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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외 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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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03-09 08:25 조회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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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빗어 내린 쪽진 검은 머리 간데없고

쪽파 뿌리 된 어머니의 머리는

살아온 세월을 계산한 수자다

 

달 같이 곱던 어머니의 얼굴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밭고랑처럼 깊숙이 패인 어머니 얼굴은

가시덤불에 긁히고 째진 훈장이다

 

새우등처럼 꺾인 어머니의 등은

밭고랑을 태우던 해 빛이

그린 그림이다

 

빈 몸 껍데기만 남은 어머니는

오늘도 추운 겨울 자식이 추워할 세라

껍데기로 품어주기에 바쁘다

 

단비

흙이 구수한 냄새로 유혹하고

파릇파릇 새 생명이 보내는 추파에 반해

나와 아내는 터 밭에 마늘을 심는다

 

내가 삽으로 둔덕을 만들면

아내는 쪼그리고 앉아

마늘을 한쪽 한쪽 흙에 박는다

 

엄선한 마늘 씨 종도

뿌리 쪽이 흙에 꽂혀야 하고

눈 쪽이 하늘을 보도록 심어야 한다

 

사람이 거꾸로 살 수 없듯이

마늘도 거꾸로 심으면

가을이 되도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다

 

사람도 마늘처럼

두 다리는 흙을 밟고 서야 하고

머리는 하늘을 향해야 한다

 

흙에서 올리미는 기를 먹고

하늘에 부끄러움 한점 없는

인간으로 살라는 뜻일까

 

마늘을 다 심고

나와 아내는 허리 쉼을 하는데

하늘에서 단비가 내린다

 

타이밍을 맞춰 내리는 단비를

나와 아내는 피하지 않고

아주 아주 감사하게 맞아 주었다

 

환생의 단풍

 

시간과 해 빛의 담금질에 익었나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결과물인가

각양각색의 가을산이 한 폭의 수채화로

 

계곡물에 거꾸로 내려 앉아 흘러간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사이로

해빛이 용접을 했는가

 

울긋불긋 단풍이 꽃처럼 화려하고

눈 닿는 곳마다 극락의 대년회장이다

 

얼핏 보면 단풍의 색깔과 빛깔이

서로 담고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색깔과 빛깔이 다르다

저마다 자기의 색깔과 빛깔을 과시한다

 

한 가지 붉은 색만 고집하고

온 몸을 불태우는 단풍이 있는가 하면

빨강, 노랑을 섞은 단풍도 있고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화장한 단풍도 있다

 

봄에는 움마다 새 생명을 달고

여름에는 진초록의 물감을 뚝뚝 떨구더니

일편단심 간직한 인내로

드디어 그림 같은 가을을 그렸구나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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