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말, 상냥한 말씨는 산길에서 만난 한줄기 맑은 샘물이다.
우리말에는 얼마든지 좋은 낱말 있건만 일상생활에서 그 보석 같은 말들을 쓰임새 있게 사용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
14년 전, 한국에 들어서니 영어간판이 우리글 간판보다 더 많아 어느 나라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편의점에 가서도 담배 갑마다 영어로 쓰여 벙어리손시늉을 하면서 담배를 샀다. 옛날 어머님들이 중국말을 한마디도 모르기에 상점에 가서 손시늉을 해가며 물건을 사는 모습이었다. 명절날에 거리 나서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여인을 볼 수 없었고 회사에서도 ‘굿모닝’, ‘굿바이’영어로 서로 인사를 한다. 만약 영어가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 단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말 대신 영어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그토록 우리말을 없애려고 한 것은 우리 민족의 혼을 없애기 위함 이였다. 그러나 선대들이 부싯돌을 품고 다니면서 얼어붙은 땅에 불을 붙이면서 우리말의 생명을 지켰다. 그런데 선대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우리글이 요즘 들어 소외되는 것 같아 선대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하고 있다.
알고도모를 일이다. 훌륭한 재료를 놔두고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먹고 살 필요가 없지 않는가? 미사여구를 나열 하자는 게 아니다. 남용은 식상을 초래한다. 우리 민족은 겸손의 미덕을 존중하고 사물을 판단하는 여유 있는 선비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말에는 사람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갖가지 형용사와 부사가 풍부하다. 이 세상 어떤 나라의 말도 사람의 복잡한 마음을 우리말만큼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디지털시대가 되니 우수성이 크게 나타난다. 자음과 모음을 다 적을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이 강압을 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우리문자와 우리말 대신에 영어를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본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우리말 다 어디로 가고 한국 땅에서 영어가 독판치는가. 이리 부딪치고 저리 나동그라지는 우리말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 민족의 말이 왜 이리 되였을까?!
/신석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