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만 비치는 날만 원하지 않는다.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만 비치는 낮만 있다면 대지의 초록은 다 말라 죽었을 것이다.
나는 눈물이 없는 인생도 원하지 않는다.
세월 속에서 마음의 희망 봉우리는 눈물 속에서 잉태된다.
인생에는 밤이 필요하다.
어두워서 두렵고 단절되고 고독을 느낄지라도 사색과 수양을 통해 내안의 성을 다질 기회와 공간을 얻는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활짝 열어 주는 사색의 밤,
수련과 단련을 통해 정신세계를 다듬질 한다.
시인에게 열려져 있는 공간은 자연과 밤, 바람과 별들이다.
밤이 돼야만 별이 보이고 별을 볼 수 있어 뿌듯하다.
풀이 더 많은 길,
돌이 더 많은 길을 가는게 시를 쓰는 사람들이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아름다운 시를 잉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밤에 익숙해지고 밤을 필요로 하고 밤을 좋아한다.
시인을 위해 열어 놓은 공간이 바로 밤이기도 하다.
밤의 시계별이 보인다.
/김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