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은행나무이다.
나무는 마침 우리 학교 운동장 옆에 한 줄로 보기 좋게 서 있다. 여름에 은행나무 잎은 짙고 촘촘하며 푸르고 싱싱하다. 체육시간에 쉴 때마다 그늘에 가면 더 말 할 나위 없이 좋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은행나무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마치 애들에게”이게 우리 진지야”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가을이 되였다. 은행나무 잎은 하나 둘씩 떨어져 푸름을 잃고 풍성함을 잃었다. 잎만 몇 조각 남았지만 잎들은 여전히 황금빛 가을바람으로 불어왔다. 계절 따라 잎들은 자연의 시간을 알리고자 약간의 슬픔을 띠는 듯하였으나 아름다운 정취는 여전히 사람을 매혹시켰다. 더 이상 햇빛을 가릴 그늘은 없으나 땅위에는 황금빛 잎들이 무더기로 싸였다. 밟으면 사락사락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같아 사람으로 하여금 은행나무가 들려주는 음악에 취하게 한다.
개학한지 얼마 안 되였을 때의 일이 기억난다. 체육시간에 왕선생님은 우리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켰다. 운동장 두 바퀴를 돌고나니 아이들은 충분히 지쳤다. 왕선생이 호루라기를 불며 휴식시간을 알렸다. 애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한결같이 은행나무 그늘로 몰려들었는데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나무 그늘에 이르자 문뜩 온 퉁 황금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그늘이 여름의 농밀함 을 잃었지만 여전히 매력적 이라는 걸 느꼈다.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숲은 우리에게 안온한 정취와 포근한 황금이불을 깔아 주었다. 아이들은 나뭇잎 위에서 뒹굴며 휴식의 한때를 즐긴다.
휴식이 끝나기 이어서 선생님은 자유 활동을 선포하였다. 애들은 웃고 떠들며 저마다의 취미로 시간을 즐겼다.
나는 다소곳이 앉은 자리에서 낙엽을 주어 소품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은행나무 잎을 돌돌 말아 흡사 고운 꽃 같은 모양으로 변신시켰다. 나는 은행나무 잎의 경이로운 변신에 기쁨을 금할 수 없어 환성을 지르며 체육선생님께 보여드렸다.
선생님은 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창의성이 있고 참 잘했다고 칭찬하셨다. 기쁜 나머지 나는 달려가 은행나무를 포옹하며 소리높이 외쳤다.
”야호!”
그리고 은행나무와 속삭였다.
나무야 나는 너를 사랑한다.
지도교원 : 안해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