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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이 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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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0-12-19 18:15 조회6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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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호가 살고 있는 우리 마을에 처가 있고 자식이 셋을 낳고 사는 서현로 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지금은 사망했고 그때 당시 나이가 36세였음)

 

원래 마음씨가 착하기로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었고 경우도 있고 사리에도 밝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부모가 지어준 그 이름 때문에 동네 어른, 젊은이들,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놀림을 받으며 살았고 또 그에게는 "부실이" "머저리"란 별명까지 가지고 살았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은 것은 발음대로 부르면 서헬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외국영화에서 보면 그 주인공들이 전화를 치고받을 때 영어로 헬로 헬로 (여보세요) 하면서 전화 통화를 한다. 그것을 본 따 동네 사람들은 물론 젊은이, 아이 할 것 없이 서현로의 성씨를 빼고 그를 헬로, 헬로 하고 부르며 놀려주었다.

 

또 그한테 "부실이" "머저리"란 이름이 붙게 된 데는 사연이 있었다.

 

그의 가정이 여느 가정보다 가난하고 못살았다.

 

지금 세월에는 집집마다 근들이 술을 몇 십 근, 혹은 한 독식 사 놓고 마시거나 고급 병술을 사 먹지만 40년 전 까지만 해도 좀 괜찮은 집들이나 소주를 부담 없이 사 먹었고 하루 세 끼 반주술도 마시고 살았지 그때 그 세월에 가정 형편이 곤란한 집에서는 가장이 매일 소주를 사 마시거나 끼니마다 반주 술을 마신다는 것은 가정에 부담이 가고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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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로의 술 량은 고작 3냥~4냥이고 그 이상은 못 마시지만 술을 워낙 좋아하기로 인근에 소문이 났다. 하지만 술을 사먹을 가정형편이 안되자 그는 동네에 어느 집의 텃밭을 파거나 집 이영, 흙벽 바르기, 석탄 퍼 넣기, 도랑 파기, 벼 탈곡까지 무슨 일이나 열심히 해 주었고 심지어는 어느 집에서 변소를 쳐 달라고 해도 서슴지 않고 깨끗이 쳐주고는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돈을 주려고 하면 단돈 일전 한 푼 받지 않고 대신 술 3냥을 마시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떤 집에서 따뜻한 술안주를 챙겨 주려고 해도 안주에 술을 마시는 습관이 종래로 없는 그는 ‘다마토리’로 3냥 술을 한 모금에 마시고는 집으로 간다. 그가 안주를 안 먹고 빈속에 술을 마시지만 마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가 술에 취하거나 술주정 하는 것을 못 봤다.

 

무슨 일이나 돈 한 푼 받지 않고 술 3냥이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주니 마을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를 찾았고 자기가 능히 할 수 있는 일도 모두 서현로를 불렀다. 하여 그는 어느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매일 일을 하며 살았다.

 

멀쩡한 사람이 술 사 마실 돈이 없어 하루 종일 마른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일을 해주고도 일전 한 푼 받지 않자 그에게는 또 "부실이" " 머저리"란 별명까지 붙게 되었고 죽는 날까지 그 이름 때문에, 가난 때문에 얻은 별명을 달고 살다가 5년 전에 76세 나이에 결국 알콜중독에 간경화 복수를 얻어 사망했다.

 

화장터로 가는 날, 그가 살았을 때 너도 나도 그를 불러다 일을 시키던 동네 사람들은 모두 하늘로 증발해 버렸는지, 아니면 "부실이" "머저리"여서인지 한사람도 보이지 않고 촌의 간부 몇 명이 그의 후사를 처리했다.

 

서현로가 죽은 후 마을 사람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한족들을 불러 삯 값을 톡톡히 내고 쓰는데 그 삯 값도 부르는 게 값이다.

 

서현로가 죽은 지 어느덧 5년이란 세월 흘렀고 마을 사람들이 일이 있을 때마다 한족들을 부르는데 그 때마다 서현로를 그리워한다. 서현로가 위대한 위인이도 아닌 한 뉘 헬로, "부실이", "머저리"로 살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일을 해주고도 일전 한 푼 받지 않은 서현로가 아닌 지금은 한족들에게 제 주머니의 돈이 팡팡 흘러나가니 그 돈이 아까워서 일까? 아니면 이제 와서 서현로의 이름이 헬로가 아닌 서현로 가 진짜 이름이고 "부실이" 나 "머저리"도 아닌 그도 한 가정에서 가장이고, 남편이고, 자식들에게 존경받고 대접받는 아버지, 할아버지였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수원시 허 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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