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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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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0-11-27 22:17 조회7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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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산 길이다. 요즘 들어 등산길에 낙엽이 더욱 두텁게 쌓여 가고 있는 것 같다.

 

 입동이 지나서라 날씨는 살짝 차지만 더욱 눈부셔 보이는 햇살과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을 보며 따사로움과 온기를 함께 가슴으로  느껴 본다.

 

나의 발에 밟히면서 바스락 소리를 내고 있는 낙엽을 바라 보면서 참 생각이 많아 진다.

 

봄철에는 새파란 청춘을 뽐내 갔었고 여름 철엔 아름다운 패션으로 이쁨을 자랑하던 낙엽, 이제는 떠나갈 빠알간 단풍 잎을 보며 우리네 인생도 이처럼 가야 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 진다.

 

낙엽 밟는 소리는 정겨운 것 같기도 하지만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라 생각해 보면 못내 아쉬운 감이 앞서기도 한다.

 

매년 봄의 생명을 싹 틔우기 위하여 바스러지고 바람에 어디론가 날려가 흩어져 땅으로 돌아가 새 생명의 밑거름으로, 자양분으로 될 낙엽, 그 위대한 헌신을 지금 보고 있다.

 

이 순간 내 영혼 안에서 지나가는 가을이 단풍잎을 쓸어 모으며 나를 괴롭히고 있더라도, 이 순간이 쓸쓸하고 아프더라도 무엇인가 다시 한번 가다듬고 잘 정리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보아 낸다.

  

한번뿐인 인생길에 해놓은 일보다 하고 가야할 일들을 고민하며 가끔씩 서성거리기도 하고 때론 주눅 들 때도 있었던 터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재충전의 계기를 삼아야 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황혼 인생은 단풍진 낙엽이라 할 것이다. 어느 날 바람이 불면 나도 가고 님도 가야하는 일장 춘몽이다. 밤이 오면 낮도 올 것이고, 헤어지면 만남이 있고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는 쉴 새 없이 돌아 만 가고 있다.

 

단풍진 낙엽과 너무나 흡사한 인생 길 오늘도 소리 없이 바람에 날려만 가고 있다.

  

세월에 어김없이 순응해야 하는 인생, 단풍잎 같은 아름다운 황혼을 멋지게 뽐내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가져본다.

  

올해도 잡아 멈추지 못한 나의 가을은 저 먼발치에서 나에게 손짓하는 듯 하다.

  

만리 창공을 헤가르는 한 마리 새가 되여 훨훨 날아 가고 싶지만 그것이 인생 여정의 마지막이 아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었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가져 본다.

 

가을 단풍 잎 주어모아다 배낭에 담아 본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을 밟던 순간도, 찬 바람을 데려오는 순간도 다 가고 나면 나 혼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을 것 같아서 무척 조바심이 든다.

  

가을을 밟을 수 있는 아침 산책 길이 쭈욱 그냥 뻗어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래 오래 걸을 수 있도록~

/김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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