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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삶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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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0-10-14 22:24 조회8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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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이후 상품경제와 시장경제가 날로 가심화 되면서 전에 보지도 듣지도 겪어도 보지 못했던 정보화, 산업화, 아이템, 디지털, 등등 새로운 단어들이 우리 생활에 속속들이 등장하고 그 단어들이 우리의 생계와 생활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이루면서 우리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막무가내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 "빨리 빨리"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너나 할 것 없이 개미처럼 살고 있다.

 

자기 생존을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일에 쫓기고 세월에 쫓기고 돈에 쫓기며 일만 하는 노예의 삶을 살다보니 언제 한번 자기를 위해 여유를 가지고 즐길 줄 모르는 삶을 영위해왔다.

 

내가 살아온 지난 반평생 삶을 뒤돌아보면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일만 보면 궂은 일, 마른일, 물불을 가릴 여유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살았으니 자신의 여가를 돌볼 틈이 없음은 당연한 리치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시대에 태어나고 살아온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상품경제와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자면 남이 걸을 때 나는 뛰어야 하고 남이 뛸 때 나는 날아야 살 수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활동과 경쟁을 너무 앞세우다 보니 인간다운 삶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반평생을 살아왔지만 진정 자기를 위한 삶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다.

 

내 나이 60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이제야 철이 들고 제정신이 드는지 지금 나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은 나도 놀랄 정도로 바뀌고 있다.

 

이젠 삶의 속도를 늦추고 대신 적성과 취미에 알맞은 여러 가지 여가활동을 하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 노후 행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땅을 태울 듯 무더운 삼복이 처서를 계기로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하다. 산자락으로부터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다. 그런 단풍의 화려함에 유혹되어 요즘 나는 매일 도시락을 배낭에 메고 집과 10여리 거리인 북산을 찾는다.

 

활짝 핀 길가의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추며 오가는 길손을 반긴다. 고추잠자리와 비둘기기가 평화로이 날고 꺼칠한 수염을 내리 쓸며 옥수수들이 지난 일들을 두고 두런두런 덕담을 나누고 있다. 산에 들어서니 맑은 공기와 청신한 풀내음이 폐부와 뼈 속까지 스며들어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계곡을 따라 흘러가는 물에 비친 단풍과 바위가 거대한 수채화을 그리며 가을의 진수를 보여준다. 떨어져 있는 깨끗한 가랑잎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 오늘 저녁에는 제목을 가랑잎으로 달고 멋진 글 한편 써보련다. 산길을 산책하면서 순 자연산 목이버섯과 표고버섯, 개암버섯도 땄다. 그 즐거움과 기쁨이 평시보다 몇 배로 다가온다.

 

가을산은 반평생 살아오면서 내 찌든 삶의 발자취를 지우고 새로운 명상의 실마리를 한없이 풀어준다.

 

자연과의 교감은 이래서 이루어지는가? 겸손하고 자비로운 산은 나무, 바위, 산새, 흙과 인간까지 만물을 가리지 않고 포옹하고 수용하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아낌없이 내준다. 반평생이란 기나긴 삶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을 베풀었을까? 산을 대하기가 부끄럽다.

 

화려한 가을도 곧 다가올 겨울에 밀려날 것이다. 겨울 하면 뭐니뭐니해도 북방의 겨울이고 할빈의 빙등인데 여태껏 바쁘게 살다보니 한 성내에 살면서도 매년 행사하는 빙등구경 한번 못 갔고 제나라에 살면서 수도 북경에도 못 가보았다. 이번 겨울에는 할빈으로부터 북경, 다시 항주와 계림, 황산 등등 국내의 산수 좋고 경관이 멋진 곳들을 다니면서 좁은 식견을 넓혀가겠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일지라도 잠시 멈춰 서서 관심을 갖고 보고 듣고 사색을 가지면 자신도 모르게 감동의 짜릿한 순간을 맛볼 때가 있다. 행복의 파랑새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내 마음이 있는 것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행복의 파랑새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다.

 

주마산간 격으로 힘들고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이 아쉽고 후회도 많지만 이젠 우리의 삶도 "빨리 빨리" "바쁘다 바빠 "에서 "천천히, 천천히" 로 바꿔 매일 좋은 꿈을 꾸듯 몸도 마음도 사유도 활짝 열고 생물, 무생물 가리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관심과 사랑을 쏟아야 한다. 그러노라면 아주 사소한 것들도 모두 아름답다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휘영청 늦가을 둥근 달이 오늘 따라 가는 길이 느리고 아름답다.

/수원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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