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하늘도 하늘이고
타향의 하늘도 그 하늘이지만
왜 우리는 타향의 하늘에만
눈과 마음을 쫓는가?
고향에서 부는 바람도 바람이고
타향에서 부는 바람도 그 바람이지만
왜 모두들 타향의 바람에
한결같이 바람둥이 되었나
고향에서 내리는 비도 비고
타향에서 내리는 비도 그 비지만
왜 고향에서 내리는 비는 을씨년의 비이고
타향에서 내리는 비는 선녀가 주는 약비라 하는가
모두 다 떠난 고향의 처마 밑에는
텅 빈 제비둥지가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고
소쩍새의 슬픈 울음만이
마을길에 나뒹군다.
고향은 서러움에
동지섣달 한겨울에 비가 내리고
고향은 외로움에
삼복더위에 추위에 떤다.
피패한 고향을 바라보는
내 왼쪽 눈에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내 오른쪽 눈에서는
왈칵 피고름이 쏟아진다
언제 가야
따끈한 아랫목에 둘러앉아
뽀골뽀골 끓는 곱돌장을 퍼 마시며
봄노래 불러보나?
분노
매연에 그을고
먼지에 얼룩투성이 된
하늘이
참다못해 대노했다
우르릉 꽝 꽝
우뢰가 땅을 뒤흔들고
번쩍번쩍 천둥이
하늘을 쪼갠다
시원한 소낙비에
청청한 하늘이
분노가 사라졌나
서쪽하늘에 무지개 걸렸다
/허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