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식을 안고 왔던 3월이 릴레이를 하듯 4월에게 화창한 꽃 잔치 마당을 펼쳐주고 도망치듯 가버린다.
유난히도 우리들의 시야에 안겨오며 감동과 사색을 불러 주는 진달래 꽃이 불타듯 산마다 물들여 가고 있다.
아리랑의 하얀 얼을 안고 ,산마다 타 번지는 진달래꽃은 망부석으로 굳어진 이름없이 누워있는 수많은 영웅들의 흘린 피와 혼으로 우리들에게 안겨와 가슴을 울리고 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려 봄소식 전해 주고 아름다움으로 사람들께 행복과 새 희망의 꿈을 안겨주는 진달래를 바라보노라면 감개가 무량하다.
온갖 풍상고초를 다 이겨내면서 그 가냘픈 몸으로 겨우내 칼 바람을 맞아가며 추호의 후회도 없이 산중에 피어나 자기의 강의함과 순결함을 뽐내는 진달래꽃을 보노라면 선열들의 용감무쌍한 혁명 의지와 정신을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진달래, 너는 정녕 우리 조선 민족의 얼을 담고 우리민족과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한 전호속의 전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살길을 찾아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이 땅에 정착한 후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용감히 대항하면서 독립운동에 자신들의 소중한 생명을 선뜻이 바쳤다.
나의 증조 외할아버지 역시 그중의 한분이시다. 지하공작 참모로 사업하신 증조 외할아버지는 때로는 나무꾼으로, 때로는 소금 장사꾼으로 변장하면서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솜옷 한 벌 없이 굶주림을 달래가면서 이란의 여러 산 고개를 넘나들며 지하공작을 하셨다.
후에 간첩의 밀고로 6형제가 하루 한시에 모두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한테 불매장을 당하여 희생되었으며 온가족은 집과 양식창고의 소탕으로 동지섣달에 맨발 바람으로 허망에 나앉게 되였다. 그야말로 열사가족 역시 혹독한 혁명의 시련을 겪어야 했었다.
해방 후 노태우 대통령의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고 독립운동역사에 “명신년 이란구 참안”으로 기재되었으며 후대들께 훌륭한 할아버지로 이름을 남기셨다.
할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선열들이 흘린 땀방울, 그대들이 흘린 피가 슴배 있는 여기 이 땅에 매서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연분홍 진달래 꽃이 활짝 펴 우리를 반겨준다.
청명절을 맞으며 오늘의 행복과 기쁨을 안겨준 위대한 선열들께 충심으로 되는 추모와 경의를 드린다.
위대한 선열들이여! 그대들의 영웅 정신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며 그대들의 업적은 영생 불멸할 것이다.
혁명 열사들의 상징의 꽃으로 피어난 아름다운 진달래꽃은 계절 없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불멸의 꽃으로 피여 날것이다!
/남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