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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날개 퍼득이더니 산야에 부채살 펼쳐 놓는다 비둘기 부리 닦으며 애정연가에 목청 돋궈간다 시내가 버들가지 휘여 잡고 그네 뛰는 노란 버들개지. 언 땅에 몸 비벼가는 새 싹들 묵은 티 벗어 던지고 여린 두 팔 벌리고 기지개 켠다 개나리 머리에 노란 리본 달고 웃음 지으며 나들이 나선다 애꿎은 보슬비 대지의 가슴 헤치고 달래와 냉이를 애무한다 봄은 겨울의 모진 아픔 베어 버리고 아지랑이 잡아타고 향기로운 내음을 온 누리에 풍겨간다 벚꽃 가지마다 촘촘히 꽃잎이 매달려 화사하게 웃음 짓고 휘파람 부는 바람에 하얀 떡가루 사면팔방에 날린다 향연이 하늘 땅 뒤덮어 가고 짧은 기억이지만 봄내음 구곡간장 녹인다 한순간의 화사함에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면 애정도 마찬가지이리라 여안은 남자에게서 받았던 사랑의 정열과 기억만으로도 한평생 살아가도 원망 안 한다 향기로운 하얀 꽃 보라 여인이 걸어가는 머리우에 내려앉으며 축복이 되여 준다 찔레꽃 가시덤불 몸에 감고 저리고 아픔의 세월 지나 아름다운 시절 맞이한다 설음이 울컥 솟고 가슴 허벼 내고 도려낸다 기다림은 피물들어 빨갛다 봄이 다시 돌아 와도 님 떠난 기억이 까만데 봉긋한 모습 터질 것만 같다 아지랑이 따뜻이 어루만져 주면 고마움 견디다 못해 가슴 헤쳐 빨간 살갗 드러내 보이고 향수 짙어 길손들 마음 사로 잡는다 /신정국 2021년 6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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