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공부를 하다가 방학이 되여 집으로 돌아온 동혁이는 요즘 엄마가 위챗련애를 하고 있음을 보아냈다.
위챗을 놀다가는 이따금씩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가하면 얼굴에 홍조가 슬쩍 지나갔다. 뿐만 아니라 아침이면 주방에서 돌아치다가도 스마트폰 쪽으로 자꾸 눈길을 돌리는가하면 때론 폰을 들여다보고는 무슨 문자가 눈에 들어왔는지 친진스러우면서도 빨개나는 얼굴이였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는 설거지조차 하지 않고 부끄럼 타며 위챗을 하고 있었다. 신비감으로 동혁이는 엄마 곁을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폰을 들여다보았는데 프로필사진은 참대곰이였고 닉네임은 “다람쥐”란 사람과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동혁이는 그만 입을 싸쥐고 말았다.
조금 후 엄마가 옷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간 틈에 엄마 폰에서 그 “다람쥐”를 찾았다. 엄마와 그 “다람쥐”와의 오가는 문자가 이러했다.
다람쥐 : 당신을 알게 된 후로 난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였습니다. 당신을 하루만 못 보면 막 미칠 것 같습니다. 내가 몇 번이나 당신과의 데이트를 요청했지만 거절했지요? 녀자는 조심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점에 더구나 마음 끌립니다.
들꽃: 저도 그래요. 어느 책에서 본 글인데 어쩜 저의 마음을 쓴 것 같아요. 그대 보고 싶어 꽃이 되고 싶고 그대 곁에 가고 싶어 향기 되고 싶고 그대한테 기대고 싶어 잎이 되고 싶고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 싹이 되고 싶고 그대 품에 안기고 싶어 나비 되고 싶어라. 이 글이 바로 지금의 저의 심정이에요. 우리 안지도 인제는 두 달이나 되는데 더는 거절하지 않을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람쥐: 랑만적인 당신을 만나고 싶은 마음 불같이 뜨겁습니다. 그럼 래일 점심에 만나서 식사합시다. 열한시에 당신이 사는 아파트단지 슈퍼 앞에 나와 주세요. 제가 모시러 갈게요
몇 년 전에 오십대에 들어선 엄마는 이전처럼 옷차림과 얼굴 가꿈에 대한 취미가 많이 사라졌었다. 팽팽하던 젊음은 소리 없이 허물어가더니 옷 살 때면 어두운 색상을 많이 골랐고 밖에 나가도 화장을 잊은 듯 했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변했다. 쩍하면 거울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화장에 열중했다. 바로 “다람쥐”란 남자를 알게 된 그때부터가 아닐가? 아. 남자는 여자로 해서 멋지게 만들어진다더니 여자의 이쁨도 역시 남자가 만드는 것이였다.
동혁이는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사망한 후로 엄마는 어려움 속에도 아침이슬 같아 반짝이는 아름다운 희망을 바라며 미소로서 가려진 엄마의 내심고통을 알 수 있었다. 하늘같이 믿던 아버지를 잃은 후의 엄마의 가슴은 비통하기 그지 없을 것이고 매일 고독 속에서 가물대는 정신의 흔들림과 맞서야하는 그런 나날들을 보내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동혁이는 엄마한테 좋은 이성친구가 생겨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오직 엄마만 행복하다면 계부라도 생겼으면 하는 갈망이 가슴속에서 움틀 거렸다. 그런데 지금 엄마는 상대방의 얼굴도 못 보고는 사랑의 도가니에 빠질 줄이야!
잠간 머리를 굴리던 동혁이는 무릎을 탁 치더니 엄마의 폰에서 “다람쥐”남자를 자기 폰에 추가했다.
조금 후 동혁이는 “다람쥐”남자와 인차 위챗친구로 되였다. 한참동안 문자가 오가더니 영상통화까지 하게 되였는데 동혁이는 그만 얼굴을 싸쥐고 말았다.
화장실에서 나온 엄마를 본 동혁이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실룩대다가 그만 다물었다. 얼굴에는 이상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튿날 열한시가 거의 다가 올 무렵 환한 옷차림과 진한 화장을 한 엄마가 문을 나섰다.
근데 얼마 안 되여 엄마가 돌아왔는데 얼굴은 그 누구의 훈계를 받은 것처럼 지지벌개졌다.
“엄마 얼굴이 왠 일이세요?”
동혁이의 물음에 엄마의 얼굴은 더구나 빨개지더니 방에 쑥 들어가 버렸다.
원래 엄마가 만난 “다람쥐” 남자는 엄마의 고모사촌인줄을 동혁이는 알고 있었지만 위챗련애의 후과와 아무 남자나 경솔하게 마음을 여는 엄마한테 경종을 주고 싶어서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박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