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가면 내가 살던 집이 있다 처마 밑 추녀 끝에 내 동년의 꿈이 걸려있고 마당 앞 사과나무에는 내가 살아온 세월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마을 앞 냇가에 병아리 같은 버들개지 몽실몽실 그네를 타면 버들가지 꺾어서 풀피리 불었고 삼복의 무더위 피해 멀리 빠훌리강에서 미역을 감고 가재와 메기를 잡아 온집식구 오구구 모여 앉아 매운탕으로 더위를 달랬다 고향에 가면 내가 살던 집이 없다 도시로 모두 떠난 고향은 내 꿈도 사라지고 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은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덮어버렸다 단풍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 눈도 마음도 풍년이다 하나 둘 깃털처럼 날리는 낙엽 눈도 마음도 흉년이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하고 낙엽이 타는 소리에 가슴도 따라 탄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무가 잎을 떨구는 이유를 겨울이 가고 다가오는 봄을 위해 눈마다 새 잎을 달려는 지혜를 /허명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