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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고양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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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금화 작성일22-06-03 00:04 조회2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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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식당 앞에는 논밭이었고 병풍을 펼쳐 놓은 듯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였었다. 아침 출근 할 때면 음식쓰레기통 주위에서 쥐들이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곤 했었다. 2년이 지난 후 파주시를 개발하면서 논밭자리에 아파트가 일어서고 식당 외곽에 골프장, 교회, 음식점 등 건물이 일어서면서 쥐가 사라졌다. 대신 고양이가 매일 식당주위에서 먹이사냥하다 직원들을 만나면 재빠르게 도망친다.

 

식당에서 숙박하는 식당직원 김씨는 고양이가 가여운지 손님들이 먹다버린 고깃덩이를 비닐주머니에 담아서는 고양이가 다니는 길목에 놓았다. 덕분에 이 골목 저 골목 떠돌면서 먹이 사냥을 하지 않고도 고양이는 배부르게 먹게 되었다. 그렇게 고양이는 김씨와 ‘친구’가 되었고 경계심이 사라져서 직원들을 만나도 피하려 하지 않고 ‘야옹야옹’ 꼬리를 살살 흔들면서 인사를 한다.

 

겨울이 되자 김씨는 흡연실 한구석에 광주리에다 헌옷을 깔고 고양이 보금터를 마련해 주었다. 고양이가 평소에 잘 먹던 고기덩이도 먹지 않자 사료를 사다 그릇에 담아 고양이 잠자리 옆에 놓아 주었다. 고양이는 김씨 덕분에 팔자가 늘어졌고 살이 쪄 거북이걸음을 하다보니 쥐 그림자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고양이 친구 김씨는 지난 2월에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김씨는 나의 동네 짜개바지 친구다. 8년 전 한국에 입국하여 별별 직장을 전전긍긍하다 3년 전 동네다 ‘마작게임장’을 차렸다. 12시간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일보다 돈벌이가 쉬운 것이다. 저녁은 물론이고 마작이 끝나는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마작군들과 함께 기름진 음식에 40도 술로 만포식한다. 그러고는 잠자리에 들었다가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 마작게임을 다시 조직한다.

 

처음에는 마작게임장의 바닥도 쓸고 대걸레질하고 화장실청소도 하면서 자질구래한 일들을 하였지만 그 일도 싫증이 났는지 나중에는 가정부를 두고 도련님 행세를 했다.

 

그렇게 2년을 지내다보니 친구는 살이 많이 쪄 걷기도 불편해했다. 비만은 모든 병의 원인이라고 당뇨병에 고혈압까지, 친구는 지난 2월에 갑자기 쓰러져 모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진찰을 받았다. ‘뇌졸중’이라 수술대에 올라갔는데 내려오지 못하고 아직도 한창 잘 살 나이에 험악하게 가버리고 말았다

 

친구가 가고 고양이도 열흘 전부터 자주 울음소리를 내는데 눈에는 힘이 없었다. 심한 비만으로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하였다. 누런 코물이 얼굴 전체에 발라 붙어 있었고 불러도 오지 않았다. 맛있는 먹이를 줘도 먹지 않고 숨쉬기도 힘들어 하더니 끝내 죽고 말았다.

/신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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