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돈 벌러 외지로 간 탓에 나는 몇 년 전부터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였다.
할머니는 음식 만드실 때마다 내 구미에 맞추시느라고 애를 쓰셨다.
그런데 나는 늘 할머니가 만드신 음식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고 불만을 자아낼 때가 적지 않았다.
어느 한번 학교에 가서 할머니께서 준비해주신 도시락을 열어보니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마른명태볶음이 있었다. 나는 도시락을 확 닫고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때 옆에 있던 명호가 물었다.
“너 왜서 먹지 않니?”
나는 얼굴을 흐리며 대답했다.
“할머니가 만든 채가 보기만 해도 맛없어 보여서...”
“그럼 내걸 우리 같이 먹자”
그날 명호가 가져온 돼지고기채가 참 맛있었다.
입을 쩝쩝 다시며 먹는 나를 본 명호가 물었다.
“이전에 네가 가져온 채를 몇 번 먹어보았는데 참 맛있더구나.”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숙제를 하는데 도시락을 열어보시던 할머니께서 의아한 눈길로 날 보고 물으셨다.
“너 왜 채를 안 먹었니?”
“그렇게 맛이 없는데 어떻게 먹어요? 난 오늘 명호가 가져온 채를 먹었어요. 내 구미에 딱 맞았어요.”
나의 말에 할머니는 인차 명호 엄마한테 전화로 료리법을 묻는 것이였다.
이튿날 할머니는 명호엄마가 알려 준대로 음식을 만드셨다. 그런데 나는 또 먹지 않았다.
“너 정말 답답하게 노는구나. 얼마나 맛있는데 넌 먹지도 않니?”
할머니의 얼굴이 이그러 졌다.
설거지를 할 때 등이 휘어든 할머니를 보는 순간 나는 내가 미안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음식을 만드실 때마다 정성을 들어서 내 구미를 맞추시는 할머니의 마음을 왜 몰라주었을까? 음식이 맛있지만 나는 때론 고의적으로 이렇게 밉게 행동한 것이다.
그날 저녁에 자리에 누운 나는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
(할머니 다시는 이런 모습 안 보이겠어요. 저의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것만 해도 여간 힘이 들지 않겠는데 제가 정말 미안스럽게 놀았어요.)
지도교원 : 박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