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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우리 집 벽시계는 시침과 분침 모두 천정만 가리키고 머릿속엔 저승사자 넘나든다 가슴 속에선 불꽃놀이 한창이고 입술은 소나무 껍질 되었다 눈물과 한숨이 범벅이 되고 머리, 사지 모두 통증 뿐인데 하늘 바라보면 먹장구름 꽉 덮혔다 뼈 속 찬바람은 탱자나무 가시처럼 괴로운 호흡 찌르고 주위엔 공포의 그림자 뿐이다 어설픈 나뭇잎 하나 발등에 떨어진다 내 인생에 마침표 찍으려고 성한 데 없는 몸 간신히 잡아끌고 문밖까지 다달으니 텃밭의 감자 꽃이 나를 반기네 서너 조각으로 잘리워 흙에 묻혀 어렵게 상처 아물어 새 생명을 잉태시키며 한 점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태연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 너희들은 바야흐로 지지우고 굽히고 갈려서 맛갈난 음식으로 거듭나겠지 몸이 동강 나도 굳세게 궐기해 고통은 감추고 밝게 웃으며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참된 감자여 난 워낙 너 보다도 미약한 존재였음에 심한 부끄러움 느낀다 육신의 고통 깔아뭉개고 나도 너처럼 거듭 나련다 /길림성 훈춘시=본명 : 문광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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