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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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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12-01 23:06 조회3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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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요양시설에서 있지도 말아야 하고 있어도 안 되는 사건사고들이 터지면서 사람들은 요양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과 과도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곳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느니,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삭막한 곳이라 생각한다.

 

요양시설은 노약자가 수용 된 곳이라 고통과 아픔, 슬픔이 떠 날수 없이 병존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도 행복과 웃음, 생기와 활력, 즐거움과 기쁨이 넘치는  살맛나는 세상임을 알아야 하며 돌봄 종사자들의 따뜻함,  진심으로 된 정성을 알아주어야 한다. 그곳에도 눈물 나는 아 픈 사연만 있는 게 아니라 웃음 터지는 에피소드도 가슴 따뜻한 감동 이야기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간병생활 10여년에 어르신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고 있다.

 

1. 할머니의 칭찬

 

가끔 할머니들이 나보고 이쁘다 한다. 솔직히 얼굴에 주름이 깊숙히 자리 잡고 검정버섯까지 생겨난 60대 중반의 평범한 여자가 들을 말은 아닌데, 그래도 들을 때마다  쑥스럽지만 기분은 좋다. 

 

때로는 젊어서  예뻣겠다 하시는  할머니들도 있다. 조금은  서글픈 마음이다. 아름다움도 과거형으로 된 현실에 칭찬인지 아쉬움인지 분별이 안 된다. "감사합니다." 하고 넘기는 나의 대답이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색이라도 변했을 상 싶었지만 까칠했던 나의 성격은 나이 들면서 둥글어 진다. 뾰족하던 모가 없어지면서  나잇값을 하는 것 같다.

 

복도에서 만난 옆방할머니  휠체어를 밀어 드리니 고개를 돌려 내 얼굴 쳐다보시며 "새댁 고맙다. 복 받아라. 얼굴도  이쁜 것이  마음도 이쁘구나..."

 

말만 들어도 황송한 칭찬 몇 보따리  받았다. 말로 주고 되로 받은 꼴이다. 여든 노인에게 65살 여인은 새댁이고 팔자주름 천자 주름 다 갖고 있는 이 얼굴도 이쁘다. 간병하면서 "이쁘다,  새댁"이라는 착각을 선물해주시는 어르신들 덕에 늘 나이를 잊고 산다. 작은 도움과 베품에도 고마워하시는 노인들을 돌보면서 내가하는 간병 일에 가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나는 직업상 오래동안노인 환자들을 돌보하면서 살아온 탓에 노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애잔함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2. 할아버지의 쵸콜렛 사랑

 

오늘은 할아버지가 귀여운 어린애 같이 공손하시다.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셔야 겠는데 일어나지 않겠다고 떼질이다. 달래도 안 되고 설득도 안돼서 애교 좀 부렸더니 버릇없다고 책망하신다.  할아버지는 간병인인 나를 때론 며느리로, 큰 딸로, 조카로, 심지어  마누라로 착각하신다.

 

" 막내라고 귀엽다 했더니 버릇없어..."

 

할 수없이 오늘은 막내 여동생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쵸콜렛을 할아버지 입술에 댓다 떼면서  "오라버니 일어나시면 쵸콜렛 많이 드릴게요. 일어나세요."

 

할아버지 쵸콜렛 사랑은 기적이다. 할아버지는 외부 재활치료과 교수로부터 출장치료를 받는다. 한번은  선생님이 원주출장에서 2시간이나 달려왔는데 할아버지가 치료를 거부하셨다 . 교수님이 아무리 애쓰셔도 완강하게 거부했다. 선생님은 난감해하면서 오늘 재활 운동을 포기해야 겠다고 돌아갈 차비를 한다.

 

"좀만 기다려 보세요."

 

나는 쵸콜렛 공세를 하였다. 쵸콜렛 유혹에 할아버지가 재활치료를 받으시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교수님은 재활치료에  이런  지혜로움도 배워야 한다며 이 일을 학생들에게 "할아버지의 쵸콜렛  사랑"이라는  강의를 했다고 한다. 그날 할아버지는 쵸코렛이란 희망의 간식을 드시고 기분 좋게  물리치료를 받았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쵸콜렛 유혹에 하루를 시작한다.

 

3. 100세 할머니

 

옆방의 100세 할머니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다.  나는 아침식사 도와주러 갔다가 할머니 앞에서 중국의  양걸 춤을 춰 보이면서 재롱을 부렸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고 배꼽인사도 덤으로 하였다. 그제야 할머니는 피씩 웃으시면서  식사를 하신다. 식사 후 할머니 어깨를 살포시 끌어안고 토닥토닥 잔등을 다독이면서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 힘내세요. " 하고 할머니 두 손을  포개여 잡아드렸다. 손등을 살살 문질러 드리고 손을  쪼물락 쪼물락 주물러 드리니 고맙다며 얼굴에 미소를 띄였지만 눈가가 촉촉해 지신다. 그 모습에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도망치듯 나왔다. 할머니를 위해 뭔가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에 쵸콜렛 케이스를 꺼내 그 속에 조화 한 송이를 넣어 귀여운 꽃꽂이를 선물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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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이쁘다."

 

할머니는 소녀같은 밝은 미소로 반기셨고 우울하던 기분도 해피해 지셨다. 코로나의 기승으로 비대면 면회까지 취소되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르신들에게 가끔씩 찾아 오는 심적 변화다. 할머니는 말씀 안하시고 티는 내지 않으셔도 자식들이 보고 싶으신거다.

 

후~ , 참 마음 아픈 일이다.

 

약자에게 잘해주고 싶은 건 사람의 본능이다. 간병하다보면 환자에 대한 측은함과 정 때문에 이렇게 마음 아플 때가 많다.

 

4. 약사 할머니

 

 97세 할머니 아침부터 치과 가신다고 성화시다. 담당 간병인이 설득하고,  간호사들이 달래고 만류해도 할머니는  여전히 고집 이다. 이번엔 간호팀장이 와서 "코로나 땜에 외부 진료가 안 되니 원장님이 처방해주신 약 드시고 나중에 가세요." 한다.  역시 실패다.  할머니에게 그런 도리가 통할리 없다. 할머니는 외출복 차려입으시고 침대머리를 잡고 몇 시간채  요지부동이다. 간병사가 앉아 기다리라고 해도 거부하고 서 있는다.  내가 시도해  봐야겠다. 노인들의 고집은 설득이 효험 없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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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우리할머니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할머니 많이 아프시구나. 잇몸이 많이  부었네요. 아침도 못 드셨죠."

 

나는 할머니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근데  할머니  염증 있을 땐 치과에 가도 치료 못 하시는 것 아시잖아요."

 

"먼저 소염 치료하고 치과 가셔야 하는거 할머니 잘 아시면서..."

 

"약사님! 약사할머니! 우선  항생제  드시고  나중에 치과진료 갑시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나를 흘겨 보시면서 내 어깨를 톡 건드리신다.

 

"그래, 네가 똑똑하다.  간호사였으니 너의 말 듣는다. 네 말 맞다." 

 

할머니는 의외로 고집을 빨리 꺾으셨다. 할머니는 나의 부추김을 받으시면서 침대에 앉으셨고 늦은 아침도 드셨다. 오늘 아침 소동은 이렇게 끝났다. 

 

담당간병인 언니는 진작에 와서 달래드리지 않았다고 원망의 눈을 흘긴다. 간호팀장이  "역시 동종업계의 선배십니다.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한다. 뿌듯하고 성취감에 기분이 좋다.

 

우리들의 간병 일상은 이렇게 하루하루 슬기롭고 즐겁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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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병실에서만 돌아치던 차, 옥상에서 바람을 쐬니 숨통이 열리는 듯 하다. 저녁식사 후  옥상에서 잠시나마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옥상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서녘이 붉어지면서 몽실몽실 떠있는 하얀 구름이 붉게 물든다. 하늘이 무대 뒤의 배경처럼 황홀하게 변한다. 참으로 신기하고 경이롭다. 종일 환자 케어로 지친 나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나는 아름다움에 눈길을 빼앗겼다. 감사한 일이다. 행복한 마음에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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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감금된 병원일상에 지치고 힘들어도 옥상에서의 짧은 힐링은 마음의 평정을 가져온다. 오늘도 타오르는 서녘을 바라보면서 코로나의 종식을 기대한다. 변함없는 간병일상은 오늘도 어제에 이어 내일로 서서히 흘러간다.

/김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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