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에 완연한 봄 기운이 뚝뚝 떨어진다.
싱그러운 5월의 봄 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진달래 꽃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4월이 흘리고 간 분홍빛이 넘실댄다.
산을 바라 보노라면 내 눈 섶에 연분홍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봄 내음에 상기된 얼굴을 만져보면 파아란 물감이 묻어 난다.
손 바닥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의 슬픈 이야기도 함께 흐른다.
4월과 5월은 이어지면서 서로를 조명하고 있는 것 같다.
모진 역경의 시간을 거친 끝에 맞는 5월의 햇살은 더욱 빛나고 밝아 보인다.
4월의 이미지는 5월의 밝음과 함께 더 각인돼 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는 감염과 죽음의 공포에 떨게 했지만 인류를 눈먼 폭주의 궤도에서 내리게 한 것이다.
오랜 질주 본능에 길들여진 인류에게 제동을 걸고 그 관성의 기관차를 탈선의 위험에서 멈추게 한 것이다.
달리는 열차에서 내려 뒤를 돌아 보게 하고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며 반성하게 만든 것이다.
그저 두렵기만 했던 코로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모습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코로나의 역설인 것 같다.
지구가 다시 살아 나고 있고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으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