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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년 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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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졸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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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16 19:42 조회2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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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색깔바람
정호는 홀로 침대에 누워 우먹눈을 스르르 감자 국장자리에 앉아 있을 때 데리고 놀던 숱한 미녀들 얼굴이 피뜩피뜩 스쳐지나갔다.

   

그때는 따르는 미녀들도 많았고 가무단에 배치해달라고 돈묶음을 가지고 찾아오는 미끈한 예대 미녀들도 많았다. 또 꽃밭 같은 시 가무단에서 한자리 하려고 찾아오는 녀문화정객들도 있었다. 또 시 가무문단에서 부장이거나 과장이거나 총무주임이라도 하려고 찾아오는 미녀무용수나 미녀가수, 미녀악사들도 있었다. 정호는 그런 미녀들에게 직위를 내려주고 애인으로 만들어 즐기며 향수에 푹 빠졌다.

 

젊은 미녀들은 사과처럼 사박사박하고 비단처럼 부드럽고 초두부처럼 하들하들해 육체미와 육체 향기가 짙었다. 젊은 미녀들과 놀고나면 온 몸의 말초신경까지 짜릿짜릿한 자극을 받았다. 더 없는 만족감에 흥분된 나머지 온 몸이 후련하고 행복감에 푹 잠겼다. 흥분에 뒤이어 온 몸에 엔돌핀이 생성해 점점 젊어지는 것 같았다. 젊은 미녀들을 점유하고나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자신감까지 생겼다. 그는 미녀들을 오래동안 데리고 놀려고 국장 직권을 빌어 검은 뭉치돈을 얻어먹고 그 검은 돈을 미녀들에게 쓰면서 거센 색갈바람을 일으키고 향수했다.

 

그런데 국장자리를 내놓은 다음에는 형편이 확 바뀌었다. 애인 되자는 젊은 미녀는 하나도 없었다. 간혹 한물 지나간 50대 중반 녀성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샘물이 퐁퐁 솟는 옹달샘처럼 시원한 애젊은 미녀들과 놀아난 그는 나먹은 이른바 “성숙된 녀성”은 왼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아무리 지적이고 성숙돼도 나이만 있으면 어쩐지 왜빠진 오이나 고사리 같아 먹기 싫고 아예 보기도 싫었다. 그는 젊고 외형이 아름다운 육체미가 있는 미녀들만 골라 그녀들의 사랑을 밤알처럼 뽁 빼 먹었다. 아니, 이까시로 소라 살을 뽁뽁 빼먹듯이 젊은 아가씨들의 달콤한 육체를 점유하는 재미 젤 좋았다.

 

순정은 외모는 아름다웠지만 영희보다는 육체미가 모자랐다. 그러나 순정을 선택한 것은 시위 서기를 하는 순정의 아버지를 선택한 것이었다. 밤에 무용실에서 억지로 순정을 꺽은 날 순정의 하들하들한 허벅다리와는 달리 가슴이 비행장 같은 감을 느꼈다. 순간 영희의 풍만한 가슴이 그리워났다. 더욱이 그가 처음으로 맛본 녀선생님과 그녀의 녀동생의 풍만한 가슴이 떠올라 순정의 비행장가슴에 질리고 염오하기까지 하게 됐다. 순정과 약혼하고 영희를 문걸한테 소개해 보내기는 정말 아쉬웠다. 그러나 별수 없었다. 아까운 영희를 친구 문걸한테 보내고 순정의 치마자락을 부여잡고 문화귀족이 돼야 했던 것이다.

 

(문화귀족이 되면 영희 같은 미녀가 없겠어? 흥!)
최정호는 리지적이였다. 권력을 틀어쥐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이 모든 "사랑의 손해"를 잊게 했다. 더구나 번대머리에 이마에 검정사마귀까지 박혀 있어 무대에 올라 춤을 추기는 다 틀렸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문예귀족이 되는 외나무다리길로 나가야만 했다. 정치정치전도를 위해서라면 잠시 미녀를 놓아보내는 그의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그는 순정을 선택했기에 직승비행기를 타고 예술학원 보통무용교원으로부터 문화국 예술과장, 부국장, 국장으로 승급하였다. 벼슬의 높은 계단으로 올라갈수록 미녀들의 추파가 더 집중되는 감을 느꼈다.

 

국장자리를 내놓고 나이도 이젠 50대 말에 이르렀다. 국장자리에서 물러나자 평소에 알락거리면서 뭉치돈을 가져오고 시내에 좋은 구경거리나 즐길 유흥장소가 있으면 젤 먼저 모시던 인사과장이랑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젤 알락거리던 인사과장이 카멜레온일줄은 몰랐다. 보이라공질하던 그자를 인사성이 밝은 것 같아 인사과장으로 발탁했더니 국장자리에서 물러나자 개 닭 보듯 했다. 그는 국장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국급순시원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순시원의 직권을 빌어 후임 국장과 말해 인사과장부터 목을 자르게 했다.
"그런 알락개를 곁에 두면 국장도 위험하오."
"알았습니다."

 

후임국장은 정호가 물러나면서 힘써 올려놓은 젊은 간부였다. 그는 은공인 로국장의 권고에 머리를 끄덕였다.
"네. 알았습니다. 최국장을 믿고 말하지만. 이전에 그 사람을 인사과장으로 올려놓자 뒤에서 말하는 간부들이 많았습니다. 보이라공을 어떻게 인사과장으로 올려놓는가 말입니다. "

 

며칠 후 인사과장은 보이라실에 쫓겨났다.
정호는 인사과장하던 자를 불러 조롱했다.
"어떻니? 누구 덕에 인사과장을 한줄도 모르고 너덜거리더니. 흥. 내 한마디만 하면 네 같은 알락개들은 어느 똥무지에 가서 꼽힐지도 모른다. 몰라."

 

그자도 녹녹치 않았다.
"내 입이 터지면 최국장은 어떻게 될지 압니까? 씨!"
정호는 우멍눈을 무섭게 이그러뜨렸다.

 

"야, 이놈아, 니 보이라실에도 갈 거 같애?! 또 이전처럼 밤중에 석탄을 훔쳐내가라고? 흥! 두고 봐라!"
진짜 그날로 국에서 그 자를 단위 당직실에 가서 보초서면서 청소공질을 하라는 인사변동문건이 내렸다. 하루 새에 인사변동이 두번이나 생겼던 것이다.

 

최정호 국장은 어깨 으쓱해 또 인사과장을 찾아갔다.
그는 숱한 사람들 앞에서 떠들썩하면서 훈계했다.
"어떠냐? 배은망덕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만하냐?"

 

그것이야 말로 닭을 잡아 원숭이들을 훈계하려는 수작이였다. 아직도 자기한테 아첨하지 않으면 어떻다는 걸 대중들 앞에 보여주고 계속 얻어먹으려는 간교한 수작이였다. 그후부터 물러난 최정호 국장을 업신여기지 못했다. 단위에서 위기감이 생긴 어떤 자들은 정호한테 찾아와 돈을 들이밀면서 신임국장과 잘 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정호는 예순고개를 바라보지만 아직도 거의 날마다 용암처럼 솟구치는 성욕을 말리려고 노래방이나 안마방에 기여들어 일회용미녀를 위주로 즐겼다. 그러다가도 간혹 지나간 세월 애인들 가운데서 미련이 남아 있는 미녀들을 불러내 맥주나 마시고 돈이나 쥐어주고 구걸하다싶이 즐기기도 했다.


(미녀들과 놀아야 젊어지고 건강해진다고 하잖아. 늘그막에 별게 있느냐? 숱한 돈을 둬 뭘 해? 젊은 아가씨들과 놀아야 장수한다는데. 맥이 있을 때 미녀들과 많이 놀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지. 흐흐흐.”
이것이 색갈바람에 놀아난 최정호 국장의 생활론리, 아니, 인생철학이다.


그는 숱한 미녀들과 즐기던 과정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순간 순간 관골이 툭 튀어나온 얼굴에 희죽이 웃음을 지었다. 아래배가 찡해나며 신음소리를 냈다. 온몸 말초신경까지 짜릿하던 자극과 흥분을 재삼 느끼는 기분에 잠겨들었다.
(아, 그때는 참 행복했지.)

 

정호의 첫 녀자는 결코 순정이 아니었다. 섹스의 짜릿한 자극을 준 이도, 섹스를 가르쳐 준 이도 숫처녀가 아니었다.
“무용을 해서 출세하려면 예술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줄도 알아야 해.”
정호가 순정을 나꿔채려고 한 이 말도 결코 정호가 생각해낸 말이 아니었다. 그 “명언”은 그의 고중 시절 녀무용스승 황금희가 그를 유혹하려고 한 귓속말이다.

 

그날 무용실에서의 그 첫경험을 정호는 잊을수 없었다.
황금희선생은 무용실에서 정호에게 다리를 이래라 저래라 지령을 떨구었다.
“야, 바보야. 그것도 할줄 몰라.”
황금희선생은 다리를 들어 자기 어깨에 올려놓았다.

 

“이래라. 다릴 이쯤은 높이 올려야 해.”
그런데 자꾸 손으로 허벅다리를 주물렁주물렁 주물렀다.
"황선생님, 간지럽습니다."
"어디? 여기? 여기?"

 

황선생은 허벅다리를 올리 주물렀다. 그러자 아래배가 찡해나며 그것이 쳐들렸다.
"아, 그만! 그만하세요."
“야, 너도 이젠 다 컸구나.”

 

정호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다리를 내리었다.
“괜찮아. 너도 이젠 다 큰 사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금희선생은 다가오더니 주저없이 손으로 정호의 그걸 툭 다쳤다.

 

“선생님, 누가 보겠습니다.”
“괜찮아. 아무도 없어.”
황선생은 문을 잠궈버렸다.
그녀는 정호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예술학원에 가고 싶니?”
“네.”

 

정호는 머리를 숙인 채 끄덕이었다.
황금희선생은 정호의 그걸 주물렁거렸다.
“예술을 하자면 선생한테 자기를 바칠줄도 알아야 해.”
"건 무슨 말입니까?"
황금희선생님은 정색했다.

 

"내 말 명심해라. 나도 대학교 때 스승한테 술 몇병이라도 사갔더라면 이 지경은 안됐을 거야. 허리를 좀 굽히고 하자는대로 들이댔어도 중학교 무용교원만 했겠니? 내 무용실력이면 시 가무단에서 한다하는 무용수로 됐을 거야. 그러나 나는 개도 안 먹는 정조를 지켰지. 반신불수로 된 신랑한테 정조를 바치자고. 전도와도 바꾸지 않은 그 티없이 깨끗한 숫처녀의 정조를 신랑한테 바쳤지. 그러나 내 숫처녀 티없이 순결한 정조를 가지고 기뻐 야단치던 신랑이 중풍 맞을줄은 몰랐어. 전도를 개척하려면 예술을 지망하는 녀자들은 스승이나 윗사람에게 자기를 헌신해야 해. 만약 전도를 개척할 필요없으면 춘향처럼 정조를 지켜야지."

 

황선생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면서 힌트했다.
"이건 내 피의 교훈이야. 세상에 후회약은 없다. 챤스를 놓치면 한뉘 후회하게 될 거야. 남자들도 마찬가지야. 너도 자

 

기를 바칠 때 됐다."
“뭘 어떻게 하랍니까?”

 

황금희는 일요일이라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정호를 맛보려고 들었다. 40대 초반의 그녀는 유부남이였지만 남편이 중풍을 맞아 생과부로 산지도 십여년이나 되였다. 녀자들은 30대면 승냥이고 40대면 호랑이라고 하지 않는가.
40대 초반 그녀는 정호를 와락 끌어안아 무용실 나무바닥에 눕혔다. 정호도 어린애가 아니였다. 황선생이 지금 뭘 하려는 걸 눈치챘다.

 

“선생님, 전 학생인데요.”
“괜찮아.”
“저의 전도를 망치자고 이럽니까?”
정호는 일어나 앉으며 정색해 물었다.
“바보야,"

 

황금희선생은 손가락으로 정호 이마의 검은 사마귀를 폭 질렀다.
"내 하라는대로 하면 네 예숧학원 무용학부 입학을 담보하마.이담 무용교원으로 남게 도와주마.”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래, 사람은 은혜를 보답할줄도 알아야 해.”
황금희선생은 정호의 홍당무우처럼 새빨간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말했다.
“내 하라는대로 하겠니?”
정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황금희는 정호의 볼에 뽁 키스했다.

 

“오케이,"

 

황금희선생은 엄지와 식지를 딱 튕겼다.

 

"예술을 하려면 그래야지. 개방세월에 성해방도 하고…”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정호의 하신을 만지며 무용실 강당에 스르르 눕혔다. 그녀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이 안아눕히는 멋진 포즈를 취하며 날래게 정호를 올라탔다…

 

예술학원 무용학부 교수들과 학부장은 황금희선생님의 직계스승들이거나 동창생들이였다. 황금희선생은 약속을 지켰다. 정호는 황금희선생의 인맥 덕분에 예술학원 무용학부에 입학했을뿐만아니라 4년 후에는 진짜 무용교원으로 배치받았다.

 

정호는 금희가 자기를 가진 방법으로 순정을 비롯한 녀제자들을 가졌고 나아가서 사회에서는 예술인으로 발돋음하려는 미녀초보들을 아주 로련하게 점유했던 것이다. 전도를 위해 젤 처음으로 40대 초반 녀성 황금희선생에게 총각을 팔아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황금희선생님은 정호를 놓아주지 않았다. 신세를 지워놓고 정호 청춘의 정열을 미친듯이 빨아먹었다. 계몽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그랬을가. 정호는 황선생이 부르기만 하고 제정신을 잃고 뛰어갔다. 황금희선생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는 미친듯이 숫처녀를 사냥했다. 어떻게 보면 황금희선생에 대한 보복이라고 할가. 어려서부터 황금희선생한테서 변태적인 성생활을 경험해보아 그런지 일종 변태적인 심리반발이라고나 할가. 그는 자기 눈에 드는 미녀만 보면 꼭 재끼려고 들었다. 그리하여 순정도 당하였다. 순정이 눈에 든 것도 있었지만 정호는 순정의 아버지 지위를 빌어 출세해보려고 성급히 순정을 재꼈던 것이다.

 

황금희선생은 정호를 장기간 점유했을뿐만아니라 정호의 종신대사도 크게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 녀동생을 소개해주었다.

 

“정호, 저도 이젠 결혼할 때 됐소. 내 녀동생은 의학원에 다니오. 이담 가정을 이루고 애들을 키울 때 집에 의사있으면 좋소. 제 앓아도 그렇고.”
정호는 속을로 황선생이 리해되지 않았다.
(장차 자기 녀동생과 정말 살게 되면 어쩔라고 저래? 량심상 녀동생한테 미안하지 않을가?)
정호는 순정, 영희 등 미녀제자들을 떠올리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러나 스승이 선 중매를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할 순 없었다.

 

(황선생 녀동생이면 황선생처럼 이쁘겠지?)
웬 일인지 호기심부터 앞섰다. 황선생네 집에서 처음 만난 처녀는 진짜 예뻤다. 짙은 눈섭 아래 청포도쌍까풀눈은 당장이라도 정호를 퐁당 빠지게 만들 것만 같았다.
“황선희라고 불러요.”

 

새하얀 손도 잡아보니 매끌매끌하고 따뜻했다.
“정호요.”

 

보통키인 선희는 황선생을 닮아 예뻤다. 무용수들인 순정이나 영희처럼 체격은 미끈하지 못했지만 탄탄한 몸매를 보아 가슴도 꽤나 풍만해보였다.

 

황선생을 알면서 녀자맛을 볼대로 본 정호는 몇번 만나보지도 않고 점유욕부터 앞섰다.
어느날 선희는 물고기통졸임이랑 모태주랑 사 들고 독신교원 숙사로 찾아왔다. 옆칸에는 미술학부 독신교원 영호가 있어 좀 불편해도 괜찮았다.

 

정호는 술상에 마주 앉아 선희가 부어준 술잔을 들었다.
“선희, 선희는 정말 예쁘오.”

 

“호호호. 녀자를 처음 봅니까? 그렇게 눈자리나게 봅니까?”
정호는 술을 쭉 내고 술잔을 내려놓으며 선희 옆으로 다가갔다.
“선희, 사랑하오.”

 

“어머, 몇번 안 만나보고 왜 이래요?”
정호가 와락 끌어안자 선희는 두 손으로 밀어냈다.
“첫눈에 반했소.”

 

정호는 선희를 끌어안아 눕혔다.
“이러지 마세요.”
선희는 정호를 밀아내며 포도눈을 흘겼다.
“최선생님, 우린 아직 약혼도 하지 않은 사이입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몸부터 가지렵니까? 남의 마음은 알지도 못하고. 흥.”

 

선희가 거절할수록 정호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덤벼들었다. 정호는 구들에 들어누워 선희를 안아 자기 배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뭔가요?”

 

선희는 정호가 취하는 체위를 보고 의아해했다.
“우린 20대 중반의 처녀총각이오. 개방세월에 어째 어린애처럼 노오?”
“뭘 어쩐단 말인가요?”
“몰라서 묻소?”

 

선희는 포도눈알이 데꾼해졌다.
“이런 남자 처음 봤다. 날 어떻게 보고 이래요?”
정호는 조폭하게 선희 치마를 올리고 팬티마저 와락와락 벗겼다.
“가만 있어요.”

 

선희는 정호의 손을 밀어버리며 우쭐 일어나 앉았다.
‘어쩌려는 건가요? 저를 사랑하는가요?”
“그래. 사랑하오. 나하구 결혼해 살기오.”
“진짜?”

 

정호도 일어나 앉아 정색했다.
“그래. 결혼해 애를 한타스 낳고 행복하게 살기오.”
“네. 저도 최선생님이 마음에 들어요. 저하고 결혼하고 후회하진 않겠죠?”

 

“그래. 후회는 왜?”
“약속해요.”
“약속하지.”
정호는 선희와 깍지걸이를 했다.
선희는 정호를 끌어안고 뒤로 스르르 누웠다.
“아니, 어서 내 위에 올라타오.”

 

정호는 황금희선생이 처음 가르친대로 체위를 취했다.
“아니, 이건,…”
선희는 의아해하며 도리머리를 저었다.
“뭘 꾸물거려? 어서 빨리 올라타라구.”
“이렇게도 하는구만요. ㅎㅎㅎ.”
“그럼 어떻게 해?”

 

선희는 혀를 홀랑 내밀었다. 말실수를 했던 것이다. 드디어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며 정호가 하라는대로 정호 배 위에 올라탔다…

 

그런데 선희가 숫처녀가 아닐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더러운 년, 올라타라고 하니 도리머리를 젓더니, 수상하다 했더니. 꽤나 경험이 있는 년이였어. 자꾸 날 보고 위에 올라타라고 지휘까지 하더니? 흥! 넌 아마 처음부터 그런 체위로 당했는 모양이구나.)

 

“선희는 숫처녀 아닙디다.”
황금희선생은 펄쩍 뛰며 노발대발했다.
“아니, 무슨 소리냐? 남의 녀동생을 벌써 다쳤어? 렴치있니?”
정호는 황선생이 량심없다고 생각했다.
(어쩜 정조를 잃은 녀동생을 붙여놔?)

 

“나무리지 말라. 넌 숫총각이냐? 피장파장이지.”
정호는 억이 막혔다. 순간 황선생이 가증스러웠다. 선생님이 이 지경으로 허위적일줄은 몰랐다.
그런줄도 모르고 황금희의 말은 억이 막힐 지경이었다.
“숫처녀 별 게야? 다 하루 밤 숫처녀지.”

 

“선생님, 난 숫처녀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누가 남하구 살던 녀자를 데리고 살겠습니까?”
황금희선생은 까만 콩알눈으로 흘겨보았다.
“흥! 내 말 알아 못들었니? 숫처녀래도 그래. 하루 밤이 지나가면 모든게 끝이야.”
정호는 머리를 숙인 채 뒤더수기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그렇지. 어찌…?”
“숫처녀 밖에 모르는 놈, 정 그렇다면 결혼한 후에도 숫처녀를 만날 기회가 많찮지? 결혼해 편안한 가정을 이루려면 선희 같은 성숙한 의사를 만나는게 좋아.”
황금희는 정호를 한물 건너간 녀동생한테 억지로 붙여놓으려고 철면피하게 나오기까지 했다.
정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선생님, 녀동생한테 나보다 좋은 남자를 소개해주십시오. 저는 다른 남자들과 살아본 녀자와 결혼하지 못합니다. 숫처녀 아니면 남자관계 복잡할게 아닙니까? 이후에 바람 피우면 어쩝니까? 반금련한테 죽음을 당한 무대랑이 되라고?”
황금희는 정호를 생각하는 것처럼 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널 생각해 의사 녀동생까지 내놓은 것도 모르고. 흥! 정 싫으면 그만둬라. 예술을 하려면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몇번이나 말해줬니? 지금 개혁개방 세월에성해방도 해야 해. 그게 자유이고 성평등이고 예술의 전당에 들어가는 지름길이야. 잊지 말라.”

 

정호는 머리를 숙인 채 황선생님의 집에서 나와버렸다.
(쳇, 숫처녀도 아닌 녀동생을 붙여놔? 날 어떻게 보고. 흥! 생각하는 척하면서 판난 녀동생을 내게 팔아먹자고? 위선자, 날 언제까지 남편대용으로 쓰려고 그래?)

 

정호는 그 후에는 다시 황금희선생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
그후부터 정호는 눈길을 자기가 담임을 맡은 무용학부 녀학생들한테 돌렸다.
(우리 학급 녀학생들 속에는 꼭 내 마음에 드는 숫처녀가 있을 거야.)

 

그는 미녀들이 붐비는 꽃밭에서 순정과 영희한테 눈길을 박았다. 그외에도 놓치기 싫은 녀학생들도 몇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녀학생 있으면 꼭 먼저 숫처녀인가 살아보고 약혼할 판이지.)

 

정호는 추억의 옛 돛배를 타고 여기까지 헤매다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순정이냐? 영희냐? 량손에 쥔 떡을 쥐고 고르고 고르다가 전도를 위해 시위 서기 딸인 순정을 골랐지 않은가? 그런데 애도 낳지 못하는 어애일줄이야. 이젠 각방을 쓰며 살 지경이 되다니? 참 한심하지.)

 

그후 순정과 열련에 빠져 있을 때 우연하게 백화상점 동쪽 큰 길에서 황선희와 딱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최선생님,”

 

황선희가 청포도눈에 웃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정호는 마지못해 인사나 하고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황금희는 달리 나왔다.

 

“결혼했는가요? 최선생님이야 미녀를 얻어 잘 살겠지요?”
“아니, 아직 결혼은…”
“어머, 아직도 결혼 안 했습니까?”
선희는 일루의 희망을 품었을가.

 

“최선생님, 오랜만에 만났는데요. 얘기나 좀 할가요?”
정호는 꼬리치는 선희를 힐끔 마주 보았다. 숫처녀가 아닐뿐이지 순정이나 영희보나 속으로부터 익어 톡톡 터져 단즙을 흘리는 참살구 같아 보였다. 한입 똑떼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아니, 우린 모든 게 끝났소.”

 

순간 숫처녀도 아니면서 주제 넘게 노는 선희가 가증스러웠다.
“좋은 남자를 만나 잘 사오.”
말을 마치자 자리를 뜨려고 했다.
“글쎄 약혼은 못했지만요. 우리 둘이 만났 것도 인연이 아닙니까?”
“인연? 쳇, 좋은 인연이구만.”

 

정호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할 말이 없소. 일이 바빠서. 그만.”
정호는 전도를 위해 리지적으로 맺고 끊으려고 했다.

 

“아니, 약혼하지 못하면 친구로 친하면 안 될까요? 적적하면 저를 찾으세요. 차나 마시면서 한담해도 괜찮아요.”
(더러운 년, 그 주제에 누굴 꼬시려고? 흥!)

 

정호는 꽤나 리지적이었다. 자기 리상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만 들면 가차없이잘라 버렸다.
그러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성욕과 이성에 대한 점유욕은 그로 하여금 기로에 들어서게 만들 때도 있었다.
선희는 언니한테서 정호가 아직 약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실오리만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언니한테서 힌트도 받았다.

 

“영웅도 미녀관을 넘지 못해. 녀자 맛을 들인 정호는 참지 못해. 하루에 서너번씩 그래도 모자랄 때야. 몸을 번져대면 넘어가지 않는가 두고 보자.”
어느날 정호가 퇴근하려고 할 때였다.
선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최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선희인데요.”

 

“무슨 일이오?”
“저녁에 시간 있는가요? 저녁 밥 한끼 살게요.”
정호는 다른 교원들의 눈치를 힐끔 보며 능청을 떨었다.
“오- 누님, 오랜만이오. 어디 있소? 알았소. 곧 갈게.”
정호가 선희를 만난 곳은 근사한 음식점이었다.
“식사나 하며 천천히 말하지 않겠어요?”

 

앙굴알굴하게 파마를 지진 선희는 여느 때보다 청포도쌍까풀눈이 예뻐보였다. 우유빛 가는 목도 꽤나 매력이 있었다. 꼬리치는 녀자를 앞에 두고 먹어치우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를 기만한 황금희 녀동생한테 성적인 보복을 하고 싶었다.
(한번 버무려 놓은바 하고는 실컷 데리고 놀자. 황차 아직 순정과 영희 가운데 점찍어 놓지도 않았고. 그 애들은 종신대사하고 관계되기에 아무래나 데리고 놀수도 없잖은가. 스승이란 존엄도 지켜야고. 언제 마음대로 데리고 놀겠어. 난 순정하구 영희한텐 위선자야, 위선자.)

 

선희를 앞에 두고 속궁리를 번개처럼 굴렸다. 이윽고 그는 선희한테 복수의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오.”
정호는 매끌매끌한 하얀 손을 꽉 잡았다.
“아이고.”

 

선희는 아파났지만 손을 인차 빼지 않고 놔두었다.
(이 남자 굶긴 굶었구나.)
선희는 아주 로련하게 정욕을 참지 못하는 정호를 눈치채고 쌔무룩이 웃음지었다. 그녀는 맥주잔을 들어 쟁그랑 부딪쳤다.

 

“자, 우리 우정을 위해 마십시다.”
“우리 우정, 다 끝난 얘기인데.”
“괜찮아요. 전번에도 말했지만요. 약혼을 못하면 뭐래요? 함께 살지 못하면 그저 친구로 지내도 저는 영광입니다.”
정호도 능청스레 맞장구를 쳤다.

 

“좋죠. 글쎄 황선생님의 면목을 봐서라도 소홀히 대하지 못하지. 무슨 고난한 일이 있으면 말하오. 지금 출근하오?”
선희는 한숨을 호 내쉬었다.
“병원에 출근해요.”
“약혼은 했소?”
“아직은.”

 

선희는 청포도눈을 치켜뜨며 미소를 지었다.
“어디 좋은 총각 있는가요?”
“황의사를 따르는 남자들이 많겠는데.”
“저는 정조를 잃은 녀자여서 누구도 가지려 하지 않아요.”
선희는 음식점 주위 손님들을 둘러보며 혀를 홀랑 내밀었다.
“여기 이런 이야기를 나눌 자리 아니군요. 우리 자리를 옮길가요.”

“그러지.”


정호는 꼬리치는 선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순정이나 영희나 약혼을 하기 위한 미녀후보였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정욕을 식힐 수 있는 미녀후보는 아니였다. 글쎄 조만간에 숫처녀인가 검증은 해봐야 할 일이지만 어리고 숫된 순정이나 영희를 너무 일찍 꺾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순정과 영희만큼은 진지하게 대했다.
선희는 자전거를 타고 어둑시그레한 골목을 벗어나 버들숲이 우거진 강뚝으로 달렸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차 없어 주로 자전거 행차였지.)
“어디로 가오?”
순정이 자전거를 세웠다.
“여기 어떤가요?”

 

어둑시그레한 강가에 버드나무숲이 우거졌다. 강뚝길 옆 수양버드나무가 풀어헤친 아래에 장의자가 누워 있었다.
선희는 장의자에 앉으며 정호를 쳐다보았다.
“조용해 좋구만.”

 

선희는 정호한테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최선생님은 개혁개방 80년대 사람 같잖아요. 어쩜 그렇게 봉건 전통을 고집하는가요? 무슨 정조요? 뭐요? 그런가요? 지금 리몽룡이나 춘향이 어디 있는가요? 쳇!”
선희는 뜻밖에도 정호를 나무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오? 나만큼 개방된 사람 어디 있다고 그러오?”
“글쎄 언니한테서 성격이 호방하고 시원시원하다는 말은 들었는데요. 노는 거 보면 딱 19세기 사람 같아요. 머리채를 길게 기른 옛날 사람 같아요. 봉건통이라구야. 호호호.”
“아니, 누굴 모욕하오?”
정호는 흐물거리는 선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선희는 몸을 탈며 수다를 떨었다.
“숫처녀면 어떻고 정조면 뭐라나요? 다 하루 숫처녀지. 진정 녀자맛은 그래도 성숙미 있는 녀자지요. 의학을 배운 나만큼 섹시하고 지적인 녀자 몇인가요?”
“에이구, 자기 절로 짧은 바지 춰올리면서.”

 

정호는 선희 볼을 쥐여 살짝 꼬집어놓았다.
“아갸갸. 남의 처녀를 왜 이래요? 류망 같은게.”
“류망이면 어떻고 숫처녀면 어떠냐?”
선희는 정호를 떠밀어내며 웃었다.

 

“내하구 약혼도 하지 않겠다면서 이게 뭔가요?”
정호는 선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만둔 남자한테 꼬리치는 거 어쩌겠니?”
“글쎄, 나도 몰라요. 이게 개방세월이 돼 그렇겠지.”

 

“개방? 그래 선희는 얼마나 개방돼 남을 봉건통이라고 하오?”
“이미 최선생님한테 개방하지 않았는가요? 최선생님이라면 언제든지 개방할 수 있지요. 호호호.”
“그래?”

 

그들은 수작을 하며 저도 몰래 한덩어리로 돼 장의자에 누웠다. 정호는 또 습관대로 선희를 자기 배 위에 올려놓으려고 버둑거렸다.
“이번엔 이 체위로 하지 마세요. 최선생님이 올라타세요.”
“어쩨?”

 

“전 이런 체위에서 오르가즘에 오르지 못해요.”
“그래? 난 이러면 좋던데.”
정호는 선희의 풍만한 젖가슴에 미칠 것 같았다. 순정이 밋밋한 가슴보다는 완전히 달리 매력이 있었다. 순정에게서 잃은 것을 선희한테서 찾으려고 들었다.
선희는 밑에서도 계속 희희닥거리면서 종알거렸다.
“경험이 꽤나 있군요. 최선생님도 숫총각이 아니군요.”
“그런 말 말고 집중해. 또 고조에 이르지 못하고 날 나무리지 말라.”

 

“아이유, 죽여주는구만요. 꽤나 재간 있구만요. 이게 어디 녀자를 한두번 재낀 솜씬가요? 숫총각 아니면서 누굴 숫처녀 아니라고 나무라는긴. 호호호.”
“잔말 말아. 누가 듣겠다.”

 

한번이 있으면 두번 있기 마련이었다. 남자와 녀자를 알만큼 아는 정호와 순정은 정욕을 참지 못할 때면 자주 만나 즐겼다. 그것은 절대 약혼을 념두에 둔 련애가 아니였다. 그러므로 정호는 순정이랑 영희랑 학생들의 눈을 피해 암암리에 놀아야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호텔이나 다방 같은 편리시설이 없어서 야외에 나가 즐겨야 했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맥이 드는줄도 모르고 망아산 올리막길을 달려올라가 수림 속에 들어가 즐기기도 하였다. 정호는 선희의 망글망글하고 통통한 젖가슴 생각이 나면 불러내 망아산 소나무 숲으로 끌고 가서 즐겼다. 그는 순정과 영희와 사귀면서도 선희의 그 초두부 같은 젖가슴을 놓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순정과 결혼해 살면서도 선희를 놓아주지 않고 종종 찾아 순정에게서 가지지 못한 것 가지고 즐겼다.

 

(지금은 호텔이나 다방이 있어 얼마나 편리한가. 자가용도 있어 바람 피우기는 편리하지.)
정호는 지나간 세월 어렵게 바람 피우던 일을 회억하며 한숨을 후- 내쉬었다.

 

망아산 수림 방공호 속은 정호가 선희와 암암리에 만나 즐기는 곳으로 선정되였다. 소나무숲 속에 70년대에 파놓은 방공호가 수풀 속에 깊숙이 누워 있었다. 이 곳은 정호가 자주 순정이랑 영희랑 데리고 들놀이를 왔던 수림이었다. 아주 익숙하고 정든 곳이었다. 그런데 두루 소나무를 살펴보니 누군가 방공호 옆에 서 있는 한 소나무에 "사랑"이란 글자를 새겨놓지 않았겠는가. 사실 그 "사랑" 글자는 문걸과 영희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사랑을 불사르면서 새겨놓았던 것이다. 이 곳은 암암리에 사랑을 나누는 천혜의 련애장소로 되였다.

 

우거진 소나무와 수풀이 방공호를 뒤덮고 있어서 방공호 속에 들어가면 머리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남녀가 끌어안고 뒹굴기 안전한 천혜의 지형이었다. 누가 오면 수풀이 우거진 방공호를 통해 깜쪽 같이 소나무숲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정호와 선희는 망아산 수림 속에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 수풀이 우거진 전호 속에 들어가기 바쁘게 불덩이처럼 정욕으로 달아오른 몸뚱이를 끌어안고 뒹굴었다. 아무런 말이 필요없었다. 홧홧 달아오른 젊은 몸이 세차게 부딪치고 요동치며 신음소리, 비명소리가 울렸다. 마른 장작 같은 두 몸이 화로처럼 홧홧 달아올랐다. 합선된 전기선 량극에서 무섭게 타는 소리와 함께 불찌가 뚝뚝 떨어졌다.,,

 

한번, 두번, 몇번이고 정열을 토해내고 헐떡이며 맥없이 나란히 쓰러졌다.
선희는 정호의 팔베개를 베고 나란히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빨간 앵두입을 열어 종알거렸다.
“최선생님, 저 하얀 꽃구름이 흐르는 파란 하늘을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아직 채 식지 않은 열몸을 시원히 목욕시켜주었다. 솔향기와 풀내음이 솔솔 풍겨왔다. 땀에 절은 두 청춘의 향기가 수풀 속으로 서서히 피여올랐다.

 

“어 산바람이 시원해.”
“산바람이 아니죠. 색깔바람이 시원한 거죠. 호-“
“섹낄바람? 그래. 시원한 섹스바람이라구 해라. 허허허.”
“쉿- 누가 듣겠어요.”

 

선희는 식지를 정호의 두툼한 입술에 댔다.
“날씨도 좋고 가을 하늘도 그림처럼 아름답죠?”

 

정호는 선희의 목을 끌어안고 망글망글한 우유빛가슴을 매만지면서 진정을 토했다.
“그래. 하늘이 아름답고 제 백설 같은 몸 육체미는 더욱 아름답소."
선희는 정호 이마의 기미를 식지로 매만지면서 종알거렸다.
"아, 이 기미를 보세요. 녀자 복이 있겠다."

 

"그래? 아직은 그런 복 없는데."

 

"녀자복 있기에 오늘도 녀의사하구 혼이 하늘로 날아올라가듯 놀았지. 오늘 기분 좋았지요?"
"오, 그래. 기분도 진짜 황홀했소. 선희를 이렇게 안고 죽어도 한이 없을 거 같소.”
선희는 몸을 탈며 반쯤 일어나 앉더니 만족감에 푹 빠진 정호의 우먹눈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종알거렸다.
“그럼 우리 오늘처럼 살맛나게 함께 살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허허허. 건 안되오. 숫처녀 아닌 걸 알고 난 살지 못하오.”
선희는 정호의 칼날 같은 코마루를 살짝 꼬집어 비틀어놓았다. 뒤이어 열변을 토했다.
“다 거짓말. 보세요. 숫처녀 아니라도 얼마나 기분좋게 살았는가요? 안 그래? 고까짓 숫처녀 딱지 없다고 살지 못한다는 건 없잖아? 난 아직도 처녀의 성적인 매력이 있단 말이야. 안 그래?”

 

순간 정호는 금방까지도 꽉 조여주던 순정의 속살을 떠올렸다. 숫처녀는 아니였지만 애를 낳은 황금희선생보다 너무나도 달랐다. 그 빳빳한 자극에 미칠 것만 같이 격정이 넘치지 않았는가. 선희는 확실히 40대 언니보다 흥분도 빨리 되고 속살도매끌매끌해 정호로 하여금 온 몸이 짜릿하게 미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평생 데리고 살 녀자은 아니였다.
“지금 어느 세월인가요? 숫처녀구 뭐고. 살기 좋으면 되는거지.”

 

정호는 선희를 밀어내며 천천히 수풀 속에서 일어나 앉았다.
“임시 노는 건 노는게구. 종신대사는 다른 거지. 지금 이 시각에도 자꾸 선희를 누가 다쳤을가? 자꾸 모를 사내 그림자가 떠오른단 말이야. 자꾸 안개 속에 떠오른 검은 그림자 같소. 어떻게 검은 사내 그림자를 떠올리면서 한뉘 살겠소? ”
“에이, 숫처녀가 그렇게 값진가요? 내 처녀딱지 없는게 죄지. 숫처녀보다 뭐가 모자래요? 최선생 그 기미 녀자 복이 될 수도 있고 화로 번질수도 있습니다.”

 

선희는 정호를 훌 밀어내고 속옷을 주섬주섬 주어입으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날 그 놈새끼를 따라간게 죄악이지. 이제 후회한들 어쩌겠소.”
정호도 일어나 옷을 주어 입으면서 물었다.
“그래 누가 저를 해쳤소?”

 

“묻지 마세요. 그런 놈 하나 있습니다. 그 놈 내 전도를 망쳤어요. 그 놈 때문에 숱한 총각들 최선생처럼 날 만났다가도 숫처녀 아니라고 그만 뒀지요.”

 

정호는 선희가 자기와 속심의 말을 터놓고 하는 것에 저으기 놀랐다.
“처음 만난 남자 뭘 하는 남자요?”
“묻지 말라는데. 그 놈 새끼 생각하면 악이 딱딱 납니다.”
“그래 그만 놔뒀소?”

 

“가만 놔두긴. 그 놈새끼 날 병원에 배치해준다면서 해칠줄은 몰랐지요.”
“병원 의사요?”
“원장 놈이죠.”
“그래?”
“숫총각이면 괜찮지. 날 다쳐놨다고 물고 늘어지면 함께 살기라도 하지. 늙다리 같은 놈, 색마 같은 놈. 직업을 해결해 주고 숫처녀 몸을 망쳐놓지 않았겠습니까.”
“그래. 그 원장 지금도 저네 병원 원장질을 하오?”
“네.”

 

“아니, 그런 놈을 가만 놔뒀소? 검찰원 반부패탐오국이나 법원에 소송할게지.”
선희는 브래지어를 풀숲에서 찾아 털럴이는 풍만한 가슴에 끼면서 말했다.
“처음엔 그럴가 했지요. 그런데 언니 말리더군요. 원장은 언니 고중 동창생이래요. 언닌 일이 그렇게 된바하곤 원장을 물어먹어야 내게 생기는게 뭔가 하더군요. 언닌 원장 꼬리를 물고 늘어져 돈도 빨아내고 승급도 하면 좋지 않은가고 했지요. 그 말에 좀 일리 있는 것 같아 놔뒀지요. 소송하면 원장은 끝장날지 몰라도 소문나면 나도 어떻게 머리 들고 살겠는가요?”

 

후에 정호는 저으기 선희가 불쌍해났다.
(선희를 동정해 위안하느라고 그랬는가. 아니야. 둘 다 서로가 수요돼 그랬겠지.)

 

정호는 선희와의 일을 쭉 회상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선희는 정호가 젤 오래 데리고 논 녀자였다. 또 잊어지지 않는 녀자였다. 비록 둘 다 이젠 예순고개를 바라보지만 마음 속에, 뼈속에, 뇌리에 들어박힌 녀자였다…
정호는 이제껏 순정을 눈을 피해 암암리에 숱한 녀자들과 바람을 피웠다. 제딴에는 이제껏 순정에게 들키지 않고 한뉘 즐겁게 놀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날 바깥에서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바람 피우고 집에 들어와 실수했다.
정호는 혹시 전번에 영희가 상해에서 돌아온 날 마중나갔다가 주차장에서 영희하구 그런 걸 눈치챈 것 같아 열정을 보이려고 들었다. 그런데 그날도 바깥에서 술 처마시고 바람 피우고 들어왔던 것이다. 그는 바깥에서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보이려고 순정한테 달려들었다. 이제껏 아무리 한동이나 부어넣어도 애도 생기지 않는 마른 방아 같은 순정에게서 정이 떨어진지도 오랬다.

 

그 보름달하고는 격정이 사라진지 오랬다. 설상가상으로 순정이 의무적으로 들이대는데다가콘돔까지 끼우는 바람에 아무리 식은 땀을 흘리며 씩씩거려도 짜릿한 감이 없었다. 전기 통하지 않고 불찌는 더구나 말할 나위조차 없어졌다. 그리하여 정호는 억지로 금방 즐기던 미녀의 얼굴과 섹스과정을 회상하면서 미녀들의 기를 빌어 간신히 입내를 낼 수 있었다.

 

“수고했소. 옛소.”
일을 마치자 정호는 습관대로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한장을 꺼내 순정한테 주었다.
“이건 뭔가요?”
“팁이오.”
“네? 팁?”

 

순정은 와닥닥 일어나 지전을 정호의 우먹눈 앞에 쳐들어 흔들었다.
“야, 이 놈아, 내게도 팁 주니? 어디 가 바람피우고 항상 팁 백원씩 줬는 모양이구나. 탄백햇! 아가씨들 몇백명 재꼈니?”
“아, 어, 그거… 그런게 아니라니까.”
아차, 그제야 정호는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남새를 사라고 주는 거야.”

 

“거짓말, 술에 취해 집인줄도 몰랐지? 안마방 아가씨하구 그랬는가 했지? 맞지? 말했! 이놈아!”
“됐다, 됐어. 너하고 살지 않았니? 바낕에서 바람 피웠으면 무슨 맥이 있어 너하구 그렇게 격렬하게 살았겠니?”
“아니야. 넌 항상 우뢰만 울고 비는 오지 않았어. 난 오르가즘에도 오르지 못했다. 내 몸 안에 옛날 그 사랑에 넘친 뜨거운 정열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어. 퉤, 그러고도 신통히 입내를 내? 신음소리까지 내구.”
“아니, 계속 의심하겠어? 그럼 리혼하자. 서로 의심하면서 함께 살게 뭐야?”
“뭐? 리혼?”

 

순정은 까만 포도알눈을 부릅떴다.
“쩍 하면 보름달이 어떻구, '사랑하는 황후 어떻구' 지껄이더니, 다 파먹은 김치독이라고 헌신짝 차버리듯 해? 량심없는 놈, 배신자! 위선자, 리혼하자면 못할 거 같니? 래일 당장 리혼하자.”
"에이, 에이,"

 

이쯤 됐는데도 정호는 헤헤 웃으며 순정을 얼리려고 쇼를 했다.
"사랑하는 황후님, 엊저녁 밤잠 제대로 자지 못했나? 왜 아침부터 어린애처럼 서적을 쓰느냐? 헤헤헤."
"메스껍다. 황후는 무슨 황후야."
"그럼 사랑하는 내 안해!"

 

"누가 네 안해를 해? 밥 끓여주고 빨래하는 보모 하라고?"
"한뉘 애도 못 낳은 널 황후처럼 모셨는데도 뭐가 모자라 이래?"
순정은 끝내 울분을 토해냈다.

 

“네 놈이 누구 덕에 국장자리까지 올라갔어? 초보 무용교원이 헬기 타고 과장 되고. 부국장, 국장까지 됐잖아? 풀밭에 머리를 파묻고 일하던 네 숱한 동생들을 하루 밤 사이에 울 아빠 자동차로 시내에 실어들여 시내 호구까지 올려 줬잖니? 그게 다 누구 덕이냐? 그런데 뭐가 모자라 계속 바깥에 나가 바람 피워? 어디 녀자 없어서 처제하구도 그래? 동네

 

망신스러워서 어떻게 살겠니?”
그녀는 분하고 원통해 이불을 들쓰고 대성통곡쳤다…

/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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