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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년 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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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졸혼(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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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03 00:02 조회4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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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미로
 
 

이윽고 소방헬기 엔징소리가 들리는 상 싶었다.
“문걸이!”
“춘희!”
 춘희는 어슴프레 들리는 부름소리에 하늘에 펑 뚫린 협곡 구멍을 맥없이 쳐다보았다.
등산대원들은 눈구덩이 옆에서 노란색 멜가방을 발견했다.
“여기 있다!”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
모두들 눈구덩이 속을 내려다 보니 글쎄 춘희가 문걸을 껴안고 앉아 있지 않겠는가!
소방헬기는 불길이 치솟는 눈구덩이 근처에 다가왔다. 소방대원들이 바줄을 타고 미인송림에 주르르 내려왔다. 그들은 소방도기를 들고 황급히 눈구덩이에 달려왔다.
“어서 사람 구해주세요.”
“저 눈구덩이에 사람이 빠졌어요!”
소방대원들은 소방기를 휘둘러 눈구동이에서 치솟는 불길부터 박멸했다. 눈구덩이에서 치솟은 불길이 미인송림을 덮치지 않고 소방헬기만 불러온 것이 참 다행이었다.
드디여 불길은 꺼지고 하얀 연기마저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다. 소방대원들은 바줄을 눈구덩이 옆에 치솟아 있는 미인송과 소나무에 동이고 눈구덩이 속으로 미끌어져 내려갔다.
드디어 바줄에 먼저 순희가 끌려올라왔다. 중태에 빠져 있었다. 나중에 끌려올라온 문걸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방대 대장이 어깨에서 대화기를 떼내 헬기에 대고 고함쳤다.
“빨리 담가를 내려보내오!”
헬기 문이 열리더니 담가가 내려왔다.
소방대원들은 춘희와 문걸을 련이어 담가에 실어 헬기에 실었다.
헬기는 미인송림 창공을 누비며 Y시를 향해 날아갔다…
춘희와 문걸은 급진실에 나란히 누워 구급치료를 받았다. 그들의 체온과 혈압이 극치로 내려갔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의 심장만은 가냘프에 벌걱벌걱 뛰고 있지 않겠는가!
한밤중까지 구급해서야 그들의 체온과 혈압이 올라가고 얼었던 얼굴에도 피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사흘 후에야 춘희가 먼저 눈을 살며시 떴다. 온통 하얀 벽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는 눈을 천천히 뜨자마자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간호원을 보고 나직이 물었다.
“문, 문걸선생 어떻게 됐소?”
“김의사, 리선생님도 무사합니다. 구급됐습니다. 오래잖아 정신 차릴 겁니다.”
춘희는 옆에 나란히 누운 문걸을 보고 안도의 숨을 호 내쉬었다.
만금이 옆에서 문걸의 얼굴로부터 목, 손에이르기까지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남이 보면 문걸의 안해인가 할지도 모를 지경으롤 애잡잘한 장면이였다.
며칠 후에야 춘희와 문걸은 퇴원해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갈라질 때 그들은 모든 사람들 앞인지라 악수나 하고 각기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춘희는 만금이 문걸을 부축해 돌아가는 것을 보고서야 시름놓고 택시쪽으로 홀로 걸어갔다. 그녀는 그때만큼 고독할 때가 없었다.
문걸은 적막강산 같은 집에 돌아와서도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도처럼 덮쳐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내 지금 춘희하구 재혼하려고 이러나? 어떻게 뛰쳐나온 정신감옥인데 또 되뛰여들어가려고 하는가? 가정은 진짜 즐거우면서도 정신쇠사슬로 얽맨 감옥이지. 그러나 늘그막엔 그래도 서로 의지하면서 살 안해가 더욱 필요하지 않은가? 전번에도 그렇지. 집에 영희가 있었더라면 내 쓰러졌을 때 120구급차라도 불러 병원에 실어가지 않았겠는가. 옆에 사람이 없으면 홀로 죽어도 몰라. 옆집 한족아줌마가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난 복도에서 홀로 쓰러진 채 죽었을 거야.)
문걸은 오랜만에 권연을 붙여 물었다. 속이 탄 연기가 가슴에서 뿜겨져 나와 천정으로 타래쳐 올랐다. 만금은 바삐 째떨이를 가져다 차탁 우에 놓았다.
   (어떻게 춘희와 재혼하면 행복할가? 진짜 황혼의 짜릿한 사랑으로 화학적결합을 할 수 있을가?)
여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놀랍게도 춘희와 영희가 겹쳐 떠올랐다. 문걸은 저도 몰래 비해보게 됐다. 사람의 마음은 고약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이래서 사랑은 간사한 요술쟁이야. 사귀여본지 얼마 안되는 춘희와 조강지처를 비해보면서 사랑의 선택을 시도하게 하는 것이 알고도 모를 사랑이 아닌가.
문걸은 허무하고 마음이 알알하게 쓰려났다. 그러나 끝내는 저도 몰래 비해보게 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래서 사랑은 요사하다고 하는 걸까.
(물찬 제비 같은 체격, 복스러운 이마, 까만 쌍까풀눈, 오똑이 솟은 코마루, 영희는 조형미가 있지. 무용수로서의 형상미가 있어. 진짜 모델로 쓰긴 좋아. 우유빛살결은 부드러워서 손감각이 떨릴 지경으로 좋았지. 아, 그 야들야들한 허벅다리…)
문걸은 온몸을 전률했다. 순간 처음 영희를 만났을 때 인상이 눈앞에 선희 떠올랐다.
그때 문걸은 정호를 따라 무대 옆에 난 문께에서 통보없이 영희, 무용수 그녀를 만났다. 갓 무대에서 내려온 영희는 무대 우에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에서 봐서  그럴가. 얼마나 예쁜지 몰랐다. 그런데 그가 바로 망아산에서 브래지어와 팬티 바람에 허둥지둥 도망치다가 만난 처녀일줄은 몰랐다.
(그날 영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을가?)
그러나 영희 마음 속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 같아 더 캐묻지도 않았다. 영희한테 첫눈에 반해 사랑하기 시작한 이상  자기 입으로 말하기 전에는 이날 이때까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대에서 내린 영희는 그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치마자락을 여미고 서서 놀란 쌍까풀눈을 슴벅이었다. 놀라움이 서린 그녀의 모습, 이슬이 맺힌 모란꽃 같고 실버들 같은 허리에 릉라주단, 아니, 청춘이 휘감긴 경국지색이 아닌가. 화가 문걸은 미녀들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골격이나 미모, 살결이 이렇게까지 예술적미가 다분한 미녀는 처음 보았다. 그는 완전히 첫눈에 영희 미모에 반해버렸던 것이다. 정신잃고 뚫어지게 영희 아래우를 참빗질했다. 그래서 영희는 수줍어 머리를 점점 더 숙이지 않았던가.
화실에서, 그것도 대낮에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영희의 라체를 볼 때 문걸은 미칠 지경이였다. 물론 망아산에서 처음 격정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성에 대한 점유욕에 성급히 허둥대다나니, 어두운 밤장막에 가려져 영희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망아산 때보다 여유작작했다. 카텐으로 가려진 화실의 부드러운 연분홍불빛 아래 신이 다듬어놓은 듯한 미녀의 명암이 분명한 얇은 곡선미, 청춘의 열기 넘치는 우유빛 몸매…
“아!”
문걸은 저도 몰래 감탄하며 영희의 부드러운 우유빛살결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새삼스레 극치에 이른 환희와 자극을 느꼈다. 그는 저도 몰래 미녀의  풍만한 가슴으로부터 예술적으로 다듬어진  배와 허벅다리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훑어보며 냄새까지 만끽하며 심장을 울리는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확실히 형상미 있어.)
문걸은 그때 그 감각과 자극의 추억에 다시한번 온 몸을 전률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이였다.
(잘난 척하며 도고하게 쳐든 영희 조개턱은 이젠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 나. 항상 잔소리 하는 그 앵두입은 더욱 미워! 더구나 영희는 속은 텅 비였어. 빛갈 고운 개살구야. 아니, 덜돼 먹은 못된 녀자야.)
글쎄 누구나 오래 지내보면 흠집이 드러나기 마련이지. 그러나 영희는 문걸의 눈에 난 여자로 밖에 안됐다.
(춘희는 카리스마 넘치는 외까풀눈이 퍽 매력적이야. 속에 든게 많은 박사야. 마음이 비단이야. 날 구급하려고 휄체어에 밀고 달아니고 심지어 자기 피도 수혈해주지 않았던가. 늘그막엔 마음이 좋은 녀자를 만나야 서로 믿고 의지해 살 수 있어. 그런데 춘희가 날 사랑하는가?)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한다.
(리혼도 하지 않은 춘희가 내하구 재혼하자고 할가? 의사로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환자를 살리려고 애정써비스를 한 건 아닌지? 또 그저 유쾌한 친구로 사교무 추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나 부르면서 즐기자는건지? 눈구덩이에 빠지는 바람에, 생사를 짐작하기 어려운 특수한 환경에서 그렇게 된게 아닐가?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 때문에 그렇게 된게 아닐가? )
문걸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춘희, 말해다오. 사교무나 추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나 부르고 안마방에 가서 마사지나 하고... 그렇게 즐기자는 거요?”
그러나  춘희는 대답이 없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안개 속처럼 분명하지 않았다.
(그럼 내 짝사랑 한 건가?)
문걸은 속이 타 오랜만에 권연을 찾아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찰칵 켜 불을 붙였다. 그는 쏘파에 앉아 담배연기를 가슴에 한껏 빨아들였다가 후 내뿜었다. 속이 탄 연기가 화실에 타래쳐 올라갔다.
(아니야, 춘희는 분명 날 사랑한다고 했어.우린 눈구덩이 지하에서 서로 꼭 안고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졸혼이야? 재혼이냐?  나이 들면 사랑이 점점 식어가고 사막처럼 말라가지. 그러면 졸혼하고 싶어하지. 그러나 졸혼하고 오래동안 고독하게 산 홀애비나 과부는 또 재혼할가 말가 하지.)
지금 문걸은 그 어려운 문턱에 서서 어느쪽으로 뛰어내릴가 망설이고 있었다.
졸혼과 재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문걸의 처지, 춘희와 영희, 미녀로봇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문걸이, 사랑의 미로에 빠진 문걸이 가엽다.
문걸이네 하얀 비둘기가 집 유리창문에 날아와 매달려 집으로 들어오려고 날개를 파닥인다.
"왜 또 돌아왔어?"
비둘기가 또 날아와 문걸을 보고 구구거리지 않겠는가.
"먹어리를 좀 주세요. 눈이 내려서 이틀이나 굶었어요.”
“또 따뜻한 베란다 생각나니?"
"그래 또 초롱에 갇히고 싶어? 바보야!"
비둘기는 유리창문을 부리로 똑똑똑 노크하면서 구구거리는 상 싶었어요.
"초롱 안에 있을 땐 바깥에 나가 자유롭게 살고 싶었는데요. 정작 바깥에 나오니 주인님 따뜻한 베란다 초롱 안이 생각나요. 더구나 눈풍설에 헤매지 않고 주인님이 주는 영양가 높은 먹거리 생각납디다."
“또, 또, 또 그 맥빠진소리냐?”
       (참, 가소롭다.)
      문걸은 자기 처지와 같은 비둘기를 보고 허구픈 웃음을 웃었다. 이 집이 옥신각신 할 때마다 항상 평화를 가져다주던 비둘기가 아닌가.
     "비둘기야, 네 처지 불쌍해. 내 마음이 모질어서 널 받아들이지 않는게 아니야.
문걸은 식장에 가서 옥수수알을 한줌 쥐여 종지에 담아들고 베란다에 다가가  창문을 열고 창문 턱에 내놓았다.
“어데 가 굶었는 모앙이구나. 널 차마 또다시 초롱 속에 가둬두고 싶지 않구나. 멍청한 생각하지 마. 옥수수알로 요기나 하구 자유를 찾아 날아가라."
    비둘기는 종지의 옥수수알을 다 쪼아먹고서도 부리로 창문을 계속 노크하지 않겠는가.
문걸은 비둘기한테 다가가 중얼거렸다.
"사랑하는 비둘기야, 좀 힘들더라도 어서 너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찾아가라."
    비둘기는 실망했을가? 아니면 문걸의 말 뜻을 알아들었을가?
    하얀 비둘기는 구구거리더니 푸드득 저멀리 자유와 평화로 파랗게 물든 푸르른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초롱 안 비둘기는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바깥에 나간 비둘기는 초롱 안에 갇히면서라도 따뜻한 주인집 베란다를 그리워 하다니. 아, 참, 주인이 주는 영양가 높은 그 먹거리.
ㅎㅎㅎ
                12. 암야에 가려진 마음의 상처
     문걸은 외로운 밤이 무서웠다. 적막에 둘러싸인 밤의 공포가 악마처럼 구석구석에서 스물스물 기여들었다.  밤은 예감도 없이 신성한 두려움으로 문걸의 령혼을 감싸안으면서 고독한 마음에 새로운 사랑의 령감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했다. 온갖 분방한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거친 충동은 잠들고 이제는 춘희에 대한 사랑이 움직이게 하고 있지 않겠는가.
이튿날 그는 쏘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랑의 미로에서 헤매지만 말고 모든 것을 밝혀내야만 했다. 때마침 일요일이여서 춘희가 쉴 것 같았다.
(참 이상해! 춘희는 왜 가발을 쓰고 외까풀눈과 쌍까풀눈으로 가장해해? 왜  이중삶을 살까? 무슨 죄라도 진 녀자처럼 자꾸 자기를 감추는 걸가? 진짜 알고도 모를 괴짜야.)
문걸은 한편 섬찍해나기도 했다.확인하고 싶었다.
“세상에 공개하기 어려운 뭐가 있는가? 왜 남의 눈을 속이면서 등산하러 다니고 사교무청에 드나들어? 모든 걸 밝혀내야 해.”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춘희가 핸드폰을 받았다.
“춘희, 안녕? 오늘 쉬오?”
“네. 그래요. 몸은 괜찮죠?”
“그래. 덕분에 재생했소.”
문걸은 입이 천근무게나 되는 감을 느꼈다. 그는 마른 기침을 깇고 나서 가까스로 입을 무겁게 뗐다.
“춘희, 심심한데 춤이나 추러 갈까?”
“…”
“춘희, 춘희, 내 말 들리오?”
“네.”
“춤 추러 갈가?”
“아니요.”
“왜?”
“리선생님, 몸도 회복되지 았았겠는데요. 춤은 그만둡시다.”
“그럼 시원한 국수나…”
“아니, 아직 점심 때도 되지 않았는데요. 코로나도 돌고. 집 문을 나서기 좀 그래요. 이렇게 할까요?
“뭐든 말하오.”
“우리 집에 놀라 오면 어때요?”
“네?!”
문걸은 춘희의 뜻밖의 제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싫은가요? 그럼 그만두던지.”
문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날 사랑하고 있구나.)
“아니, 천만에 말씀, 내 곧 갈게. 10분내로 가지. 건데 집이 어데 있던가?”
“망아산 기슭 해빛아파트 알지요?”
“오- 별장 아니오?”
“네. 맞습니다.”
“공기도 좋고. 참 좋은 곳에서 사는구만. 곧 갈게.”
문걸이 황급히 문께로 가서 신을 꿰자 만금이 부엌에서 나오면서 물었다.
“아침 준비 다 됐는데요. 식사고 안하고 어데 가시렵니까?”
“어, 그랬던가? 괜찮소. 급한 일 있어서.”
총망히 문 밖에 나서는 문걸을 보고 만금은 너부죽한 얼굴에 숱한 의문부호를 그렸다.
문걸은 택시를 잡아타고 춘희네 집으로 달려가면서도 속궁리를 베아링처럼 굴렸다.
모든 것이 우연이라 해도 문걸은 대수가 아니였다. 그 우연한 사랑도 놓칠 수 없었다. 사랑에 기갈이 든 문걸은 그 희미한 사랑의 실 한오리라도 결코 놓칠 수 없었다.
“아니야, 우리 사랑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필연적인 사랑이야. 우리는 생명이 계속하는 한 이질적인 사랑과의 만남의 자극과 풍유로움을 누려야 한다.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하게 하는 새로운 자극을 한껏 향수해야 한다. 우리는 갖가지 놀라움과 새로운 자극, 희햔과 향수, 쾌락을 마음껏 느껴야 한다. 어떻게 그런 감정과 자극에 눈을 감을 수 있겠는가.”
화가로서의 문걸의 감각은 나이와 정비례하게 무디여가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파탄과 고독한 홀애비 생활과 더불어 더 갈망하고 더 예민해지고 더욱더 섬세해진 것 같았다.
문걸은 부풀어오른 가슴을 안고 번개같이 망아산 기슭으로 달려갔다.
저쪽에 뜻밖에도 춘희가 누런 개를 끌고 마중나와 오도카니 서 있지 않겠는가. 춘희가 개를 좋아할 줄은 생각 밖이였다.
(내가 비둘기를 좋아하듯 춘희는 개를 좋아하겠지.)
“어서 오세요. 리선생님.”
수수한 옷차림의 춘희가 더 박사답지 않게 소박해보였다.
“왕왕왕!”
“짓지 말라. 다빈치야, 내 친구야.”
문걸은 다가가 다빈치한테 다가가 머리를 매만지면서 롱담 절반 진담 절반 섞어 했다.
“그래, 난 네 주인님의 남편 될 사람이야.”
춘희는 걀죽한 얼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리선생님, 무슨 롱담을 다빈치한테 다 합니까? 어서 집으로 들어갑시다.”
“롱담은 무슨 롱담? 난 진솔한 얘기 했는데…”
“바깥에서 뭔가요? 남들이 들으면 뭐라고 하겠는가요?”
춘희는 외까풀눈을 곱게 흘기면서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어서 집에 들어갑시다.”
“그래, 집안이 좋지.”
문걸은 중얼거리면서 춘희를 따라갔다. 그는 춘희를 뒤따라가면서 자기 좋은 궁리를 했다.
(이 녀자 확실히 날 좋아하는구나. 그러잖으면 자기 집에 날 끌어들이겠니? 오늘은 끝장내야겠다.)
집 안에 들어서서 쏘파에 나란히 앉기 바쁘게 문걸은 단도직입으로 본론을 꺼냈다.
“우리 재혼하기요.”
그는 갑자기 춘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왜 이래요?”
“난 그댈 심장으로 사랑하오. 우린 이젠 한 집에서 함께 살기오.”
“가만, 이걸 놓고 천천히 얘기합시다.”
“왕왕왕!’
다빈치는 문걸을 보고 뾰족한 송곳이빨까지 드러내며 무섭게 짖어데며 으르릉거렸다.
“다빈치 다 해치려는가 해요. 이걸 놓으세요.”
그러나 문걸은 놓아주긴 고사하고 춘희가 숨이 다 막힐 지경으로 더욱 꽉 끌어안았다.
“대답하기 전엔 놓아주지 않겠소.”
순화는 문걸의 뜻밖의 거친 행동에 경악했다.
“아니, 리선생이 이럴줄 몰랐습니다. 놓으세요. 놓고 천천히 얘기합시다. 전 아직 사상준비가 되지 않았는데요. 마음정리도 되지 않았어요.”
문걸은 그제야 천천히 춘희를 놓아주었다.
“조폭하게 굴어 미안하오.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소? 믿고 그만…”
문걸은 쏘파에 맥없이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안았다.
춘희는 허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커피를 풀어 커피잔을 들고 왔다.
“커피를 들고 진정하세요.”
문걸은 마지못해 커피잔을 받아들어 훌쪽 단모금에 다 마셔버렸다.
춘희는 맞은 쪽에 가서 커피를 호호 불어 홀짝홀짝 마시면서  다른 안목으로 문걸을 여겨보았다.
그때였다. 다빈치가 춘희 무릎에 뛰여올라갔다. 그 놈은 춘희 허벅다리랑 가슴이랑 마구 핥더니 매달려 엉덩이를 덜썩이며 그걸 하는 시늉을 했다.
“지개!”
춘희는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는 다빈치 아가리를 피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썩 물러가지 못해!”
그제야 다빈치는 춘희를 놔주고 내려갔다.
춘희는 못 보일 것을 보인듯이 도리머리질하면서 빗자루로 다빈치 엉덩이를 마구 쳐 쫓아보냈다.
문걸이 피뜩 보니 다빈치는 발에 놀랍게도 비단보선을 신고 있지 않겠는가!
(개발에 보선이라더니. 뭐야?)
문걸은 카리스마 넘치는 춘희 눈길에 머리를 숙이면서 목구멍으로 기여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하오. 내 너무 조폭하게 굴어서.”
그러나 그저 빌고 들 문걸이 아니였다. 벼르고 온 도끼 그저 무딜 수 없었다.
“저를 믿고 그랬소. 달리 생각하지 마오.”
“괜찮아요. 그러나 그렇게 충동적일줄은 몰랐어요. 몸건강상태가 아주 좋아졌구만요. 힘도 꽤나 세지고요. 호호호.”
문걸은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춘희, 우린 눈구덩이, 그 악몽 같은 지하에서 미인송과 소나무처럼 여생에  사랑하며 살자고 맹세하지 않았소? 그래 그때 약속 다 잊었소?”
춘희는 외까풀눈을 살며시 내리깔며 나직이, 그러나 분명히 말했다.
“확실히 사랑한다고 말했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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