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관광업계의 위기를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갈수록 태산’이다. ‘코로나19가 사람에 대한 치명률이 1%라면 관광업계에 대한 치사율은 99%’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웃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전국 2만여 관광업체의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평균 95% 격감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게 팬데믹 25개월의 진행형 위기 와중에 놓인 우리나라 관광업계는 그동안 관광산업이 존재했던가 싶을 만큼 근간이 완전히 와해하고 말았다. “1년만 견디자”며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던 2년 전과, “올해는 어떻게든 끝이 나겠지” 하며 이를 악물었던 지난해를 넘기고 나니, 이제는 “견디고자 했던 자체가 후회스럽다”는 업체 대표가 허다하다. 규모가 크든 작든 2년을 버틴 경영자들은 하나같이 눈앞의 절벽 끝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른바 생업절벽, 생계절벽, 생존절벽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5차 대확산 앞에서 ‘매출 제로’ 상태로 1년을 더 견뎌주길 바란다면 이는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그동안 소상공인 규모의 여행업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손실보상법에 여행업종을 포함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정부의 태도는 그저 단호하기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 대상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국민에게 여행 금지, 여행 제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을 뿐 여행사를 포함한 관광업체에 영업금지나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관광산업에, 집합금지나 영업제한보다 더 엄격한 ‘각자도생’을 명령한 셈인데도 말이다.
정부는 2025년 외국인 관광객 25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팬데믹 2년 만에 20년 전 규모로 쪼그라든 관광산업이 단기간에 회복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와해한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관광업계에 손실보상법 적용은 생명줄과 같다. 관광업체 80% 이상이 영세 소상공인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이 자발적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회복해야 할 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회복과 복구를 바랄 수 있겠는가. 돌아와야 할 종사자가 목적지 없는 기차를 탈 리도 만무하다. 다시금 하늘길이 열린다고 한들 맞을 준비가 안 된 곳에 관광객이 올 것을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관광산업의 재난업종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관광업종은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행정명령과 무관하게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 매출 제로 상태를 지속해온 유일한 업종이다. 국민도 코로나19의 최대 피해 업종이 관광업이라는 사실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정부와 국회가 알아주기 바란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2년 동안 관광업계 위기극복 프로젝트와 회복도약 지원금으로 220억원을 투입해 관광업체를 직접 지원했고, 서울 관광업계의 코로나19 피해를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오는 2월 집행 예정인 위기극복자금 165억원(5500개 업체당 경영위기극복지원금 300만원)은 관광업종의 피해를 민생 문제로 접근해 결정한 최초 지원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선례를 남기며 선제적 지원 기조를 유지해온 서울시 지원정책이 회복 시점을 눈앞에 둔 관광업계에 희망의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정부의 현실적 지원만 적시적소에 이루어진다면 서울시와 지자체가 그 틈새를 메우는 촘촘한 지원으로 공조를 이루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변혁을 준비하는 로드맵도 조기 현실화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정록(서울특별시관광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