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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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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3-06 02:48 조회3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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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면 사람들은 가슴에 봄을 담고 시를 쓴다. 요즘 따라 ‘삼월은 꽃피는 계절이요, 삼월은 여성의 명절이요’ 하며 시짓기 열풍이 불고 ‘봄 아씨, 봄 아가씨’ 등 단어들로 꽃 바다를 이룬다. 허지만 나는 봄 아씨, 봄 아가씨 글자만 보아도 가슴이 찡해나서 여태껏 이 글을 망설였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이 단어들과 관련된 아픈 기억과 에피소드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간다.

 

소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그때 우리 반 반주임 선생님은 20세 꽃나이에, 새하얀 피부, 보통키, 단발머리의 이쁘장하고 얌전하여 한창 피어나는 목련꽃 같이 화사한 여자 선생님 이였다. 평상시엔 상냥하게 미소 짓지만 일단 수업시간만 되면 엄한 선생님으로 돌변하셔서 우리들은 꼼짝달싹 못했다. 선생님은 허송자라고 불렀는데 우리에게 조선어문을 가르치셨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어문숙제를 내주셨는데 숙제 중에 ‘나풀나풀’이란 의태어 단어로 단문 짓는 것도 있었다.

 

이튿날 어문시간, 선생님께서는 나를 포함한 4명 학생을 지명하여 흑판에 ‘나풀나풀’로 지어온 단문을 쓰라하셨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나가서 정성 다해 지어온 단문을 흑판에 쓰기 시작했다.

 

내가 신나서 ‘봄이 오니 아지랑이 나풀나풀 춤을 추고 아가씨...’하고 쓰고 있는데 갑자기 이럴 수가. 단문을 채 쓰기도전에 그렇게도 이쁘고 선하게만 보이던 선생님께서 삽시에 돌변하여 매섭게 쏘아보시며 다가와 나의 숙제 책을 확 잡아채서 내 머리를 한매 내리치신다.

 

난생 처음으로 선생님의 아픈 매를 맞아보았다. 선생님의 매, 처녀 선생님의 매, 아프면 얼마나 아팠으련만, 난 아프기보다 억울해서 눈물을 머금고 울먹였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봉변을 당한 억울한 심정, 불복의 마음이 일면서 나는 선생님께 막 대들고 싶었다. 왜 그러시냐고. 하지만 선생님이니깐 어쩔 수 없어 겨우 참고 씩씩거리는데 선생님은 성차지 않았는지 나더러 그 단문을 읽으라 불같이 호통 치신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숨죽여가며 시키는 대로 울먹이는 소리로 ‘아가씨들은 머리카락 나풀거리며 아장 아장 지평선 아지랑이 찾아 갑니다’라고 읽자 선생님께서는 다짜고짜로 ‘됐다. 그만 읽어라’하고는 맵짠 소리로 내말을 가로챘다.

 

“이 단문을 스스로 생각해 지은 거냐? 아니면 어데서 베껴온 것이냐?”

 

나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가사집이란 책에서 보고 조금 고쳐서 써온 것입니다.”

 

“그 책은 어디서?”

 

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아버지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 것 니가 훔쳐 베껴? 죠꼬만게 무슨 아가씨냐? 벌써부터? ...”

 

무엇이 잘못된 건가? 나는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가씨란 여자란 것만 어슴푸레 아는 정도인 나로서는 선생님께서 왜 이렇게 화내시는지 그 깊이를 알리 만무했다.

 

선생님께서는 노하셔서 나를 준절히 꾸짖고 학생들은 아래서 깨고소하게 그 광경을 구경하였다. 순간 선생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고 친구들이 너무도 미워졌다.

 

단문하나로, 영문도 모르고 봉변당하고 나니 억울했지만 집에 와 말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께 또 봉변당할까 우려 되어.

 

나는 ‘봉변’당한 그 후로부터는 단문을 지을 때마다 단어사용에 각별히 조심하였다, 혹시 또 선생님께 꾸지람 듣게 될가봐.

 

지금 와서 생각하니 선생님께서는 나의 건실한 성장을 위하여 엄하게 다스리려고 꾸지람하셨던 것 같다. 순간 가슴에 얽혔던 그때의 억울함이 스르륵 풀리면서 오히려 내가 선생님한테 미안하고 죄송하단 느낌이 든다.

 

잊을 수 없는 그날! 잊지 못할 그 추억에 가슴 적시며 편안한 마음으로 장밤 선생님하고 내 마음속 설음과 고마움을 다 털어놓고, 잘못했던 일들도 용서받고 싶다. 기나긴 세월 수십년 늪에 고였던 괴로움과 그리움을 옛말처럼 흘러 보내고 싶다.

 

세월이 흘러흘러 어언간 한갑자가 지났으니 선생님 춘추도 인젠 ‘팔학년 2학기’쯤 되었겠지? 지금은 어떤 집에서 어떻게 로년을 보내고 계시는지? 아니면 저 하늘나라 반도원 어디에서 계속 교육사업을 하고 계시는지? 나도 칠십 성상에 오르니 선생님이 더욱 못 견디게 그리워나고 찾아뵙고 싶어진다.

 

아, 존경하는 나의 선생님 !

자애로운 나의 단발머리 선생님!

선생님 가르침 받던 그 소학시절이 못 견디게 그리워 납니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강응철

                               2022.3.3     

                                         청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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