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희미한 방
할머니 외로이 앉아 있다.
앙상하고 투박한 손으로 옛 기억을 더듬는다.
한 조각 또 한 조각
빛 바랜 옛날 사진 속
세월의 퍼즐을 맞춘다.
할머니 손에 쥔 한 조각
너무나도 아득한 옛날이다
예쁜 딸애가 부모와 다정히 찍은 흑백사진
또 한 조각
그 속엔 아릿다운 아가씨가 있다
옆엔 난생 처음 본 무서운 남정이 있다.
그때 할머니 꽃 나이 16세
또 한 조각 쥐었다.
할머니는 그윽토록 바라본다.
얼굴에 갖다 부빈다. 눈물이 난다.
먼저 하늘나라 간 아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할머니는 추억과 슬픔에 잠긴다.
요절한 독남이 할머니 심장 한 조각을 뜯어갔다.
몇 해 전엔 의지하던 영감도 한 조각을 뜯어갔었지
홀로 남은 추억의 방에 그림자만 떠나지 않고 마주앉았다
/청솔 리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