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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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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2-25 19:44 조회3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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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담기도 싫은 다양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2년 넘게 거의 감금과 다름없는 지루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간병인들의 심신은 점점 지쳐가고 지난날 그렇게 기다리고 즐거웠던 명절도 인제는 귀찮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해마다 계절 따라 돌아오는 명절들은 2022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또 그렇게 맞이하게 된 춘절과 정월대보름이다.

 

춘절하면 떠오르는 떡국과 물만두, 보름하면 떠오르는 둥근달과 오곡밥이다. 웬일인지 전통 명절 음식들을 제시간에 바로 맛나게 먹었다고 하면 이미 그해 액운은 다 몰아냈고 행운의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 온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다.

 

특히 요즘같이 외출은 금지고 사람과 사람간의 교제가 단절된 상막한 요양병원에서 전통적인 명절 음식들을 제시간에 먹는다는 것은 많은 간병인들에게는 사치에 불과하다.

 

이런 사치의 행운권을 새해 첫날부터 덥석 받아 안게 되어서 더없는 행복 이였다.

 

성씨도 이름도 딱히 모르고 "언니"란 통일된 호칭으로 병원복도에서 만나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고 눈인사나 나누는 사이들 이였는데 "동포"란 하나의 공통점으로 인정 많고 부지런한 언니들께서는 주전히 갖추어진 주방도 아니고 간단히 반찬이나 덥힐 수 있는 공용전자렌즈로 특별히 "건강, 무탈" 이란 소원을 듬뿍 담아서 손수 맛깔스러운 명절음식들을 지어서 덕담과 함께 나에게로 다가왔다.

 

값어치로 계산할 수 없는 사랑과 감동으로 다가온 특별한 음식들을 어찌 명절에 먹는 전통음식으로만 생각하겠는가?

 

쓸쓸하고 답답했던 나의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뜨끈뜨끈한 떡국과 오색 향기가 몰몰 피어오르는 오곡밥을 배터지게 맛나게 먹노라니 코마루가 찡 해나고 마음에는 감동의 난류가 흐르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삼행 시 있어 적어보련다.

 

      오  곡   밥

                    

오색으로 빚어진 오곡밥은

   향수를 불러오는 향기 짙은데

 

곡간에서 흘러나온 후한인심

   이집저집 옮겨가며 감동주고

 

밥심으로 합심되는 한마음으로

   타향살이 외로움을 달래가네

 

 

오곡밥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로움은

   마음과 마음 이어놓는 징검다리요

 

곡류는 몸을 튼튼히 하는 건강의 영양소

   배려는 정을 주고받는 마음의 영양소

 

밥과 함께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에

   저 하늘 보름달도 미소 보이네

/신호순

                     2022년 정월대보름날 아침

                           요양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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