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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은 서산고개 넘어가는데 외기러기 창문 밖을 날아가네 돈 벌러 아내는 외국에 나가고 자식 몰래 나는 홀로 가만히 도둑술 먹네 화분의 꽃들은 시들어 가고 코스모스 바람에 휘청거리네 조석으로 한기가 기웃거려 미운 가을이 실감나네 메뚜기도 풀쩍풀쩍 징금돌 건너듯 뛰놀건만 이 내 몸은 한 걸음 나아가기 어렵네 아내 없는 부엌에서 귀뚜라미 배고프다고 울어대면 하염없이 눈물만 내리는 비처럼 줄줄 흐르네 파리 한 마리 머리와 배를 긁더니 현기증이 나는지 비틀거리고 밤마다 꼭꼭 문안 오던 모기는 술 먹고 취했는지 조용하네 이 가을 뒷문으로 눈보라 치는 겨울이 올텐데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네 /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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