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웅.... 여봐라, 어서 모여라!"
산중왕 호랑이가 회의를 소집한다는 산울림이 쩌렁 쩌렁 울리자 숱한 동물들이 숨을 헐떡거리며 회의 장소에 달려왔어요. 그중에는 순진한 양도 있고 솜씨 날랜 다람쥐도 있고 령민한 원숭이도 있었어요. 그들은 호랑이대왕이 무슨 또 엄포라도 내릴까봐 속이 조마조마해 앉아있었어요.
호랑이대왕이 "어험" 건 가래를 떼고 말문을 열었어요.
"가을이 다가왔다. 그래서 오늘 너희들에게 가을임무를 내리겠노라."
동물들은 각자 자기 앞에 어떤 임무가 떨어질가 궁금했지만 조용히 숨 가두고 듣고만 있었어요.
"부지런한 양은 나무위에 올라가 가래토시를 뜯도록 하라."
그 말을 들은 양은 단통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어요.
"솜씨 잰 다람쥐는 양털을 모아 털실 옷을 뜨거라."
그 말을 들은 다람쥐도 눈앞에서 불꽃이 탁탁 튕기며 아찔해났어요.
"령민한 원숭이는 물고기를 낚아 말리도록 하라. 그리고 오늘 포치한 일들이 잘 진행되게 감시도 하거라. 난 또 다른 산에 가서 회의를 해야 하니 이만 하고 가야겠다."
호랑이대왕이 "어험" 헛기침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떠나가자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동물들은 술렁대기 시작하였어요.
"원숭이님, 제 말 들어보세요. 나무에 기어오를 줄도 모르는 저보고 가래토시를 따오라면 어떡해요? 아예 제가 낚시질을 하고 나무에 잘 기어오르는 원숭이님이 가래토시를 따오시죠?"
양이 자기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어요. 그러자 다람쥐도 한술 떴어요.
"원숭이님, 양이 자기 털을 내주지 않으면 날고뛰는 재간이 있어도 전 이 일을 못해냅니다. 저도 낚시질이나 할래요."
양과 다람쥐의 말을 듣고 있던 원숭이는 또 원숭이대로 자기의 어려움을 하소연 하였어요.
"글쎄, 내게 딸린 수두룩한 아이들만 아니라도 두 분을 도왔으면 좋을 텐데 저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네요."
양과 다람쥐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에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아 탄식하며 밥맛을 잃고 병에라도 걸릴 지경 이였어요.
그러던 중 양에게 새별마냥 반짝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어요. 양털은 내 몸에서 뽑으니까 내 능력에 맞고 가래토시는 나무에 잘 기어오르는 다람쥐가 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양은 다람쥐를 찾아가 둘의 임무를 바꿔 완성할 의사를 털어놓았어요. 다람쥐도 양의 의견이 그럴듯한지라 합의를 보았어요.
호랑이대왕이 다른 산에 가서 일 다 보고 돌아와 보니 양은 자기 몸에서 털을 뽑아 뜨개 옷을 짓기에 여념이 없었고 다람쥐는 나무위에 기어 올라가 가래토시를 따 내리기에 열중하고 있었어요. 원숭이는 자기 아이들을 거느리고 강변에서 낚시질에 정신을 팔고 있었어요.
호랑이대왕은 그러는 정경을 묵묵히 점도록 지켜보더니만 머리를 끄덕이며 탄식했어요.
"후유.... 내가 미처 이 생각을 못 했었구나. 각자 능력은 따로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