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저녁, 일본 동경에서 제일동포예술단체 “금강산가극단”이 무대에 올린 “아리랑의 봄” 공연을 관람했다.
금강산가극단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 4세 50여 명으로 구성되어있는 조총련계 예술단체이다.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한 바도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아리랑의 봄”으로 이름 붙여진 이 날 공연은 재일동포학교 후원기금마련 일환으로 준비되었다.
이산가족의 아픔, 평화와 번영, 통일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2시간 동안 무대에서 펼쳐진 춤과 노래 마지막 순서는 우리풍물 순서였다.
우리풍물 무대 공연에서 자주 등장하는 “농자천하지대본” 대신 “민족자주”가 씌여진 만장 깃발이 눈에 크게 확 들어왔다.
“민족자주” 깃발을 보면서 장단을 맞추다 보니 마치 내가 죄인처럼 느껴지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뒷골목에서 금강산가극단 임원들과 간단한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샷보로 맥주대신 막걸리를 주고받으면서 고개를 한번 더 숙여야만 했다.
“경남 함안이 고향인 저의 아버지는 19살 때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 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일본 놈들의 악행을 수없이 듣고 자랐습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번에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평양시민들에게 무엇이라고 했습니까?
연설내용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감동을 그대로 갖고 예정에 없던 백두산에도 갔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약속을 지켰습니까? ... ... ...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를 연장해서 일본놈들과 합작해서 같은 민족인 북조선을 치려고 합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거 너무 하는거 아닙니까? 그러면 남조선이 미국 식민지 아닙니까?”
옆자리에 앉은 동포 2세 사업가의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저는 그냥 막걸리만 자작으로 계속 마셨다.
아무 말도, 변명도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참 미안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무대 마지막 순서에서 “민족자주”라고 씌여진 깃발이 머리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민족자주”... “민족자주”...
나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던 이 소리는 한국에 돌아온 이 시간에도 계속 울려온다.
/정광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