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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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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1-13 04:37 조회3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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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머니들은 눈물로 자식을 키웠다. 기쁠 때도 눈물 슬플 때도 눈물 실망할 때도 눈물이었다. 50년 전 나는 어머니를 울린 적이 있었다.

 

동년시절 나의 집 생활이 넉넉지 못하고 궁핍하였기에 하교하면 앞산에 달려가 진달래꽃을 한 주먹 한 주먹 따먹고 뽕나무에 매달인 오디를 입가에 발갛게 물들도록 많이 따먹었다. 여름이면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었고 가을이면 콩을 사라도 해먹고 벼이삭을 꺾어 돌에 갈아서는 먹었다. 한겨울 밤 전지불을 들고 초가집 처마 밑에 전지불을 비추어 암수가 잠자는 참새를 잡아다가 화로불에 구워 먹었다.

 

5학년 때 어느 일요일 해가 충천에 떴을 때 딱친구 성철이와 삽을 들고 동네와 3리 떨어져 있는 모새밭에 가서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으려고 갔다. 모새밭에 엄지손가락만한 구멍자리를 삽으로 파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옹송그리고 있다. 나는 모새밭에서 구멍을 찾아 헤맸다.

 

“야, 땅콩알이다.”

 

성철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체 외쳤다.

 

“뭐, 땅콩알이라고...”

 

나는 삽을 놓고 성철이 있는 곳으로 달러 갔다. 분명 성철이 손에 쥐여있는 땅콩알을 보았다. 모새밭에 땅콩을 파종하였다. 나와 성철이는 까마귀가 되어 바람이 불어 희미하게 보이는 밭이랑을 따라 벌벌 기면서 두 손으로 땅콩알을 파내서는 손바닥에 놓고 싹싹 비비고는 ‘후-후’모래알을 불어내고는 입안에 넣었다. 씹을수록 고소하였다.

 

아, 인간이란 무엇인가? 짐승이란 무엇인가? 가난이란 굶주린 앞에서 짐승과 다름이 무엇인가? 가난이란 육신을 패고프게 할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배고프게 만드는 것이다. 나와 성철이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하여 모래밭을 파고 또 팠다.

 

“요. 까마더구리들아, 종자알을 파먹다니.” 감때사나운 이영감이 꽥 소리를 지르는 비람에 나와 성철이는 기급초풍하였다.

 

“삼촌, 잘못했어요.”

 

나와 성철이는 모새밭에 무릎을 꿇고 절실하게 빌었지만 이 영감은 우리를 앞세우고 소대부에 들어섰다. 마침 일군들이 점심밥을 먹고 나서 생산대 마당에 모여 있었다.

 

“김대장, 이 녀석들이 강역모래밭에 심은 땅콩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소.”

 

“뭐?! 종자알을 파먹다니 이 녀석이.”

 

장비보다 성질이 급한 김대장은 나의 멱살을 잡고 곧장 넉가래 같은 손을 들어 나의 귀뺨을 쳤다. 순간 콧구멍으로 양쪽에서 코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니, 둘째야. 이 웬 일이냐?”

 

생산대 마당에 들어서던 어머니는 달려와 머리수건으로 닦아주었지만 코피는 멈추지 않았다.

 

“둘째야, 수건을 꼬옥 눌러 있거라.”

 

그리고 어머니는 물 펌프 옆에 놓여있는 물독에서 물 한바가지 퍼서는 나의 곁으로 오더니

 

“어서, 고개를 앞으로 숙여라.”

 

나는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나의 머리에 물을 부었다. 옆에 서있던 김대장은 담배쌈지에서 담배종이를 꺼내 돌돌 감아 나의 콧구멍에 쑤셔 넣었다.

 

“제수씨, 이 자식이 강역 모새밭에 심은 땅콩종자알을 거의 파먹었소.”

 

“정말이냐?”

 

“응.”

 

나는 풀이 싹 죽었다. 어머니는 어느새 나무가지를 들긴 하였지만 차마 나의 종다리를 때리지 못하고 나를 노려보시는 어머니 눈에 글썽이는 눈물 나는 와락 울며 어머니께 용소를 빌며 어머니를 껴안으시었다.

 

아, 어머니 눈에 나뭇가지 보다 두려운 눈물 두 줄기 빛에 아롱지는 흔들리는 불빛, 그날 어머니 눈에 눈물이 가득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인생의 새 출발점이 되었고 그 후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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