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내렸다
산에도 나무에도 지붕에도
뜰 안의 누렁이 집에도 된장옹기들에도
뽀송뽀송 새하얀 솜이불이 덮였다
떠오른 아침햇살에 눈시울이 시큰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참새가 푸르르 날아오르자 푸시시 아래로 흘러내린다.
아침 햇살에 마치 보석을 날린 것처럼 령롱하다
깔깔깔
어린아이 눈이 좋아서 신이 났다
솜사탕 같은 흰 눈 한 움큼 쥐어 누렁이한테 뿌린다.
뭐가 그리 좋은지 누렁이도 같이 눈 위에 뒹군다.
아버지는 뒹굴뒹굴 눈사람 몸뚱이를
어머니도 데굴데굴 눈사람머리 얹었다
어린아이 제 목도리 눈사람 목에 둘러준다
소똥구리도 데굴데굴 눈을 굴린다
/청솔 리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