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 또각!”
하이힐을 신고 멋지게 걸어 다니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나도 한번 하이힐을 신고 멋을 부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드디어 기회가 나졌다. 어머니가 슈퍼로 물건 사러 가면서 하이힐이 아닌 다른 신을 신고 갔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집을 나서기 바쁘게 제꺽 신발장에서 어머니가 제일 아끼는 굽 높은 하이힐을 꺼내 신었다.
처음 하이힐을 신어보니 키가 껑충해졌다. 그런데 몇 번 걸어보니 평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고 자꾸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그래서 발목에 힘을 딱 주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앞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두 팔을 펴서 평형을 잡으며 앞으로 한발 두발 걸었다.
“또각! 또각!”
그렇게 몇 번 걸으니 어느 정도 걸음이 빨라졌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패션모델들을 떠올리며 흥겹게 지그재그 걷기 시작했다. ‘재미난 골에 범이 나온다’고 한창 흥이 도도해 걷고 있던 나는 그만 신 뒤축이 삐꺽하며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순간 발목이 끊어지는 듯 아파났다.
“아이고, 발목이야…”
내가 발목을 붙잡고 신음하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출입문이 열리더니 슈퍼에 갔던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나를 보자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어 내 발목에 걸려있는 하이힐을 보고는 곧 상황을 판단하고 억이 막혔는지 입을 딱 벌리는 것이었다.
“내 정말! 너 때문에 미친다, 미쳐!”
그러면서 황급히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내 아픈 발목을 마사지해주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모습이 멋있긴 하지만 그 ‘멋 따기’의 뒤에는 사실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지도교원: 리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