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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 할 2021년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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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1-09-27 22:11 조회4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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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참 빨리도 흐른다.

 

2020년 추석에 오갔던 덕담처럼 2021년은 코로나가 완전 소멸되고 마스크를 활짝 벗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청신한 공기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봄이 오면 아름다운 봄꽃구경, 여름이 오면 시원한 물놀이, 가을이 오면 아름다운 단풍구경, 명절이 오면 함께 모여앉아 웃음 꽃 피우기... 이렇게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쉬움만 잔득 남겨놓고 대한민국에서 2021년 추석을 맞이하게 되였다.

 

처음 한중 수교가 수립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딱 3년만 고생하면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한 백년 살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흐름에 따라 3년이 6년이 되고 10년이 되고 20년 되고, 기약 없는 타향살이로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간병일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고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쌓여지고 있다.

 

지금 내가 간병하고 있는 병원은 병실 하나에 환자 4명, 간병인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우리 병실은 남자어르신들을 모시는 병실이므로 남간병사 두 명, 여간병사 두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센스 있고 마음도 손도 엄청 큰 심양에서 오신 차 씨 큰 오빠, 깔끔하고 손재주 많고 일솜씨가 뛰어난 왕청에서 오신 류 씨 작은 오빠, 여태껏 친척 외 다른 신사분들을 오빠라고 불러 보기는 처음인데 흐르는 세월에 늘어나는 주름살과 함께 인정도 많이 늘어나는가보다. 여 간병인은 천성이 착하고 부지런하고 음식 솜씨가 좋은 길림에서 오신 리 언니, 그리고 타고난 인복에 오빠언니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도문에서 온 재간둥이 막내 나, 이렇게 남녀 합방이다.

 

생각에는 아주 불편할 것 같아도 교양 있고 부지런한 신사분들과 지혜롭고 음식 잘 하는 ‘숙녀’들의 합심으로 근 2년간 지속되는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바깥출입 금지로 무료한 하루, 따분한 하루, 지루함과 적막감을 형제자매처럼 항상 배려와 감사로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고 있다.

 

올해 추석은 센스 있고 통이 큰 차씨 큰 오빠께서 푸짐히 마련한 한식중식 종합세트, 원래 우리병실에 있다가 2인실로 옮겨간 늘 배려를 가슴에 담고 사는 장춘에서 오신 오언니가 마련한 맛 나는 연변순대, 류씨 오빠가 무겁게 들고 온 달콤한 음료수, 거기에 부지런한 리언니의 재빠른 솜씨로 푸짐한 한상이 뚝딱 갖춰졌다.

 

땅덩어리 큰 중국대지에서 각자 고향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우리  5명은 그동안 타향살이라는 서러움과 지속되는 코로나 감염으로 예전에는 늘 평범한 일상으로 당연한 줄만 알았던 많은 소중함을 잃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인연의 소중함을 더 깊이 알게 되였고 관심과 배려로 돈독한 우정이 더 한층 쌓여지면서 서로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다함께 고향의 아름다운 "추석 달밤"을 그려가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의 땅을 밟을 그날을 위해 딱딱한 와인잔보다 부드러운 종이컵에 담긴 달콤한 음료수로 축배의 잔을 높이 들었다.

 

젓가락 장단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흥성흥성한 분위기 보다,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멋진 술잔에 담긴 고급 술 보다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달콤한 음료수, 예쁜 접시에 담긴 조각 음식보다 일회용 접시에 담긴 푸짐한 고향음식...... 이렇게 우리는 타향 땅에서 그것도 요양병원이란 적막한 곳에서 배려는 감사함으로, 관심은 고마움으로 사랑이 찰찰 넘쳐나는 잊지 못할 마음이 풍성한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타향에서 특히 힘든 간병일을 하면서 만난 간병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 같다. 평상시에도 한방은 아니지만 늘 고향의 맛 나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고, 환자를 휠체어에 앉히고 내리울 때 서로 잡아주는 이런 사소한 행동이 가슴에 와 닿아 우정의 서곡을 올리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길동무로, 또 서로에게 삶의 원동력으로 되어가고 있다.

 

연 며칠 푸짐한 음식으로 웃음꽃이 활짝 피였던 즐거운 추석명절 이였고 또 가슴깊이 새겨 두려고 필을 들었는데 웬 일인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국경이 뭐고 국적이 뭔지? 부모님들은 꿈결에서도 아리랑 노래를 부르면서 가고 싶어 하시던 그리고 그리던 고향인데. 같은 말, 같은 글을 쓰지만 차세대들은 타향살이란 서글픔으로 "고향의 추석 달밤" 을 그려야 하는지?

 

서로 고운 인연이 되어주신 존경하고 사랑하는 언니오빠들, 간병케어란 아픔도 슬픔도 많은 적막한 곳에서 서로 정신적으로 기대고 싶은 든든한 친구로, 생활의 활력소로 남으면서 멋진 풍경은 아니어도 따뜻함으로 활기찬 삶을 만들고 먼 훗날에 생각만 해도 미소가 떠오르는 소중한 존재로 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잊지 못할 2021년 한가위, 나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간직하련다.

 /신호순

                                                         2021년 9월 25일

                                                         행복요양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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