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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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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04-17 23:23 조회5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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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실은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독서하는 북카페도 아니고 책들이 서가에 정연하게 진열된 도서관도 아니다. 아담한 나만의 공간에서 폭신폭신한 사무용 의자에 앉아 편안히 독서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서재는 더욱 아니다.

 

매일매일 나의 안목을 넓혀주고 명석한 두뇌와 자신감을 높여주는 독서실은 바로 이국땅 한국에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요양병원 5층 복도 끝자락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 의자만 달랑 놓여있는 작은 공간이다. 다행히 병실과 가까워서 환자를 간병하는 데는 큰 영향이 없다.

 

이 병원은 한개 병실에 환자 4명과 간병인 4명이 머무른다. 낮에는 환자를 보살펴야 하고 또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하니 조용히 따로 독서할 시간이 없다. 바쁜 하루 일상이 끝나고 저녁 9시부터는 모든 병실이 고요함에 휩싸이고 사람마다 각자 밤 세계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때부터가 나 홀로 명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밤 9시부터 11시 사이에 나의 독서 공간에서 혼자 조용히 독서하다 보면 흐려졌던 시야가 서서히 밝아지면서 혹 짜증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었던 마음도 다시 추시러진다. 그리고 나의 하루 일과를 점검하면서 일기도 쓰고 나만의 작품을 구상하면서 아름다운 환상으로 부풀어 있다.

 

처음 푸른 바다를 건너 타향 땅을 밟았을 때 나의 머릿속에는 어떤 고생을 감수해서라도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이 고되다는 이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 시간이 없다는 이유... 늘 환경만 탓하면서 몇 년이란 시간을 돈은 잃을까봐 전전긍긍 하면서도 내면을 가꾸는데 도둑맞는 시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비록 고생한 보람은 있어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로워 졌지만 매일 24시간 환자와 같이 있어야 하고 불편한 잠자리와 간병인들의 외출 금지로 심신이 지치고 고달픈 삶이 때로는 너무 무미건조하여 허무함과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을 무렵에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고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하는 간호선생님께서 나에게 책과 수첩을 선물해 주면서 "책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책을 만든다" 는 명언도 함께 보내왔다.

 

순간 뭔가 내 뇌리를 치면서 눈앞이 반짝했다.

 

솔직히 생활에 돈이 없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젊고 건강 할 때 금전에만 몰두하다가 아픈 몸으로 후회하는 마음으로 황혼을 맞이할 것이 아니라 뭔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살려 지친 심신을 힐링하고 보람과 가치로 나의 삶을 나 스스로  즐겁게 만들어가겠다는 새로운 비전으로 반짝했다.

 

그런데  공동생활이여서 이런저런 애로가  많았다. 남들 휴식에 피해를 주지 말자고 어두운 곳에서 오랜 시간 핸드폰을 사용했더니 급작스레 시력이 나빠지면서 눈이 빠져 나갈듯이 아파났다.

 

그래서 작은 탁상 등을 사서 며칠 사용해보았는데 어디까지나 불빛은 불빛이므로 종일 고된 일에 지친 다른 분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문득 불빛도 환하고 아늑한 공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9시후면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이곳을 앞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으로 "나만의 독서실"로 지나온 날의 아쉬움과 보람찬 내일이란 기대 속에서 고달프고 힘겨워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잘 활용하여 뛰어난 재능보다 꾸준한 노력으로 매일 한 단계씩 올라가노라면 나의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나의 독서실"은  나의 정신세계에 올바른 인생관과 가치로, 내가 걸어가야 할 험난한 인생길을 밝게 비추어주는 등불로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나만의 한 페이지로 될 것이다.

/신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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