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한 구석에 사는 저기 한 그루 수수한 백양나무 너는 그 아무한테나 허리를 굽신 거리지 않는다 긴 팔들을 자유로이 휘저음은 자연의 숨결을 만끽하는 것이지 밥을 달라고 손 내미는 것도 아니다 혜택을 얻고저 누구를 찾아가는 일은 더구나 없을 것이다 세월이 갈수록 땅속에 깊숙이 깊숙이 발을 묻거니 무더운 삼복을 맞으며 옷을 벗으라고 누군가 명령하면 너는 오히려 두텁게 입는다 매서운 엄동이 닥쳐온다며 어서 입으라고 재촉을 하면 도리어 훌렁 벗어 내친다 너는 이렇듯 꿋꿋하고 떳떳하다 여름이면 싱싱한 몸매를 설레며 세상에 파아란 빛 보탬을 하고 겨울이면 눈보라 속에 휘파람 불며 장쾌한 합동연주의 일원이 된다 청청한 하늘 향한 너의 당당한 모습 한참동안 넋 놓고 우러르는데 알고 보니 아하 너 언녕 무릎을 지워버린 상태였다 불길 오늘은 칠십 고래희 맞은 사랑하는 시골어머니의 생일입니다 동네사람들 벅적이는 집 뜨락에서 흥겨운 민요가락 울려 퍼지고 어머니는 분홍치마 날리며 감동의 춤사위 보여 줍니다 두팔 벌리고 어깨춤 추는데 때로는 벼랑에서 가지 젓는 소나무모습입니다 때로는 산맥이 파도치는 아름다운 자태입니다 꾸부정 허리춤을 출 때면 무거운 배낭지고 가파른 령 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살짝살짝 도약하는 춤을 보니 깊은 계곡 건너뛰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고향산천 방방곡곡 다니며 세월의 풍상에 얽히고 긁히운 이마주름엔 처절한 교향곡이 적혀있습니다 두 팔을 높이 들어 머리우에 합치고 낮춘 몸을 률동하며 솟아오를 때 아 순간 나는 활활 타오르는 세찬 불길을 보았습니다 나의 옷자락에 심장에 막 옮아붙는 불길입니다 /석문주 석문주 프로필: 연변대학조문학부 졸업 현재 연변전업국직원 연변작가협회회원 리사 두만강제일도시 응모상 본상수상 시집 ‘한점의 씨앗’ ‘민들레’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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