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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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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0-11-27 22:30 조회8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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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하늘이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장마가 근 2개월 반 동안 지긋지긋 이어지고 게다가 여러 번의 태풍까지 몰고 와 한 여름의 무더위를 느껴보지 못하고 훌쩍 지나갔다. 그 대신 크고 작은 수해를 많이 입었다. 여름이 그 미안함을 아는지 인사도 없이 벌써 저만치 36계 줄행랑을 치고 그 기회를 엿보기라도 한 듯 장마의 끝자락을 물고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알곡을 익히던 뜨거운 햇볕이 위풍당당하던 기세를 누그러뜨린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을 피부로 느낀다. 연초록의 잎이 짙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더니 어느새 형형색색의 화려한 단풍으로 되어 시원한 바람의 장단에 맞추어 한들한들 춤을 추고 있다.

 

가을은 자아를 드러내 놓는 계절이다.

 

여름은 단 한 가지 색, 초록색만 용납했지만, 가을은 각각의 꽃들이, 각각의 나무들이, 각각의 곤충들이, 각각의 생명들이 남이 흉내를 내거나 가질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향기를 풍기며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표현한다. 그래서 가을은 아름답고 황홀하며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며 결실의 계절이다. 

 

파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한 맑은 하늘, 투명한 물빛과 눈부신 햇살, 붉게 물든 가을 산이 거꾸로 내려앉아 구름과 함께 그림처럼 움직이고 시처럼 속삭인다. 성격이 급한 은행나무가 서둘러 노란 환관을 머리에 얹는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저마다 제 미모와 향기, 키를 비기면서 오가는 길손들의 시선잡기에 분주하다. 마당 한켠에는 주렁주렁 달린 주먹 마한 사과들이 등불을 밝히고 이파리와 부딪치는 소리가 주홍빛이다. 사과에 뒤질 세라 빨갛게 익은 고추가 초가집 지붕을 당장이라도 태워버릴 태세다. 너무나도 풍성하고 너무나도 풍요롭고 너무나도 평온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기에 눈으로 보기에, 마음으로 가까이하기에 가슴이 너무 벅차다.

 

그러나 성숙의 아름다움 때문에 죽어야만 하는 가을, 자연과 계절의 순환법칙에 의해 이 가을도 얼마 가지 못하고 곧 다가오는 겨울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도 가을이다. 그래서인지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느끼는 가을풍경 속에는 우리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시선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잊지 말아야할 쓸쓸하고 참혹한 모습들이 동반하여 그 아쉬움이 그지없다.

 

영원히 끝이 보이지 않을 듯 길었던 장마가 휩쓸고 간 망가진 논머리에서 넋을 놓고 논만 바라보는 농부, 축사가 물에 잠겨 상품으로 다 키워 놓은 300여 마리 돼지를 몽땅 폐사한 축산농가, 여러 번의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사과, 배가 반 이상 낙과한 과수농가들, 개발을 앞세운 명목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으로 숲을 잃은 산이 장마에 살점이 모두 뜯기어 훤한 속내장이 드러난 모습,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를 먹고 몸부림치며 울컥울컥 토악질하던 강물,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에 나선 불쌍한 이웃들,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차가운 시선들, 슬픈 가을의 모습에서 느닷없이 엄습해오는 이 허탈감...

 

가을은 반성과 사랑을 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채워도채워도 끝이 없는 밑 빠진 항아리 같은 허무한 탐욕과 쓰레기 같은 영혼을 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에, 매일 같이 내 몸을 스쳐가는 바람에 추호의 망설임과 미련도 두지 말고 가볍게 띄워 보내고 영원한 고향 자연을 내 어머니처럼 사랑하고 내 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피며 살아가자.

 

내가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하고 내 집 애완견이 고기와 쏘시지를 먹기 싫다고 끙끙거릴 때 적어도 한번쯤은 내 집 창밖에서 가난과 추위와 배고픔에 울고 있는 이웃을 떠올리고 사랑의 눈길과 따뜻한 마음을 돌리자.

 

내 자신과 나의 주변을 언제나 감사하게 끌어안으며 살아가자.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에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가을 풍경은 사라지고 빈부의 격차는 차츰 줄어들고 대신 화합과 조화로운 사회가 조성되어 가는 곳마다 오곡백과의 향기가 물씬물씬 풍기고 주홍빛이 별무리처럼 쏟아지는 아름다운 가을만을 맞으리라.

 

가을이 도망가기 전에 우리 모두 약속을 걸자.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자.

 

우리 모두 사랑의 열병에 한번쯤 앓아도 보고 중독도 되어보자.

/수원시 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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