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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졸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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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5-17 19:40 조회2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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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빠, 미리 유서를 써놓으세요."

며칠 후 문걸의 병세는 놀랍게 급호전돼갔다. 백지장 같던 얼굴에도 벌거스름하게 피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식사할 수 없고 대변을 보지 못했으며 링겔에 의해 버텨냈다. 운남 “백약”을 먹을 때에야 비로소 찬물이라도 몇모금 마실 수 있었다. 위혈관이 확장되면 또 위출혈을 할가봐 따가운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해 찬 샘물을 마셔서 위통증이 심해 참고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삶의 희망이 샘솟는 것 같았다.

 

간호원이 들어와 손등에 꽂은 링겔주사바늘들을 쏙쏙 빼버리고 산소호흡기를 떼냈다. 뒤이어 김춘희의사와 간호원, 간병원이 안간힘을 다해 문걸을 안아 휄체어에 앉히고 밀고 병실을 나갔다.

(어디로 갈가? 태평방에?)

 

문걸은 질겁했다. 그는 자기가 죽음 앞에서 뜻밖에도 가물의 실돌피처럼 취약할 줄은 몰랐다. 다행히 휄체어는 문 앞을 지나갔다. 태평방은 병실에서 십여메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건만 그때만큼 가까우면서도 멀어보이기는 진짜 이상하였다.

 

춘희의사는 문걸을 피뜩 보고 위안의 말을 몇마디 하였다. 문걸이 아무리 찬찬히 뜯어봐도 안경을 건 춘희의사의 눈은 쌍까풀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등산대 김춘희 아니란 말인가? 말소리는 비슷한데. 아니야, 등산대 춘희의 눈은 분명 쌍까풀눈이야. 머리도 어깨 넘어 굽실굽실 파도 치는 커피색머리였어. 등산대 춘희는 자영업을 해서 아주 자유롭다고 한 적이 있지 않았는가.)

 

춘희의사는 당직의사여서 다른 급진환자들의 병실에 총망히 들어갔다. 문걸은 춘희의사의 하얀 뒤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확실히 커피색머리 아니라 까만 단발머리였다. 그는 속절없이 등산대 춘희기를 바라는 가련한 자기를 발견하였다.

 

등산대 춘희는 등산대를 따라 장백산에 등산하러 갔다가 만난 녀자친구였다.

 

그날, 그들은 등산을 마치고 원시림 속에 자리잡은 호텔에서 술상을 차려 알찌근하게 마시고 노래방기계를 틀어놓고 마음껏 노래하며 춤판을 벌렸다.

 

나중에 일어난 춘희는 마이크를 잡더니 청아한 목소리로 “찰랑찰랑”이란 노래를 아주 경쾌하게 불렀다.

문걸은 체면을 잃고 일어나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그날 밤에 문걸은 경쾌한 노래에 맞춰 그녀와 손에 손잡고 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즐겁게 사교무를 추었다. 그때부터 문걸은 춘희를 “찰랑찰랑”이라고 별명을 지어 불렀다.

 

“찰랑찰랑, 오늘 등산대그룹에서 훈춘 경신 부근 두만강변으로 간다는데 가지 않겠소?”

“화가선생님께서 부르면 무조건 가야죠. 훈춘은 저의 고향인데요. 호호호.”

영희와 별거한 후 춘희는 적막강산에서 헤매는 문걸에게는 얼마나 크나큰 정신위안으로 되였는지 모른다.

 

춘희를 떠올리는 순간, 그녀가 부른 “찰랑찰랑” 노래소리가 귀전을 때리는 상 싶었다…

간병원과 간호원이 문걸을 밀고 승강기에 앉아 2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이 줄느런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원이 서찰에서 뭔가 꺼내 문걸한테 보이면서 나직이 말했다.

“오늘 위장경을 해보면 병인이 확진될 거예요.”

그제야 문걸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급진구급환자였기에 먼저 위장경진료실에 밀려들어갔다.

의사들과 간호원들이 문걸을 진료침대에 눕혀놓고 둔부에 마취주사를 놓았다. 잠시 후에 문걸은 마취돼 굳잠에 빠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문걸이 깨났을 때는 급진실의 간호원이 자기를 휄체어에 싣고 복도로 밀고 나가고 있었다. 마취된 미열에 아직도 머리가 흐리터분하였다.

대기실에서 정호와 순정, 간병원이 마중했다.

 

“위장경검사결과 어떤가요?”

간호원은 그저 담담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대장에 종양이 여러개 있더래요. 종양모양을 봐서 악성 종양은 아닌 거 같아요. 이제 래일 쯤에 병리분석결과 나오면 알게 돼요.”

 

문걸은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차라리 암에 걸렸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는게 얼마나 피곤한가. 훌 죽어버리면 얼마나 편안하겠는가. 모든게 끝나겠는데…)

 

래일이면 사형선고를 받을지도 모를 판이였다. 병실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간호원이 산소호흡기를 달아놓고 나갔다.

그날 깊은 밤에야 정호와 순정이 돌아갔다.

문걸이 살펴보니 간병원이 침대 옆에서 걸상에 앉아 끄떡끄떡 자불고 있었다.

문걸은 간병원의 눈치를 흘끔흘끔 훔쳐보면서 주사바늘을 쏙 뽑아버리고 산소호흡기마저 훌훌 떼버렸다.

때마침 간병원이 눈을 떴다.

“왜 이래요?”

 

그녀는 황망히 병실에서 달려나갔다.

이윽고 복도에서 급촉한 발걸음소리들이 가까와졌다.

춘희의사와 간호원이 황급히 달려 들어왔다.

 

춘희의사는 문걸이 이렇게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그녀들은 부랴부랴 산소호흡기를 달고 주사바늘을 손등에 꽃으려고 애썼다. 문걸은 손을 마구 휘두르며 협조하지 않았다.

 

춘희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

“왜 이래요? 이렇게 합작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중병을 치료해요? 겨우 구급해놓으니 왜 이래요?”

문걸은 춘희의사가 사무럽게 나올줄은 몰랐다.

 

춘희의사와 간병원 만금이 문걸의 두 손을 꽉 누르고서야 간호원은 억지로 손등에 주사바늘을 꽂을 수 있었다.

 

급보를 받고 정호와 순정이 달려왔다.

정호는 춘희의사한테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뭔가요?”

“얘네 화장실입니다.”

 

춘희의사가 핸드폰의 동영상을 들여다보며 경악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피범벅이 된 변기와 위생실 땅바닥이 나타났다. 한심한 것은 화장실로부터 출입문까지 피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춘희의사는 정호와 순정을 복도에 데리고 나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본인은 세번 설사한 거 같다고 하지만요. 혈변을 본게 확실해요. 구급실에 5분만 늦어 갔어도 생명이 위험했어요. 혈변이 너무 심해 자칫 구급해도 뇌혈공급이 부족해 뇌세포가 죽어요. 그럼 살아나도 식물인이 되죠. 진짜 기적이예요.”

 

정호는 버릇처럼 몇오리 안되는 긴 머리카락을 쓸어 번대머리를 덮어놓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였다.

춘희의사는 다시 병실에 들어가 문걸한테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위장경을 했는데요. 초보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밤중에 공복에 아스피린을 잡쉈기에 혈변을 본 거 같아요. 대장 종양이 터지면서 혈변을 볼 수도 있는데요. 지금 종양 모양을 봐서 악성 종양 같잖고 대장종양이 혈변원인일 가능성은 적어요. 병세는 날마다 기적적으로 호전되고 있어요. 안심하고 병치료에 잘 협조해 주세요.”

 

춘희의사와 간호원이 나간 후 정호가 말렸다.

“문걸아, 못난 짓 하지 말라. 완강한 정신과 신심으로 병마를 이겨내야 해. 죽을 용기가 있으면 왜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왜 살려는 의지는 없는 거야. 죽은 정승보다 산 개가 낫다잖니? 벌벌 기여서라도 살아나야 해.”

 

문걸은 그 말이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겐 이젠 아무 것도 없어. 세상에 믿을만한 처자도 없다. 누굴 믿고 이 세상에서 고통스레 살아야 하는가.)

 

문걸은 한편으로 아직도 자기가 처자들한테 기대고 싶어하는 간사한 마음에 놀랐다.

(아니야, 절대 처자들과 걸버무리지 말아야 해. 난 살아도 혼자 살아야 해.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아야 해. 이제 와서 돌아설 수 없어. 절대 물러설 수 없어.)

 

점심이 거의 돼 딸 지예한테서 핸드폰 화상통화벨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아마 정호와 순정이 알린 것 같았다.

문걸은 핸드폰을 받지도 않았다. 그러자 단신이 오지 않았겠는가.

 

아빠, 몹시 편찮은가요? 진작 알리지 않고 뭔가요? 제가 이제 단위에 청가 맡고 곧바로 아빠한테 날아갈테요. 엄마한테도 알렸는데요. 병원에 갔다고 하던데요. 아빠, 딸의 말 듣고 절대 엄마하고 갈라지지 말아요. 이럴 땐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고 하잖아요. 아빠, 딸이 갈 때까지 꼭 도정신해 건강하게 계셔요.

 

아빠가 사랑하는 딸 지예.

 

딸애의 단신을 보고 문걸은 저도 몰래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뒤이어 떨리는 손으로 단신을 보냈다.

 

지예야, 고맙다. 회사 일 바쁘겠는데 절대 오지 말라.

 

문걸은 죽으면서 애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에 메시지를 썼다가 지워버렸다.

(지예야, 넌 에미를 몰라도 너무나도 모르는구나.)

 

래일이면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를 앞두고 그는 끝없는 상념에 잠겼다. 언제 저승사자가 들이닥칠지 모를 상황이 아닌가.

 

창문 밖에서는 염라전에 흩날리는 지전 같은 함박눈이 펑펑 흩날려내린다. 그는 절망 밖에 쏟아지지 않는 것 같은 그 창문을 내다보며 별의별 생각을 다하였다.

(에잇, 저 창문으로 훌쩍 뛰여내리면 모든 것이 끝나겠는데. 에잇, 침대에서 일어날 맥이 있어야지. 사는게 정말 귀찮아. 진짜 생사피로야.)

 

그는 래일 사형선고를 받기 전에 한평생을 피뜩피뜩 돌이켜보니 마음이 아팠다.

 

(이제껏 얼마나 살자고 애를 썼던가. 뉘 창고자리에 구들을 놓은 세집에 첫날 이불을 펼 때 속으로 피눈물인들 얼마나 흘렸던가. 코구멍만한 세집에서도 구들농사만은 잘해서 아들 낳고 또 딸까지 낳았지. 아침에 일어나면 물독이 떵떵 어는 세집에서 살면서도 사랑만은 뜨거웠지.

 

그 사랑의 힘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꿈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려고 바둑거렸고 인생의 허무함을 억지로 달래지 않았던가. 새도 둥지 있는데 어찌 사람이 집도 없이 살겠는가. 아들딸 데리고 세집을 벗어나 자기 벽돌집에서 살려고 얼마나 기를 썼던가. 단위의 번중한 건축설계임무를 완수하고 과외로 광고설계도 하고 건축공사에 돌아다니면서 아빠트재건축설계를 맡아다가 밤늦게까지 설계해 돈을 벌었댔지.

 

가만가만 미녀모델들을 모집해 루드인체화도 그려 팔아 목돈을 벌어들였지. 우린 끝내 시내 복판에 우리 둥지를 마련했지. 집들이에 앞서 택일을 해서 옥수수 이삭 몇개를 가지고 우리 새 아빠트에 가서 먹으면서 한평생 그 새 집에서 깨알이 쏟아지게 살자고 맹세까지 하지 않았던가. 우리 둘만이 새 집에서 사랑의 장작더미를 활활 불태우면서 랑만적인 하루 밤을 지새우지 않았던가. 아,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때 힘들게 살았지만 제일 행복했지.)

 

여기까지 돌이키는 순간 저도 몰래줄 끊어진 구슬처럼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우리도 젊어서 한때는 재미나고 행복하게 산 적도 있었지. 그때 영희는 얼마나 아름다웠고 고마웠는가.)

 

가무단에서 한다하는 무용수였지만 뉘 창고자리 세집에서 살면서도, 예술인의 자존심에 허락되지 않아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언제 한번 툴툴거린 적이 없었다. 농촌의 앓는 부모를 모시고 산다고 허물한 적이 없었고 뇌출혈한 시아버지 뒤바라지를 하면서도 언제 한번 상을 찡그린 적이 없었다. 숱한 이쁜 녀모델들을 묻혀가지고 다니며 루드 인체화를 그려도 언제 한번 얼굴을 붉힌 적이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영희는 나를 싫어했다. 아, 그래. 퇴직을 앞두고 눈에 뜨이게 신경질이 많아졌지. 맨날 시부모와 시형, 시누이들이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는지, 주는 건 없고 끌어가기만 한다는지. 녀성의 활력소나 다름없는 그것이 간 후부터 웬 영문인지 남편이 싫다는지 하면서 잠자리도 갈랐지. 한 이불에 들자고 하면 활활 밀어놓으면서 이불을 안고 다른 침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두덜거렸지.

 

‘이젠 예순이 다 된 령감이 아직도 그 지랄하려고 승냥이처럼 달려들긴! 흥!’. 젊어서 그렇게 부드럽던 목소리도 악청으로 변해 앙칼졌다. 갱년기종합증인지 녀모델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수림 속에 가서 루드유화를 그리는 것도 못하게 했지. 그래서 몇번이고 국제인체화전시회에도 참가할 기회마저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문걸은 밑도 끝도 없는 씨꺼먼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상 싶어 가슴이 숨막힐 듯이 갑갑하고 고통스러웠다.

 

(나의 예술생명을 위해 부끄러움도 잊고 미녀모델들 대신 직접 모델을 서주던 영희 같잖았어. 이젠 사랑도 전도도 다 망쳐먹는 장애물로 돼버리지 않았는가. 명색이 안해지만 갈라 산지도 천날 하고도 꼬리 붙지 않는가. 나이 들어 육체는 늙어가고 사랑은 메말라가고 서로 염오하면서 더 살 멋이 있겠는가. 물론 부모가 갈라지거나 내가 자살하면 아들딸한테는 큰 타격이 될 거야. 그러나 자식의 위신을 보거나 사회 체면을 봐서 억지로 산다는 건 없잖은가?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한 지붕을 쓰고 사는 건 무리야. 비도덕적이야. 아니, 범죄야.)

 

밤중에 핸드폰에서 위쳇 신호가 들렸다. 열가 말가 하다가 혹시 춘희 단신이 아닐가는 미련에 핸드폰을 들었다. 뜻밖에도 지예의 단신이 또 떴다.

 

아빠,

딸이 가지 못한다고 욕하지 마세요. 래일 단위 년말총화문예야회에서 사회를 맡게 됐어요.

 

아빠, 절대 짧은 생각을 하지 말고 완강한 의력으로 살아야 해요.

 

아빠는 아들딸을 시집장가 다 보내고 집도 다 장만해 주고 아무런 부담도 없이 재미나게 살 한창 년세인데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세요.

 

한가지 부탁드립시다. 절대 리혼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다 재혼하면 이담 유산 누구 좋은 노릇하겠어요? 아빠가 화실마저 뉘네 개쌍년 밑구멍에 처넣으면 어떻게 해요? 귀여운 딸한테 맨물도 남기지 못할 거 아닌가요?

 

좋기는 미리 딸한테 화실을 넘겨준다고 유서라도 작성해 놓으세요. 이담 오빠하고 티격태격 송사놀음을 하지 말게 말이죠. ㅎㅎㅎ.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딸 지예 재삼 부탁드려요…

 

문걸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어 억이 꽉 막혔다.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키운 딸앤가. 참, 지금 애들은 곱게 자라서 자사자리해. 모든 건 자기 중심이야. 에잇, 훌 죽어버리면 다야. 애들한테 부담도 주잖고…)

 

한밤중까지 문걸은 끝없이 고민하였다.

 

(에이, 지금 애비는 생사선에서 헤매는데 새끼들이 유산분쟁을 시작하지 않는가. 훌 죽어버리면 다야. 보지 않으면 약이야. 아예 래일 사형선고를 받았으면 좋겠어. 훌 죽어버리면 모든 생사피로에서 홀가분하게 해탈될게 아닌가.)

 

간병원마저 곤해 옆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그 틈을 타서 문걸은 산소호흡기를 슬쩍 떼내고 링겔줄을 입으로 물어 끊어버렸다. 안간힘을 다해 모로 누워 침대 아래 쪽으로 손을 드리웠다. 뻘건 피가 링겔줄을 따라 주르르 땅바닥에 흐르기 시작하였다…

/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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