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냐 묻지를 말라
내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
여기서 차타고 나갈때는
하늘길에 오르겠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여기에 누워있을가
흐르던 눈물도
인제는 말라버린 샘이 되고
연기나던 가슴속엔
시꺼먼 재만 남았구나
쥐면 부서질가
놓으면 날아날가
애지중지 사남매 키웠대도
면치 못하는 료양원 신세
불효한 자식을 탓해야 하나
모진 세월을 탓해야 하나
물이 좋고 공기 좋은들
가슴에 서리서린 이 설음이 녹으랴
뭇별도 조으는 밤이면 밤마다
엄마노릇 하던 옛이야기
눈앞에 새록새록 갈마드는데
창밖에는 바람이 우수수 우수수
들려오는 심산의 바람소리
저승사자의 부름소리이련가
삼호침대 할머니 떠나던 날도
바람은 이렇게 불었지
주책없이 쏟아지는 그리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락엽이 되여도
그래도 또다시 갈마드는 생각
자식 옆에서 이생을 떠나면 좋으련만
차라리 삼호침대 할머니처럼
세상물정을 모르다 떠나간다면
주책없는 욕망도 피타는 갈망도
바람처럼 구름처럼 훨훨 날려가련만
아, 창밖에 보이는 아찔한 저 돌산아
네가 그토록 령험하다면
내가 당첨될 날이 언제인지 알려주렴아
친인들과 밥한끼라도 먹고 떠나게
/리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