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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내 쉬는 숨소리 봄들판을 간질구니 낡은 티 벗어 던지고 삼라만상이 푸른 옷 단장한다 하늘에서 불비를 쏟으면 대지는 가슴열고 열기를 토하고 로천무대에서 매미들이 열창하고 파초부채는 청풍불러 땀 들인다 저녁노을 수채화 붓질에 나무에 빨강 노랑 파랑새 열리고 만삭이된 황금대지는 꽃마차 불러 왈랑절랑 가을향기 실어 나른다 앙상한 나무는 삭풍잡고 딩구는 락엽보며 울부짖고 은하수 저 멀리 너머 지나 흰 나비떼가 내려와 대지를 덮는다 천태만상의 일상 숲사이로는 노란 햇살이 거미줄 치고 나무들은 말없이 서서 령너머 긴 목을 빼들고 바라본다 뭇새들은 친구를 찾아 벗부르는 소리 정답고 요염한 나리꽃은 머리풀어 헤치고 벌나비 유혹한다 갈대의 살랑살랑 속삭임은 달콤한 사랑가마냥 귀맛당기고 풍전등화처럼 깜박이는 반디불은 야밤을 종횡무진하며 오락가락한다 너럭바위 기슭을 에돌아 개울물 여울 장단치고 모래섬가를 무대삼아 백학이 너울너울 춤춘다 송사리떼 나란이 줄지어 원정의 행군을 시작하니 우주의 끝자락에서는 이쁜 별들이 등대마냥 밝게 비춘다 부엉새 울음 소리와 목탁소리 산사의 정적을 깨우는 밤 어둠을 지켜온 고독이 삼라만상의 일상을 전설로 엮어 간다 2021년 1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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