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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안길 (외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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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3-11 03:09 조회341회 댓글0건

본문



누구를 기다리는

긴 목 같아서 조금은 슬프다.

 

골목골목이 좁아서

들어 오는 바람들이 몸 사리고

모퉁 모퉁이 얽혀

달빛들이 하늘로 돌아갈 길 잃는다                                                     

 

여름을 갈무리한

자투리 비에 젖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담 넘는 나팔꽃 붙잡는 밤

 

뒤안길 끝자락

지붕이 낮아 고요한

창가의 불빛

길게 늘어진 것이 어떤 추억같다.

 

 

 가을의 유언

 

낙엽은

가을의 메시지 같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피줄 같은 글자가 보인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

가랑가랑한 숨소리가 들린다.

 

비오는 날, 눈물 흘렸지만

바람 부는 날, 버둥질 쳤지만

그 긴긴 세월 그렇게 버텼지만

이젠 떠나가야 한다.

 

어느 아궁이에서

한오리 연기로 사라자기 전,

어느 골짝에서

한줌의 흙으로 사라지기 전

곁에 있던 것들에게

모든 것 다 한 시간에는

훌훌 털고 떠나야 한다는

티끌 자취도 남기지 말라는

가을의 유언 같다.

 

저쯤 서 늑장부리는

코스모스랑  구절초에게

말하는 유언 같다

낙엽은.

 

어느 가을날, 꽃밭에서

 

꽃이

늦도록 지지 않는 것은

나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비가 그치고

비스듬히 누워서 오던 비의

그 모습으로 햇살이 내려오는 날

꽃밭위를 날으는 나비를 보아라

 

바람이 꽃향기를 흔들면

날개로 그걸 받아서

붓꽃, 초롱꽃, 구절초가 된 나비들

나비들의 춤사위가

신들리기 시작할 즈음이면

낙화를 준비하던 꽃잎들은

다시 날아올라 보라를 만든다.

 

네가 꽃이라면

한 사람만을 기다리는 꽃이라면

나는 나비되어 너에게로 가리

색 바래진 아름다움일지라도

맥 풀어버린 향기일지라도

너의 모든 걸 한아름 가지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날개짓으로

네가 기다려 준 시간,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씩 깨워주고 싶다.

/김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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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산 프로필 :

 

흑룡강성 탕원현 출생.

1984년 연변대학 졸업 후 현재까지

흑룡강성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 국제부 근무,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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