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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16 19:49 조회3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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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ㅡ”

 

목청을 최대한으로 뽑으며 짖는 개 소리가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뜨린다. 그 소리에 일광이가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그의 아내도 깨여났는데 무작정 일광이 품속에 파고들더니 몸을 와시시 떤다. 또 누군가 이 별장의 담벽안에 뛰어든 것이다.

 

잠간 방안의 공기도 응고되고 시간도 멈추는 것 같았다. 비록 처음도 아닌 인제는 수차나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오늘밤에도 추운 겨울에 얼음 속에 뛰어든 듯 전신이 부들부들 떨린다.

 

농촌에서 살던 일광이네 부부는 15년 전부터 한국 땅에 돛을 내린 후 이악스레 일했다. 일광이는 돈 많이 버는 용접공일, 아내도 중환자간병일을 하다 보니 돈은 날이 갈수록 불어났고 부자의 꿈도 수림처럼 커갔다.

 

그렇게 일광이는 매일 마다 아침 해를 이고 별을 지고 다니다시피 온 힘을 다해 일했고 아내도 그 퀴퀴한 냄새 속에서 이마에 연륜을 하나 또 하나를 그려갔다.

 

그들은 억척스레 일하기만하고 소비는 최저한도로 줄였다. 일광이는 친구들의 모임도 다 빠졌고 혹간 친구가 전화연락 오면서 만나자해도 구실 대며 거절했다. 만나면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내 또한 얼굴에 그려져 있는 “파리똥”과 머리 위에 하얗게 내린 서리를 그대로 두었다.

 

어느 한번은 쉬는 날에 시장에 갔다가 고향마을의 친구를 만난 적 있었는데 그 친구가 두 눈이 화등잔이 되더니 이어 야단을 피웠다.

 

“너 이게 련희 아니야? 네 이런 모습을 보고 누가 한눈에 알아봐? 너 한국 온지 오래서 숱한 돈 벌었는데 왜 이 모습이야? 그 머리카락 좀 봐. 완전히 백발로친 같아. 그리고 그 얼굴도 참.”

 

외모이상주의는 여자들의 공동적인 추구라고 그녀도 외모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싶었다. 머리를 염색하고 얼굴의 주근깨를 삐삐크림을 발라서 덮어 감추고... 그러나 그러자면 돈이 드는 일이였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돈을 모으고 싶었다. 하물며 고향 떠나면 아는 사람 만나는 기회도 극히 적은데 얼굴이 가무잡잡하면 그런대로 머리가 희면 그런대로 보냈던 것이다. 머릿속에는 애오라지 돈, 돈이었다.

 

그러던 그 어느 날 일광이는 몸 여기저기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욕심을 버리고 귀국했다. 그들을 만난 마을사람들이 혀를 끌끌 찼다.

 

“아이구. 둘 다 폴싹 했군. 인제 더는 가지 말고 향수나 해야지”

 

“벌어온 돈이 얼마인지 몰라도 시내에 가서 사는 게 아니요?”

 

그들은 꿈의 마른 검불에 불을 지폈다. 늘그막에 도시에 가서 안락한 생활을 누릴 때가 온 것이다. 한국에 가서 온갖 고생을 참으며 돈 번 것이 바로 남다른 향수를 위한 것이 아닌가!

 

특히 일광이의 마음을 지치게 한 것은 처가 편 친척들이였다. 모두들 외국에로 들락날락하더니 어떤 친척은 시내에 가서 150평되는 엘리베이터가 달린 층집을 샀는가하면 어떤 친척은 별장같이 장식하고 살고 있는데 무슨 일로 모일 때면 농촌에서 살고 있는 자기를 얕잡아보는 눈길이였고 또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돈 많은 친척들끼리 서로 생일도 오가고 쩍하면 모여서 들놀이요, 여행이요 하면서 일광이는 그 축에 못 들었다. 그래 정말 가난이 죄란 말인가?

 

그들 앞에서 일광이는 저도 몰래 늘 어깨가 잔뜩 쳐졌다. 어느 한번은 사소한 일로 처남과 시비가 벌어졌는데 돈 많은 친척들이 다 처남 편에 서는 게 아닌가? 처남은 이런 말까지 내뱉았다.

 

“저렇게 머리 둔하니까 그냥 농촌에서 땅과 씨름하는 게 아니구 뭐요?”

 

정말 속에 불이 활활 일어날 일이였다.

 

그래서 일광이는 속으로 자기가 눈 감기 전에 꼭 친척들의 의기양양해하는 기를 꺾어야 시원할 것 같았다.

 

(내 인제 어떤 집을 사는가 보라지...)

 

그런데 그런 기회가 온 것이다.

 

그들 부부는 도시에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문득 저 산중턱에 자리 잡은 외딴 별장에 눈길이 쏠린 후로 다른 집들이 눈에 안겨오지 않았다. 담벽으로 둘러싸인 별장은 가슴이 확 열릴 만큼 커다란 건 더 말할 것 없고 자못 웅위로워서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마구 들먹이게 되면서 숨결도 빨라지는 그런 우아스런 별장이다.

 

“여보. 우리 한국에 가서 왜 숱한 고생했소? 그 누구보다 잘 살자는 거고 또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생활을 하자는 목적이지 않았소? 난 저 별장을 사고 싶소.”

 

남편의 말에 아내가 제꺽 한마디 박았다.

 

“그래도 우리 머리 좀 식혀봅시다. 그리고 허영심도 버립시다. 이 별장이 200만원인데 그 돈으로 시내에서 60평되는 집을 사면 돈이 많이 남을 건데요 그리고 저렇게 비싸고도 단독이여서 도둑이 자꾸 들면 어째요?”

 

“아니. 난 이 별장을 꼭 사고 싶소. 친척들이 그닥 잖은 집들을 사고 내 앞에서 우쭐댔는데 인제는 못 그럴 거요. 그리고 벼슬하던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비싼 집에서 사는데 도둑도 눈이 멀지 않았을 거요”

 

평양고집쟁이로 소문난 남편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별장을 샀다. 200만 원 짜리 별장! 괴로움과 고달픔이 말라붙은 그들의 가슴에도 아련함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별장생활은 참으로 천당 같은 기분이였다. 외떨어진 별장이라 그들은 큰 개 두 마리까지 사 놓았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서부터 밤이면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2층에서 커텐을 살며시 열고 밖을 내다보니 웬 검은 사람이 울안에서 뛰어 다니는 게 아니겠는가? 아. 도적 이였다. 개가 그렇게도 목이 쉬도록 짖어대며 다가들어도 그 도적은 요리조리 피하며 별장벽으로 오르려고 애들 쓰다가 안 되는지 가버리 군 했다.

 

그날 저녁 그들은 실면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자꾸 반복이 되였다.

 

아내는 이미 심장병에 걸렸다고 매일 야단했다.

 

“우리 이런 공포 속에서 어떻게 살아요? 어서 이 별장을 팔아버립시다. 이게 뭔가요? 돈 팔고 병사고...”

 

그래서 어느 날 그들 부부는 별장을 파는 광고를 냈다. 200만 원짜리 별장을 120만 받는다고.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록 전화 한통 없었다. 그동안 도둑은 자꾸 찾아들었다. 공포와 시달림이란 정말 사람을 혹독하게 굴었다.

 

장밤 실면하고 나면 이튿날 오래간 앓다난 사람처럼 초췌한 모습이였다.

 

그들은 다시 광고를 냈다. 이번에는 100만으로 판다고... 그렇게 값이 떨어지고 또 떨어져서 70만원까지 내려갔건만 종시 팔리지 않았다. 정말 정신을 안 차리면 몇 십 번도 쓰러질 일이였다.

 

“당신의 허영심이 사람을 죽이나 하겠어요. 다 당신 탓이에요”

 

아내가 늘 곱씹는 말에 일광이는 할 말을 찾지 못해서 끈직한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내뱉는다.

 

“도적놈도 눈이 멀었지. 나보다 돈 더 많은 사람들이 가득한데 하필이면 나한테 눈독 들일 건 뭐람?”

 

별장은 헐값으로 해도 안 팔리는데 그렇다고 그냥 살기도 무시무시한 일이라 그들 부부는 별장을 잠시 비워놓고는 고향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언제면 집 살 임자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덧없는 세월이 흐르더니 어느새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건만 별장은 임자 없는 별장으로 되고 말았다.

 

“젠장. 아마도 도둑이 자꾸 찾아든다는 소문이 쫙 하고 난거 같아. 그러길래 싼값도 안 팔리지”

 

일광이는 매일이다시피 이 말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들 부부의 두 눈은 날로 우묵하게 패이기 시작했고 눈앞에는 늘 그 별장이 난무했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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