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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 마주하면 보글보글 토장국에 배추김치 한 접시 날 쳐다보며 방긋 웃고 있네 초라한 밥상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 손으로 쭉쭉 찢어 토장국에 밥 한 공기 뚝딱! 뽑힐 때 한 번, 통째 쪼개지면서 또 한 번 소금에 절여지며 한 번 , 매운 고춧가루 짠 젓갈과 씨름하다 또 한번 네댓 번 죽었다가 살아난 배추김치 네 덕분에 밥맛 당기고 내가 성숙하는 것을! 늦가을에 노래 가사가 기억 나지 않아 콧노래 흥얼거렸더니 귀뚜라미가 부엌에서 대신 내 노래 부르네 하, 참 고놈들 슬픈 마음 공중에 대고 휘익 뿌렸더니 지나가던 외기러기 내 슬픔 물고 가네 슬픈 건 도맡겠다나 하, 참 고놈들 바람이 큰 나무에 앉아 쉬길래 나도 좀 쉬어 볼라니 메뚜기란 놈 풀쩍풀쩍 뛰며 같이 놀자 하네 하, 참 고놈들 초목이 시들어 내 가슴 허전한데 붉은 단풍잎 몇 놈이 날 보고 방긋 웃네 햐, 참 고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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