 이 앙까이 이게 매란 소리를 들어 봐도 맞아 못 봤구나, 에익 혼자 콱 짖어라."

   

고수동은 욕설을 퍼 붓고 문을 탕 차고 나가버렸다.

 

"뭐이람까? 내 그래 갬까? 갬까?..."

  

오애자는 남편의 뒤통수를 향하여 연주포를 쏘았다.

  

밖에서 보리 먹은 송아지마냥 한참 씨근덕거리며 거닐던 고수동은 푸줏간으로 들어가는 황소걸음으로 숙소에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텔레비전을 켜니 ‘14호 마감 버스가 저수지에 추락하여 여객 전원 사망했다.’는 슬픈 뉴스가 보도되었다.

  

"아?!...."

 

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달걀을 물었을 때처럼 크고 작은 입을 딱 벌렸다.

/허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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