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옹크리고 버티던
잔설이 도망가듯 스쳐간다
새싹들이 너도나도 기지개켜며
머리에 흙을 이고 빼꼼히 내다본다
나무 잎 사이로 스며드는 봄빛이
희열로 부풀어 하늘하늘 춤을 춘다
간지러운 해살이 창백한 가지마다
초록의 미소로 쓰다듬는다
아침이면 은구슬 이슬이 이파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봄 아씨 한숨소리에 꽃망울마다 다투어 터진다
꽃향기 풀잎냄새 봄은 활기찬 청춘의 숨결이다
내 마음 활짝 열어 봄 향기를 마음에 담고 싶다
봄 꽃잎 인생은 연두색으로 물들고
푸르른 젊은이 심장의 세찬 고동은
신록이 설레는 길 숲에서
산새들이 푸른 호각 소리에 실려
푸른 하늘 흰 구름 타고 천애지각에로 울려가네
봄바람
봄바람 파아란 치마 자락에
동동 매달려
흘러가는 흰 구름송이
한 겨울 웅크리고 잠들었던 대지를 깨운다
새싹이 움트는 소리
온 산이 웅성거린다
종달새 울어 춘삼월이던가
눈 녹은 가지마다
새벽이슬 구슬되여
꽃 방울마다 곤지 찍고
수줍게 얼굴 살짝 붉힌다
따스한 햇살이
엄마의 체온마냥
온몸 혈관에
청신한 숨결을 부어넣어 준다
청춘의 꿈
새봄 맞는 가슴에
부풀어 오른다
잣나무 싱그러운 향기
산길에 가득 넘쳐
푸르른 내음을
저 하늘 끝까지 펴놓는다
강산은
초록색 샤워에 취했다
/리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