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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13 19:41 조회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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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이는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건만 잠기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또 실면 할 잡도리다. 창문으로 비쳐든 달빛이 방안에서 서성대고 있다. 인제는 사흘째나 이렇게 괴로운 밤을 지새고 있다.

 

(세상에 이처럼 나쁜 사람을 친구로 지내오다니.. 정말 더러운 흙을 진주로 여겼구나. 하지만 래일에는 이 돈을 어떻게 하나 꼭 받아낼거야)

 

받아야 할 돈 못 받아서 그 스트레스로 밤 설치고하니 손해가 웬만한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미숙이는 더구나 부아통이 터질 일이였다.

 

그러면서 눈앞에 그 밉쌀스러운 경자가 떠올랐다.

 

미숙이와 경자는 한살 차이로 미숙이가 한살 이상이다.

 

일년 전에 경자 딸이 결혼하게 되자 미숙이는 부조금 8백 원을 내 놓았다.

 

“아니. 너 머리가 돌지 않았어? 너 로임이 한 달에 천원 좀 넘는데 이렇게 많이 내놓으면 이번 달에 살기 어려울 건데... 우리 친구지간에 돈 얼마를 내놓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진심으로 되는 축복이면 돼”

 

경자의 어성이 저도 몰래 높아지는 한편 두 눈이 화등잔이 되였다. 그도그럴것이 미숙이는 제약공장에서 퇴직한지 1년도 안되였고 3년 전에 한국 간 남편이 얼마 안 되여 중병에 걸려 일 못하고 돌아와서 휴양하고 있다. 미숙이는 그간 다른 일을 하다가 반년 전에 무릎관절염으로 놀고 있는 처지다. 다행이 소주에 간 딸이 잘 나가고 있어서 조금씩 보태주고 있다.

 

“우린 절진한 친구잖아? 내 마음이야”

 

경자의 어깨를 만지며 말하는 미숙이의 얼굴은 해맑은 하늘처럼 환했다.

 

평소에 그들은 그닥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어느 친구보다도 마음이 통해서 자주 위챗으로 대화가 오갔다.

 

이듬해에 미숙이의 딸애가 결혼식 날자를 정하게 되자 미숙이는 흥분상태로 경자를 찾아갔다.

 

“우리 딸도 결혼하게 되였으니 우리 인제부터 외할머니 될 준비나 해.”

 

“우리 시름 싹 놓게 되였어. 지금은 무슨 세월인지 시집 장가 안 가는 자식들이 많아서 부모들 속이 타는데 우린 그런 속은 안 타게 되였어”

 

둘은 흥분에 얼싸 안고 말았다.

 

미숙이의 딸애가 일주일을 앞두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미숙이는 그날의 손님좌석배치를 경자한테 부탁하고 싶었다.

 

경자는 인물도 괜찮고 체격도 쭉 빠져서 그런 장소에 내 보내기가 적합했다. 특히 머리를 단아하게 틀어 올리고 거기에 한복까지 입으면 미의 선로가 확장되여 주위를 밝게 만들 것이다.

 

미숙이는 제꺽 폰을 들었다.

 

“경자, 너 우리 딸 결혼식 날에 수고 부탁해. 그 머리를 꼭 올리 틀던지 해줘. 그 모습이 제일 우아해 보이거든”

 

그런데 경자 쪽에서 오는 회답이 이러했다.

 

“이거 어쩌지? 나 어제 불시로 청도로 왔어. 딸애한테 좀 일이 있어서... 아마도 열흘 전에 못 돌아갈 것 같아.”

 

친구로서 일생에 한번뿐인 딸의 경사에 못 참가하는 것이 어딘가 서운했지만 별수 없었다.

 

미숙의 딸이 결혼식이 끝난 지 사흘 만에 경자가 돌아왔다. 그런데 열흘 가까워 오도록 경자가 부좃돈을 내놓지 않았다. 혹시 잊었을까? 그럴 수 없었다. 미숙이는 일부러 빙빙 에둘러 몇 번이나 암시를 했으니 말이다. 련속 사흘간 실면한 미숙이는 더는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 일, 이백 원 돈도 아니고 8백 원인데... 글쎄 2백 원 정도라면 친구지간에 그까짓거 하겠는데...

 

경자를 찾아간 미숙이는 무거워나는 입을 열었다.

 

“경자. 우리 친구니까 믿는 마음으로 말하기 난처한 일 말하겠는데 경자네 결혼잔치에 내가 부조한 기억이 나겠지?”

 

“아. 기억이 나구말구.”

 

두 사람사이에 잠간 적막이 흘렀다.

 

“그럼 그만큼 인사가 오는 것이 도리가 아니요?”

 

미숙이는 될수록 어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참, 그때 내가 외지에 있는 바람에 인사를 못한 것이지 않소? 글쎄 그때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부조 안 했다면 내가 잘못이지만 확실히 외지에 간 것은 사실이지 않소? 이미 지난 일인데 외우네. ”

 

경자의 입가에 매달린 랭담함을 보아낸 미숙이의 머리가 세찬 비바람 만난 듯이 마구 태질했다.

 

“부조란 서로 엎음갚음이란데 어쩜 그렇게 뻔뻔스럽소?”

 

미숙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경자는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참 답답하네 노네요. 나라고 그런 도리를 모르는 줄 아오? 내 청도에서 돌아온 이튿날에 딸애한테 주라고 고급적인 보온밥곽을 준 일이 기억나오? 부조 못한 걸로 보충한 선물인데...그래 내가 어디 엎음갚음 안 했소? ”

 

경자는 확실히 미숙이한테 보온밥곽을 주었다. 그날 그 보온밥곽을 가진 미숙이는 감격해했다. 비록 값은 백원짜리였지만 그 마음은 돈으로 계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꾀스럽고 “인정스런” 친구일 줄은 몰랐다.

 

미숙이를 노려보던 경자가 일이 있다며 가버렸다. 경자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미숙이 머릿속에 어지러운 선률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에라 ㅡ더는 생각말자. 그까짓 돈 가지고 내가 왜 이래? 괜히 병나면 어째?)

 

미숙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튕겨 나왔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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