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즐기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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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5-26 20:02 조회306회 댓글0건본문
나도 어느 사이 며느리까지 본 시어머니가 되였다. 중년을 즐길 틈도 없이 노년으로 다가가던 2020년 1월, 내가 고향 집으로 갔을 때 나의 시어머님께서는 나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셔서 이쁘게 수놓은 울 코트를 사주셨다. 어머니의 마음이 고마워서 나도 어머님께 울 세타와 가디 건을 사드렸다.
어머님과 나는 모두 교원 출신이라 30여 년간 고부간에 대화도 잘 되고 정도 두둑이 쌓았다. 나는 어머님의 팔장을 끼고 계산대에 가서 가방안의 돈 봉투를 척 꺼내여 현금으로 계산했는데 어머님께서는 핸드폰(支付宝)으로 멋지게 계산하시며 으쓱하여 나를 쳐다보셨다. 택시 타고 가자고 하시면서 전화로 단골 택시를 “콜” 하시는 멋진 모습도 보여주셨다. 나는 어머님께 “신랑한테 전화하여 자가용 가지고 오라하면 되죠.”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출근한 사람 부르지 말어라.”고 하시면서 아들 사랑을 며느리인 나한테 보여주셨다. 마치 “너도 네 아들을 이렇게 아껴라”하는 가르침 같았다. 사실 나의 신랑은 출근했어도 2선에 물러났기에 별로 바쁜 일은 없었다. 나는 어머님께서 젊은 나보다 더 세련되고 현대식 생활을 하심에 놀랐다.
1930년생인 어머님께서는 연변 주에서 손꼽히는 게이트뽈(门球) 여자 심판이자 코치이며 아직도 게이트 뽈 전국시합에 적극적으로 다니시고 전국각지의 기자들과 위챈(微信)으로 연계하고 계신다.
어머님께서는 TV에서 좋은 양생정보들을 방송하면 중점부분 자막들을 사진 찍으셔서 나한테 보내주신다. 어머님은 전자풍금 연주, 노래, 낭독, 요가, 일기쓰기를 즐기시며 스마트 폰 사용에도 능란하시다. 어머님은 “하루를 살아도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는 신조로 지금도 남을 돕기에 솔선수범 하신다.
어머님은 아직도 허리가 꼿꼿하시고 아주 건강하게 하시다. 나이에 비해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 어머님은 또 시대변화에 잘 적응하셔서 현대판 고부간의 관계도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 드리신다.
30여년 전에는 나한테 시어머니의 권리를 잘 행사하면서 내가 시어머니로 승급하니 “지금은 며느리의 전성시대이니 옛날 시어머니의 특세를 부리면 안 된다. 집안일은 며느리와 상의하면서 친구처럼 잘 지내야 아들이 피곤하지 않다. 또 아들집에 가거든 입은 꼭 다물고 지갑만 열라.”고 가르치신다. 나도 시어머니 유세를 좀 부리고 싶은데 말이다. 나는 불로 송 어머님에게 시샘 하는 건 아니지만 많이 뒤떨어지면 창피하겠다 싶어 어머니 말씀을 따르기로 하였다.
나는 집식구들의 강한 반대에도 마다하고 한국에 와서 간병 일을 하고 있다. 머리도 쓰지 않고 단순노동만 하니 아주 거뿐하다고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흘러 보냈다. 하지만 이 몇 년래 중국의 신속한 발전에 내가 시대와 많이 뒤떨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였다.
100세까지 산다고 하여도 시대의 까막눈이 되여 40년을 더 산다는 건 얼마나 힘들까? 훨훨 나는 청년들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90세가 넘은 신사, 숙녀들 보다 더 뒤쳐지면 창피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한테도 너무 무책임한 거라는 생각에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여 나는 애심간병총회의 관리그룹에 합류하여 열심히 당번 글도 쓰면서 잠자던 뇌도 깨우고 사유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물도 입체감 있게 다 각도로 관찰하기에 노력하고 있다. 또 짬짬이 독서도 하면서 뇌의 퇴화를 지연시키고 있고 시사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람마다 사는 법이 다르겠지만 시대의 문맹으로 몇십년을 쭉 산다면 너무나 슬프지 않을까? “뒤처지면 패한다.”(落后就要挨打)는 말은 그 언제도 불변의 진리이다. 지금 60~70세를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은 이메일 주소도 없이 인터넷과 멀리 살고 있으면서 핸드폰도 통화용으로만 쓰고 있다. 카톡으로 우리총회의 그룹에 가입하겠노라 전화 와서 초대장을 보내주고 영어자모를 꾸~욱 누르면 된다고 메시지를 보내도 가입이 안 된다고 전화하고 또 하고 수차례 반복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면 자녀들, 손군들과도 소통할 능력이 아예 없거나 심하게 부족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회에서 뒤떨어지고 가정에서도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이 소외될 수 있다. 점차 현실로부터 스스로 철저히 배제당할 수도 있다.
나이는 수자에만 그쳐야지 나이를 내새워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면 새로운 영역과 흥미로운 분야에 참여할 능력은 물론 자기 자녀들과 소통할 능력마저 잃게 된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제자리걸음만 하지 말고 자신을 책임지고 시대와 더불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노년을 맞아야 한다.
나와 어머니는 “세상에 너무 뒤쳐지지 말자”고 약속하고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연변과 한국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김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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