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날, 나는 한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딸애를 교육하는 그 친구의 처사를 두고 몹시 탄복하게 되였다.
그 친구한테는 열 살 나는 딸애가 있었는데 친구는 딸애더러 설겆이를 시키는 것 이였다. 그 일이 끝난 후 또 빨래도 하게하고 심지어 떨어진 단추도 절로 달게 하는 것 이였다. 그 애는 이미 일을 많이 했는지 조금도 서툴지 않고 척척 해냈다. 처음에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글쎄 어머니가 바쁘면 몰라도 자기는 쏘파에 앉아서 텔레비를 시청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한마다 물었다.
“ 저렇게 어린나이인데 벌써 일 시키오? 그것도 무남독녀자식인데. 참 아깝지도 않는 모양이지?”
그러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 이였다.
“지금 세월에 외자식이라고 아까워 고중을 다닐 때까지도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되려 자식의 시중을 드는 부모들이 적지 않소. 사실 이것은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아니요. 나의 어릴 적 경험을 보면 지금의 나의 처사가 옳다고 생각되오. 나는 막내로 태어났는데 우에 언니 둘이나 있어 도리대로 말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였지만 그런데 어머닌 이상 할만치 소학교에 다니는 나를 그냥 일을 시켰소. 사발 씻기, 빨래하기, 집거두기, 옷 깁기… ”
“초중 다닐 때의 일인데 어느 한번은 메주까지 쑤게 했소. 처음에 나는 얼마나 불쾌하고 억울하던지 늘 입이 한자나 나왔댔소. 그럴 때면 어머니는 나를 보고 ‘얘야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널 잘되라고 하는거다’하고 말씀할 뿐 이였소.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시집간 후에 비로소 그 도리를 깨우치게 되였소. 갓 시집간 후 나는 절로 김치고 된장이고 못하는 일이 없자 시어머니는 늘 저를 칭찬하셨고 거기에다 저의 어머니까지 칭찬하시는 게 아니겠소?
우리 엄마가 딸을 잘 키웠다면서 참 좋은 어머니라고 했소. 그러나 저보다 많이 이상인 맏동서는 큰일은 꼭 시어머니 손을 빌려야 했댔소. 아무튼 자식이 귀하다고 너무 어루만지면 그건 해치는 거요. 저는 저의 어머니가 보여주신 본대로 자식을 키우려 할뿐이요.”
친구의 말은 그처럼 지당했고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자식사랑방식에 대해서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었다.
그러면서 자식을 너무 어루만져 스물다섯이 되여도 밥 할 줄 몰라서 외출 할 때면 딸이 그동안에 먹을 것을 가득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다는 친구가 생각났다. 만약 어머니가 제때에 돌아 못 오면 밥 할 줄 몰라서 끼니마다 식당에 가서 먹는단다. 참 그 애를 탓하기 먼저 어머니를 탓함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세상부모치고 누가 자기자식이 아깝지 않으련만 그러나 진짜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겠으면 가사 일을 배우게 하라.
또한 시집가서 밥 할 줄조차 몰라서 하루 세끼 부모 집에 가서 먹는 일, 그리고 아침이면 우유나 풀어먹고는 출근한 후 점심밥과 저녁밥은 본가 집 엄마를 불러 밥을 시켜먹는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으니 기막힌 일이라 하겠다.
이럴진대 우리는 자식이 아무리 아까워도 어릴 때부터 가사 일을 배워주는 그런 부모가 되라. 이것이 바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며 책임감이다. 잠시는 마음이 아파도 그러나 자립으로 살아가는 자식을 볼 때면 부모로서의 긍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박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