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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옛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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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3-26 23:21 조회302회 댓글0건

본문


초가삼간 고향집은 언제 허물어졌나

지푸라기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옛터

지금은 누군가가 채마전으로 가꾸고 있네

 

도마도 자라는 저곳에 가마와 부엌이 있었지

아버지가 불 지피고 어머니가 밥 짓던 모습 떠올리니

저렇게 빠알갛게 탐스럽게

도마도가 익는 까닭을 알 만하겠네

 

감자가 자라는 곳이 밥상 차리던 구들이였지

단란히 모여앉아 웃음꽃 피우던 장면이 삼삼거려

저렇게 하아얗게 소박하게

감자꽃이 피여남을 짐작하게 되네

 

여기 채마전 옆에 민들레가 수줍게 피였네

후루룩 입김 불어 씨앗을 날리니

너울 쓰고 시집가던 누나 생각이 간절하네

 

줄당콩이 자라는 곳이 부모님 주무시던 방이였지

밤마다 꾸시던 꿈을 안고 줄당콩이 뻗어오르니

하늘문 열어 제낄 푸르른 열쇠를 가득 달았네…

 

투명한 고향집이 서있는 옛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깃든 곳

싱싱한 채소들을 정겹게 보고 또 보노라니

어쩌면 살붙이처럼 한가슴에 와닿네.

 

 

산을 공부합니다

 

산에서 산을 마주하고 섰노라니

남북방향으로 갈라져

비스듬히 누워있는 두 산비탈을 보고

자연이 펼쳐놓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부 다른 나무와 나무들이 더불어 살며

한결같이 푸른 세상을 가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감명 깊게 접합니다

 

새소리 풀벌레소리 들으며

자연의 신비한 언어를 배워봅니다

 

내물이 돌돌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바다로 가는 길도 터득할 듯 싶습니다

 

싱그런 향기 풍기고

푸른 생명이 약동하는 책입니다

 

나의 눈과 귀를 밝게 하고

가슴도 후련케 하는 정다운 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책

사랑의 마음으로 읽을 차비하면

책은 언제나 성스럽게 열려있습니다

 

 

송이와 할머니

 

솔잎이랑 삭정이랑 깔려

마치도 산이 입은

누르스름한 옷 같아요

 

그 옷 속에 뭔가

쀼죽히 삐여져 나온 것 있으니

그걸 감히 헤쳐봤어요

 

아하 꿋꿋하고 싱싱한

탐스런 총각들

할머니 슬쩍슬쩍 따네요

 

그리고

안개 뽀얀 산속에서                                                                                       

한 소리 치네요

 

‘며늘아가 !  

이걸 먹고 오늘밤 

좋은 태몽 꾸거라!‘

/석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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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주 프로필:    

연변대학조문학부 졸업

현재 연변전업국직원

연변작가협회회원 리사

두만강제일도시 응모상 본상수상 시집 ‘한 점의 씨앗’ ‘민들레’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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