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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하늘 가신 아버지 생각에 내 가슴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아버지 얼굴 보다 더 야윈 아버지 등이 더 많이 생각난다 아버지 등에는 늘 메밀꽃밭을 지나듯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 아버지 등에는 허공을 짚고 내려온 여섯 거미도 매달려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 등에서는 늘 삐걱대는 달구지 소리가 들려 왔었다 아버지 등에서는 늘 아지랑이처럼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곤 했었다 어머니의 눈물은 많이 봐 왔지만 아버지는 눈물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아버지 등에 흐르던 땀이 아버지의 골수에서 나오는 눈물인 것을, 아버지의 땀냄새 속에 더 깊은 아픔이 있었던 것을, 아버지 등에 매달렸던 기억은 또렷하지만 아버지 등을 밀어 드린 기억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아버지 등을 시원히 밀어 드리고 싶다 /김동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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