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건 추억입니다.
소시 절 명태 국 먹던 일이 마치 영화 필름마냥 뇌리를 스쳐 지납니다.
배곯으며 살아오던 어린 시절, 우리 집 째지게 가난하였습니다.
우리 집 오막살이는 겨울이면 소도둑 같은 찬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일곱 살 되던 해였습니다.
그해 겨울 소한 날, 우리엄마 어쩌다 생활개선 한다며 명태 두 마리 사다가 물 한가마 가득 붓고 벌렁벌렁 끓였습니다.
철부지 우리 다섯 남매는 눈이 새까매서 명태국이 언제면 밥상에 오르나 목젖방아 찧으며 기다렸습니다.
한참 지나 울 엄마가 다섯 사발에 명태 두 토막씩 골고루 나눠놓고 국물 떠주었습니다.
구수한 냄새가 연신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올망졸망 다가앉은 우리 다섯 남매 말 한마디 할 새 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웃으며 입을 쓱쓱 문대면서 거의 다 먹고 사발굽 낼 때에야 엄마 아빠 국사발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가리 쩍 벌린 명태머리만 달랑 담겨져 있었는데 그 때는 그걸 빤히 보면서도 정녕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른이여서 명태머리만 자시고 우리는 아이들이여서 명태고기 먹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던 그때가 한심했지요.
생각할수록 내가 원망스럽고 엄마아빠가 너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세월이 청산류수라 어느덧 세월이 흘러흘러 내가 출가하여 세간하게 되였습니다.
우리엄마 추운겨울날 외손주 외손녀 보고 싶다며 우리 집으로 오셨습니다.
나는 랭장고에서 엄마가 즐겨 잡수시는 동태를 꺼냈습니다.
엄마에게 명태국 끓여 큰 국그릇에 가득 담아 밥상위에 올려놓으며 어서 드시라 권하였습니다.
“역시 명태고기 맛 제일이구나! 맛좋아!”
엄마는 흡족해하시면서 콧등의 땀을 닦으셨습니다. 엄마는 희색이 만면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코마루가 찡해나서 끝내 구슬프게 울었습니다. 그처럼 울 엄마도 명태고기를 더 즐겨 잡수시는 줄 알게 되였으니 이 딸 어떡하면 좋습니까?
이런 내가 너무 미워서 엄마를 끌어안고 목 놓아 울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세월도 무정하고 하늘도 무심합니다.
내가 엄마에게 명태고기를 실컷 대접시키며 효도하려 할 때 하늘은 무정하게 착한 울 엄마를 데려갔습니다...
세상에 이런 청천벽력 어디 있습니까?
이내 야속한 심정을 그 누가 알아줍니까?
안타까운 이내심정을 어디에 가서 하소연해야한단말입니까?
수십 년 지나도 가슴에 걸려 지금까지 줄곧 명태국과 결별하고 있습니다.
오, 명태, 너와나 안녕!
/정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