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도 길을 걸을 때도 엄마의 잔소리가 귀전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 엄마는 입만 벌렸다면 잔소리가 폭우처럼 줄줄 쏟아진다.
매일 아침이면 엄마는 “빨리 일어나” “학교 늦겠다.” “책가방 준비는 다했나?”하시며 입에 침이 마를 새라 부산을 떨어대시는 엄마의 잔소리를 등 뒤에 두고 집을 나섰다. 그러면 창문에서서 “길 걸을 때 딴 눈 팔지 마, 차 조심해라, 아는 사람만나면 인사 잘해라”라는 톤이 높아진 잔소리가 메아리처럼 내 뒤통수에서 울려온다.
하학하고 집에 돌아와 책가방이 땅에 떨어지기 바쁘게 엄마의 잔소리는 또 시작이다.
“오늘 수업 시간엔 집중 잘했지? 발언은 큰 소리로 잘 한거야? 친구들이랑 잘 지냈지? 얼른 손 씻고 나와 빨리 밥 먹고 숙제해야지” 졸졸졸 끝도 없이 쏟아 붓는 엄마를 도와 때로는 내가 “빨리 숙제 다 하고 독서하면서 필기도 해야지” 라고 넌지시 대답하기도 한다.
때론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서 귀를 틀어막을 때도 있지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엄마의 이런 잔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의미가 있고 사랑이 가득 담긴 잔소리 보석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번은 엄마가 나를 다른 집에 맡겨두고 한국에 가신 적이 있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난 나는 마치 조롱에서 빠져나온 한 마리 새처럼 자유를 찾은 공주가 된 듯 기분이 홀가분하였다.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하루하루 나와 멀어지자 나의 많은 장점들도 하나하나 내 곁을 떠 나가고 결점들이 슬슬 내 몸에 찾아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엄마가 하루 빨리 돌아오셔서 나에게 잔소리를 불어넣어 나의 단점들을 하나하나 시정해 주시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그때 나는 귀한 자식 매 하나 더 때리라는 말처럼 엄마의 잔소리는 나의 성장과정에서 삐뚤게 나가는 나의 사소한 잘못도 바로 잡아주시는 사랑의 종소리라는 걸 알았다.
세상 부모치고 자식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고 엄마도 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라고 잔소리를 하실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엄마의 사랑 잔소리 속에서 결점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며 착하고 활발한 아이로 우썩우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